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승소까지 12년.. 설 곳 없는 이들은 어디로 - 고발자들 @대학로 나온씨어터

그래도 내부고발자로 나설 것인가?
글 입력 2017.10.15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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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소까지 12년.. 설 곳 없는 이들은 어디로"


고발자들
- 그래도 내부고발자로 나설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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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 많은 (소)극장이 있지만 그 중 '나온씨어터'는 우리 세상의 씁쓸한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연극을 많이 보여 준다. 이 사회에서 진짜 싸이코패스는 누구인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싸이코패스는 고양이를 죽인다>, 사라져가는 명절 제사를 나타내는 <산토끼>, 고통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공감하고자 하는 <상처투성이 운동장> 그리고 이 연극까지..

필자는 오늘도 연극 <고발자들>을 보러 다시 한 번 나온씨어터로 발걸음을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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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 판매는 공연 1시간 전 부터 이루어진다. 그리고 프로그램북은 3,000원. 하지만 프로그램북을 구매하는 사람은 많이 없더라. 애써 만드셨을 텐데 늘 프로그램북만 수북하게 쌓여 있는 것을 볼 때면 마음이 좋지 못하다.. 좋은 방도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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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발자'라는 단어를 들으면 그들의 최후의 모습이 마냥 찬란하지는 않고 오히려 비참하다는 뉴스를 많이 접해서인지 왠지 빛의 이미지보다는 어둠의 이미지가 더 먼저 떠오른다. 세기의 내부고발자고 알려진 '스노든'도 러시아로 망명을 가지 않았는가. 원래 에콰도르로 가려 했지만 러시아 환승공황에 있는 동안 여권이 말소되자, 어쩔 수 없이 임시 망명을 신청한 것이다. 최근 그런 스노든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선물'로 주는 걸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다. 새로 취임한 미국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라는 것이 그 이유다. 트럼프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스노든 '처형'을 공공연하게 밝힌 인물이다. 스노든이 트럼프 손에 넘어가면 어떻게 될까? 공익을 위해 용기 있게 내부고발을 한 스노든의 삶이 완전히 망가질 게 뻔하다...

내부 고발자는 두 방면의 적과 싸워야 한다. 그의 고발이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위대하고도 희생적인 결정이라 하더라도 그는 '배신자'라는 안팎의 시선을 피할 수 없다. 그가 당면한 또 하나의 적은 자신의 신념과 인생을 뒤집을 수 있는 용기를, 달콤한 목소리로 주저앉히는 '적당한 타협과 직무 유기'로의 유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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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위험한 폭로를 하는 내부고발자의 삶은 어떠할까? 특정 집단의 구성원이 내부에서 저질러지는 부정부패와 비리를 외부에 알림으로써 공공의 안전과 권력을 지키는 자들이지만 한 순간의 선택으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맞이한다. 연극을 보는 내내 '과연 나라면 어떻게 행동하였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과연 저 커다란 기업을, 사회를 대상으로 나는 싸울 수 있을까.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 현실 속 우리들의 삶은 마냥 드라마나 영화와 같이 행복한 결말을 맞지 못한다. "정의의 이름으로", "정의는 항상 승리한다"가 이 곳에서는 늘 성립하지 않는다. 관객으로 하여금 기대감을, 답답함을, 그리고 안타까움을.. 어느 순간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며 씁쓸한 미소를 짓게도 한다.

소시민 개개인들은 심리적으로 육체적으로 병들어간다. 감히 '소'시민들이 (병든) '거대한' 사회를 대항하고자 한 벌인 것일까 기괴한 연출이 인상 깊었다. 사회가 점점 경직돼가고,이리저리 갈라지며 곳곳에 멍들어 가고 있다. 겉으로는 멀쩡한 듯 분칠을 하는 것을 보면 '이대로 두어서는 안될 듯 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위험을 감지하고 소리치는 사람의 목소리는 왜 점점 다른 소음에 묻히는 것일까. 왜 그리 고달프고 쓸쓸한가.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윤동주 - 자화상(自畵像)


무대의 양 옆의 남, 여 나레이션 분들의 존재로 분위기 환기나 장면 전환이 더 잘 되었다. 특히 마지막에 낮게 윤동주의 자화상(自畵像)시를 읊어 준 부분이 가장 좋았다.

그리고 이 내용은 다른 분의 글을 보다가 알게 되었는데, 보다 많은 분들이 알았음 하여 적는다. 정면의 소품 중 시계가 실제 시간과 맞게 맞춰진 작동하는 시계였는데, 이 시계는 '현재에도 진행 중'이라는 의미를 나타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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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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