[PRESS] 푸른 은하수 위에 붉은 달이 떠오를 때 '2017SIDance 정마리의 살로메'

글 입력 2017.10.25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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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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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ance2017 댄스 플랫폼

정마리 컴퍼니 '정마리의 살로메'

2017년 10월 17-18일
서강대학교 메리홀




 은하수를 머금은 것처럼 푸른 빛이 넘실대는 무대 위로 붉고 둥근 보름달이 떠오른다. 어둠이 내리고 파랑과 빨강이 제 빛을 다하면, 금기의 소녀 살로메가 등장한다. 성서 속 가장 유명하지만, 단 한 번도 이름이 불리지 않았던 소녀 살로메는 정마리 컴퍼니의 ‘정마리의 살로메’에 의해서 다시 태어난다. 지난 17,18일 양일간 서강대학교 메리홀 극장에서 초연된 ‘정마리의 살로메’는 인간의 욕망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선을 선보인 작품으로 무용과 음악의 접목이란 무용의 새로운 도전을 가늠할 수 있는 작품으로 시댄스를 찾은 관객들에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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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서에는 그저 ‘헤로디아의 딸’이라고만 적힌 ‘살로메’지만 그녀가 깨뜨린 금기와 욕망은 많은 예술가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가져다주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신상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인물이 아님에도 요한과의 일화를 통해서 많은 예술가들에 의해 재해석 되었다. 이번 작품이 기반으로 한 작품은 오스카 와일드의 책을 기반으로 한 오페라 ‘살로메’다. 이는 살로메의 아름다운 춤에 매혹된 계부 헤로데스가 세례 요한의 목을 준다는 신약성서 속 일화를 괴기한 환상과 색채감 있는 오스카와일드의 문장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음악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에 정마리의 ‘살로메’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음악의 오페라적 요소보다는 오스카 와일드 대본의 상징성과 현대성에 주목했다. 본래 살로메의 음악인 관현악 반주를 택하지 않고 그녀가 계속해서 다뤄온 전통가곡을 접목시켜 새로운 현대성을 부여한 것이다. 또한 여러 상징적 도구와 몸짓을 통해서 무대 위로 설치미술의 개념을 끌어왔다.
 
 정마리표 ‘살로메’는 경계 속에서 탄생한다. 작품 속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장치들은 경계의 만남과 공존을 지향한다. 전통 가곡과 그레고리안 찬트의 만남이 그렇고, 살로메와 일곱 무용수들의 공존이 그러하다. 또한 파란 조명과 붉은 천의 사용 또한 극과 극의 공존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욕망을 표현하는 장치로 다가온다. 동양과 서양, 살로메와 남자들, 파랑과 빨강이란 다양한 경계는 살로메란 인물의 특징을 자연스레 표현하고, 기존의 살로메를 넘어 정마리 표 살로메로 나아갈 수 있게 해준다. 보다 진솔하고 본능적이고 어딘가 모르게 동양의 한을 머금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곧 정마리표 살로메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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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의 한을 머금고 있는 성서 속 금기의 소녀 살로메다. 이것은 오로지 정마리의 작업에 의해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살로메일 것이다. 정가를 전공한 보컬리스트 정마리는 전통가곡을 부르면서 첫 등장을 알린다. 국악이 지닌 한의 정서는 작품의 전개가 최고조에 치다르기까지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극 중 여러 노래를 부르는 데, 한국 전통 성악이라 할 수 있는 정가를 서양의 고음악인 그레고리안 찬트와 연관 지어 오페라 ‘살로메’의 음악을 부르기도 한다. 독일 오페라 곡 ‘살로메’의 원어는 그대로 가져오되 전달 방식에서 전통음악의 요소를 사용한다. 그간 동서양 음악의 근원에 집중하는 작업을 계속해온 정마리는 ‘정마리의 살로메’를 통해서 동서양근원에 대한 물음과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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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마리의 살로메’는 여러 장치와 장치들의 경계가 작품 속에 정교하게 담겼기에 무용이지만 무용의 경지를 넘은 느낌을 준다. 다원예술에 가까운 ‘정마리의 살로메’는 작품 속 어느 것 하나도 허투루 존재하는 것이 없다. 그 중에서 집중해서 볼 오브제는 단연코 ‘달’이다. 동양과 서양의 음악을 접목시켜 새로운 살로메의 노래를 표현한 것처럼, ‘달’ 또한 동서양적 관점에서 동시에 바라보며 살로메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 살로메는 본디 서양에서 전래되어 오는 성서 속 일화다. 그렇기에 불길함과 불안을 상징하는 ‘달’은 욕망과 금기를 넘은 그녀의 불온한 상태를 의미한다. 하지만 동양에서의 달을 보면, 풍요와 설렘 등 희망의 메타포로 다가온다. 이에 정마리는 성서 속 인물이 어떻게 악행을 저지르고 파멸에 이르는지 살펴보기보다는 동양과 서양의 시각을 모두 담아 긍정과 부정 속에서 피어나는 살로메의 다채로운 인격에 집중한다. 공연 내내 떠 있는 달 속에는 정마리 컴퍼니가 꿈꾸는 살로메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이제껏 보지 못한 살로메의 모습을 시댄스를 통해서 처음 선보이는 자리에 다만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그리 친절한 작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페라에서 모티브를 얻었기에 작품 중 나레이션과 노랫말은 모두 독어로 구성되어 있었다. 무용에 무슨 자막이냐 하겠지만, 생각보다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았기에 관객의 입장으로는 전하려는 맥락은 알겠지만 완전히 이해할 수 없어서 어딘가 모르게 답답했다. 명색이 서울세계무용축제라면, 누구나 와서 즐길 수 있는 열린 무용축제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정마리의 살로메’는 너무나도 황홀했지만, 보는 이들로 하여금 완벽한 이해와 짙은 여운을 남기기 위해서는 약간의 배려가 조금 더 필요해 보이는 작품으로 다가온다.



: 단체소개 - 정마리 컴퍼니(Jungmarie Company)


 정마리 컴퍼니는 '경계에서 중심을 보고, 중심에서 경계를 생각한다'는 모토를 가진 보컬리스트 정마리와 그를 지지하는 무용, 설치미술, 음악, 사진, 영상, 의상 작업자들의 예술창작단체이다. 정마리 컴퍼니는 각 장르 간 높은 상호작용의 접점에서 경계가 중심이 되는, 또는 중심이 경계가 되는 '예술적 생동성'을 관객과 공유하고자 한다.



: 연출가 소개 - 정마리(Jung Marie)

 서울음대에서 정가를 전공한 보컬리스트 정마리는 현재 정마리 컴퍼니의 예술감독이다. 정가의 맥을 이으면서 연극, 영화음악, 무용, 미술, 서양 고음악등 다양한 장르 속에서 전통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며 호평과 기대를 받고 있다. 또한 <모래숲(영화 해안선 삽입곡)>, <외사랑(김광석 추모곡)>, <정말로 이상하다(영화 친절한 금자씨 삽입곡)> 등으로 대중사이의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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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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