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지금 우리에게 '청춘시대'가 의미하는 것 [문화 전반]

글 입력 2017.10.21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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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청춘은 반짝반짝 빛날줄만 알았다"





드라마 <청춘시대2>가 유종의 미를 거뒀다.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고, 드라마 부문에서 장기간 화제성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등 큰 인기를 끌며 작품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호평을 받았다.

청춘시대에 대한 대중들의 환호는 그 동안 청춘을 제대로 다룬 드라마가 얼마나 부족했는지 반증한다. 사실 '청춘'이라는 소재는 여러 드라마에서 꾸준히 다뤄져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의 ‘진짜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청춘시대는 시청자들의 이러한 갈증을 정곡으로 찌른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식의 피상적인 시선에서 벗어난, 진짜 청춘 드라마가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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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청춘시대는외모부터 성격, 전공, 남자 취향, 연애 스타일까지 모두 다른 5명의 매력적인 청춘들이 셰어하우스 벨에포크에 모여 살며 벌어지는 청춘셰어라이프’를 그린다. 주인공들은 평범하지만, 각자 자신만의 아픔과 비밀을 지닌 특별한 인물이기도 하다. 또한 사소한 것에 울고 웃고,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을 내보이기도 하는, 비논리적이고 불완전한 캐릭터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이 청춘들의 모습에 더 깊이 공감하게 된다. 평범하면서 특별하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끊임없이 성장해가는 이 청춘들은 현실 속 우리들의 자화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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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주변인의 편견에 시달리는 예은
 

청춘시대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낸 것은, 청춘을 단순한 성장통으로 미화하지 않고 그 내면을 진정어린 시선으로 담아냈다는 점에 있다. 취업, 생활고, 데이트 폭력, 교내 성폭력 등 사회적 문제를 인물과 잘 엮어내어, 현실에 대한 통찰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그러한 사회적 문제를 ‘여성의 시각’에서 이야기했다는 점은 큰 의의가 있다. 

예를 들면, 데이트 폭력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짚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피해자에게 그러한 폭력이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하는 것이다. 데이트 폭력을 겪은 예은(한승연)은 그 후유증으로 사람이 많은 길거리를 혼자 걷는 것조차 힘겨워한다. 그리고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탓하는 주변인의 편견어린 눈초리에 더 깊은 상처를 받는다. 드라마는 그 감정을 세밀하게 그림으로써, 시청자들이 그녀의 감정에 자연스레 이입하고, 그 상처의 깊이를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게 한다. 또한 이를 통해 사회가 피해자에게 지우는 2차적 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을 환기시킨다.
 
뿐만 아니라 박연선 작가는 주인공들의 사랑, 우정, 아픔을 다루면서도 극 내내 그녀들 스스로를 '주체'로 둔다.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고 도움을 받으면서도 결국 아픔을 이겨내는 힘은 언제나 인물 자신에게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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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사은회에서 선생님의 죄를 고발하는 지원


예를 들면, 시즌 2에서 송지원(박은빈)은 어린 시절 기억 속 자신의 비밀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그 과정 속에는 항상 친구 성민(손승원)이 동행한다. 누군가는 이 시점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연약한 여주인공을 도와주는 만능 남자친구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친구 문효진의 (전과자인) 옛 남자를 설득하고, 과거 효진이를 성추행한 선생을 고발할 때와 같이 위험을 불사하고 결정적인 순간을 이끄는 것은 늘 송지원 자신이었다. 그간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는 대개 멜로 장르로, 이야기가 남자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았다. 여주인공은 더 좋은 남자를 만나기 위해 좌충우돌하고, 자아실현은 덤으로 얻게 되는 스토리 말이다. 그러나 청춘시대는 여성의 이야기, 여성의 문제를 여성의 주체적 시선으로 담아내며 드라마 서사의 지평을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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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주인공들이 협박, 폭행당하는 장면
 

하지만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여성의 시선을 담은 이 고마운 드라마에서도 몇몇 불편한 장면이 눈에 띈다. 11회에서 하메들에게 행해지는 폭력의 묘사가 그 중 하나다. 이 장면에서는 협박, 칼부림, 폭행의 장면이 꽤나 긴 시간 동안 상세하게 묘사된다. 게다가 이 폭력의 가해자는 이후 스토리에서 약간의 정당성을 획득하는 모양새마저 띤다. 이야기의 전개상 꼭 필요했다고 해도, 윤리적 측면에서 비판을 피해갈 수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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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또한, 무채색의 옷을 즐겨 입고, 무뚝뚝한 성격의 소위  '남자같은' 조은(최아라)에게 예은은 “무슨 여자애가 옷이 이렇게 다 시커먼 것밖에 없냐”, “맨날 구부정하게 다니지 말고, 어깨도 쭉 피고 걸음도 ‘사뿐사뿐’ 걸어야지”라고 조언하는 등 성별의식을 고착화하는 대사를 뱉는다. 또한 은이는 서장훈(김민석)과 연애를 시작하고 나서 치마, 분홍색 옷을 입기 시작하고, 그럴 때 '여자답고' '예쁜' 것으로 인식된다. 은이가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그만의 매력으로 인정받는 캐릭터가 되길 기대했던 시청자로서,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의 모습을 내면화하는 은이의 모습이 달갑지는 않았다.

캐릭터의 변화가 낯설게 느껴진 것은 은이 뿐만이 아니었다. 전 시즌과 비교하여 은재는 하메들 중 가장 많이 변한 캐릭터다. 내성적이고 조금은 답답하며 우울한 면모도 있던 은재가 할 말은 누구보다 확실히 하는, 당차고 다소 밝은 아이로 변한 것이다. 이 변화는 은재의 성장이기도 하지만, 캐릭터에 이질감을 부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 시즌과 비교하여, 또 1화와 비교하여 점점 변화하고 성장해가는 하메들을 지켜보는 것 또한 청춘시대의 큰 재미라고 생각한다. 시즌 1에서는 처음 만나 관계를 맺고 서로를 받아들이는 하메들의 모습이 중점이 되었다면, 시즌 2에서는 하메들 각자의 삶에 더욱 초점을 맞추며 그들이 각자 나아갈 다른 길을 비춘다. 여전히 서로 간에 크고 작은 오해와 다툼이 끊임없이 생기지만, 그러한 관계 속에서 하메들은 자신의 트라우마를 치유해나가고, 또 꿋꿋하게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사실 해피엔딩은 없다. 예은은 여전히 가족에게 외면받고, 지원의 소송은 확연히 불리한 상황이다. 은이의 가족 문제도, 윤선배의 치열한 삶도, 은재의 시련도, 해결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 청춘들의 희로애락을 가까이서 지켜본 시청자들은, 그들이 앞으로도 좌절, 아픔, 만남과 헤어짐을 수없이 반복할 것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벨에포크 하메들이 그 속에서 조금씩 자신을 조금 더 긍정하고, 남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자신의 삶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앞날이 행복하길 바랄 것이다. 우리가 주인공들을 쉽게 떠나보낼 수 없는 이유다.


[박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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