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블레이드 러너 2049 : 과연 인간성은 무엇인가 [영화]

글 입력 2017.10.22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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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드 러너 2049


감독 : 드니 빌뇌브

출연: 라이언 고슬링, 해리슨 포드
아나 디 아르마스, 실비아 획스, 자레드 레토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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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드러너인 데커드는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고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들의 신분을 망각하고 인간의 자리를 넘보는 레플리컨트들을 혐오한다. 인간과 복제인간을 구분하는 것은 삶을 통해 쌓아온 감정이라고 믿었던 그는 복제인간인 레이첼에게 자신의 감정이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감정은 오직 인간만의 것이라는 데커드의 신념이 무너졌다. 오히려 데커드가 쫓던 레플리컨트 로이가 위기에 빠진 데커드를 구해주고 생명을 다함으로써 가장 인간다운 죽음을 맞이한다. 데커드는 레플리컨트들의 기구한 운명을 깨닫고 레이첼과 도망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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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레플리컨트 사이를 오가는 블레이드러너. 그 명칭에서부터 이들의 운명은 아슬아슬하고 혼란스러울 것을 알 수 있다. 데커드는 블레이드러너 2049에서도 살아서 등장하기 때문에 그가 인간인지 수명이 정해진 레플리컨트인지는 확실치 않다. 속편에서 레플리컨트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났다는 것이 아주 큰 의미로 문제의 시작점이 된 것을 보면 데커드를 레플리컨트로 설정하고 있는 것도 같다. 2019에 이어 2049에도 블레이드 러너가 등장한다. K로 불리는 그는 구형 레플리컨트를 추적하고 없애는 임무를 맡은 레플리컨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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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이 그리고 k

어느 집단에도 소속되지 못한 고독한 존재인 블레이드러너 K의 곁에는 인공지능인 조이가 존재한다. 아름다운 외형과 목소리를 가지고 있지만 홀로그램으로 존재하는 조이. 하지만 K와 조이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듯했다. 목소리만을 가진 인공지능과의 사랑을 다룬 영화 Her가 생각나며 시각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자신이 소유했던 조이의 시스템이 파괴된 후, 조이 광고를 보며 K가 느꼈을 감정은 어떠한 종류의 것이었을까? 누구에게나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고 같은 목소리를 가졌지만 K에게 커스터마이즈되었던 K의 조이. 러브가 조이를 부숴버리기 직전까지도 조이는 K를 걱정했고 K는 조이를 지키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육체적 관계를 위해 조이와 K사이엔 제 3자가 필요했다. 사랑에 있어 시각적인 조건, 육체적/정신적 교류 중 하나라도 빠질 수는 없는 것일까? 인간이 필요에 의해 만든 레플리컨트와 인간 또는 레플리컨트의 필요에 의해 또 만들어진 육체없는 인공지능 조이. 조이는 사용자들이 감정적으로 존중해주는 대상이고 육체를 이용당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레플리컨트와 차이가 있다. 하지만 조이는 자신의 의지로 이동하거나 타인과 관계를 맺거나 하는 등의 자유는 없다. 영화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자손 번식이나 생식의 기능은 조이에게 없다는 점에서 조이는 인간의 지위를 해치지는 않는다. 이미지가 인간과 같긴 하지만 물리적인 형체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인간성이라고 부를 수 있는 감정을 가지고 있고 K에게 조이란 길거리의 창녀보다 훨씬 인간적인 존재이다. 오히려 K와 조이의 관계에서는 인간(창녀)이 도구로 사용되기도 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인간성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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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러브

러브는 월레스를 위한 완벽한 '엔젤'인 것 같았다. 그런데 영화 초반 갓 만들어진 레플리컨트를 월레스가 죽이는 장면에서 러브는 눈물을 떨군다. 이해하기 힘든 면이 있었다. 어떤 의미의 눈물이었을까? 자신과 같은 종족의 탄생과 죽음, 그 허무하고 의미없는 삶에 대한 생각이 스친 것인지. 영화의 전반에도 후반에도 동정따위 없을 것 같은 냉철한 기계의 모습만을 보여주는 러브가 유일하게 감정을 내비친 장면이다. 월레스의 신뢰와 사랑을 잃지 않기 위해 그에게 복종하고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보며 러브 또한 인간적인면이 있는 것인지 오직 그냥 입력된대로 행동할 뿐인 껍데기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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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선택받은 자와 k 그리고 그 의미 : 삶의 유한함 그리고 생식

영화에서 단연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K가 자신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태어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장면과 또 자신이 데커드의 자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장면이었다. K에게 이 두 사건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걸까? 그가 찾던 레플리컨트의 자손이 자신이 아니기를 바라면서도 영화 후반에서 자신이 그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엄청난 상실감과 혼란을 겪는다. 이러한 장면들을 보면서 인간성이란 탄생방식에서 생기는 것이 아님을 알게되었다.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는 그가 태어난 것이 아닐지라도 삶에 대해 고뇌하고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겪는 갈등과 내면적 고민들이 매우 인간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K가 기억메이커에게 가서 데커드의 자손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는 장면에서 그는 분노인지 혼란인지 모를 감정의 폭발을 보인다. 자기만은 아니길 바랐던 것일까. 알려질 경우 죽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싫었던 것일까. 그는 데커드에게 간다. 데커드에게 그는 무슨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것일까? 자신의 탄생 비화라든지, 뿌리와 같은 것을 알고 싶었던 것일까? 조이를 잃고 데커드가 타이렐 사에 끌려가버린 뒤 K는 자신이 데커드의 자손이 아니며 자신 또한 다시 다른 레플리컨트와 같이 인공의 기억으로 살아가고 있었음을 알게된다. 그의 표정에 다시 한 번 혼란스러움과 상실감, 허무함과 같은 것들이 스쳤다. K의 인간다움에 그의 탄생 방법이 정녕 영향을 끼치는 것일까?  레플리컨트 집단 전체에서는 그것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질지 모른다. 자생적으로 번식할 수 있다면 인간의 통제가 불가능해 질 것이기 때문이다. 레플리컨트 집단에서도 대의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가장 인간다운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한다. 개인에게 생식가능 여부는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으나 레플리컨트 집단 자체에서 자생은 집단의 독립성과 '인간성'에 핵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잠깐 살다가 죽게 될 테지만 그들 집단은 계속 될 것임으로..

잠시나마 자신이 진짜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살고있던 그에게 다시 인간이 아니라는 판정은 가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는 전작의 로이처럼 자신의 목숨을 바쳐 데커드를 지켜내고 가장 인간다운 죽음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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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인간과 기억


전 작에서 데커드는 삶을 통해 쌓아온 감정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핵심 요소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기억이 심어지고 정해진 시간만을 살게되는 레플리컨트들은 인간과는 다르다고 여겼다. 하지만 K, 조이, 그리고 인간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타이렐 사의 월레스를 보며 생각해보면 누가 과연 인간다운가를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 실제 인간도 자신의 기억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없다. 실제로 일어난 일을 기억하고 있는지 아니면 자신 혹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기억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이런 맥락에서 기억을 만들고 또 기억의 진위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가 레플리컨트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영화적 설정도 흥미롭다. 전작(2019)에서 인간됨이 기억과 감정으로부터 나온다고 믿었던 데커드가 레이첼을 통해 그 생각을 뒤집으면서 영화가 전계되는 것을 고려할 때 기억을 만드는 사람의 역할은 중대하다. 영화에서는 조물주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 계속된다. 전작(2019)에서는 인간을 복제하여 생산하게 된 월레스 사가 그러했고 이번 2049에서는 생식능력을 갖게 된 레플리컨트가 그러하다. 후 편이 제작될 지 모르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기억을 만들어내는 박사의 역할은 더욱 확대 될 것이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예고편 캡쳐


[유세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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