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 세상에서 추억이 사라진다면 [영화]

인생은 추억들의 모음집이며, 그 추억들은 '나'를 말해준다.
글 입력 2017.10.05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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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jpg


당장 내일이면 죽을병에 걸린 당신에게 
수명을 하루 늘려주는 대신
세상에서 고양이를 없애버린다고 한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단순한 물건 그 이상의 의미]


커플.jpg


평범한 우체부로 일하던 주인공 ‘나’는 자전거 사고로 병원을 찾게 되고 생각지도 못한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된다. 집에 돌아온 ‘나’는 똑같이 생긴 의문의 존재를 맞닥뜨리고 하루 수명을 늘리는 대신 세상에서 어떤 것을 없애버리겠냐는 제의를 받는다. ‘나’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의문의 존재는 전화기, 영화, 시간까지 하루가 지날 때마다 하나씩 없애버린다. 사실 영화 초반에는 전화기 하나쯤 없애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전화기가 우리의 삶을 귀찮게 하고 있다는 의문의 존재의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건 섣부른 판단이었다. 세상에서 전화기가 사라진다는 것은 그저 ‘전화기’라는 물건이 사라진다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일이었다. 사라진 것은 전화기라는 단순한 물건뿐만이 아닌 그것에 얽힌 사람들, 그 사람들과의 추억까지 사라져버린 것이다.

주인공 ‘나’는 잘못 걸려온 전화로 인해 첫사랑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그녀’와 연애할 때에는 데이트하는 시간보다 통화하는 시간이 더 많을 정도로 그들의 연애에서 전화기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였다. 그런 그의 삶에 전화기를 없애버리니 ‘그녀’와의 추억도 모두 사라지게 되고 ‘그녀’는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게 된다. 전화기에 이어 하나둘씩 어떠한 것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면서 그의 세상에서도 하나 둘씩 추억들이 사라지게 된다.



[세상에서 내가 사라진다면]


우리는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더 소중히 여기는 경향이 있으며 그렇기에 우리 주위엔 소중한 것들이 너무 많다. 핸드폰, 책, 커피, 볼펜하나까지 어느 것 하나 내 것이라면 추억이 담겨있지 않은 것들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것들로 이루어진 우리 인생은 소중하며 그 인생의 주인공인 ‘우리’ 또한 그렇다.


가족사진.jpg


우리는 살아가면서 종종 외로움을 느끼거나 자존감이 낮아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내가 사라진다면 누가 슬퍼해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이 영화는 그런 사람들에게 답을 준다. 전화기 하나 없어지는 거에도 슬퍼하는 세상에서 ‘나’란 존재가 사라지게 된다면 슬퍼해줄 사람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럴 거라 믿고 싶다. 인생이란 나 혼자 만들어가는 것이 아닌 다양한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관계 속에서 내가 사라진다면 그 빈 자리에서 허전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슬퍼해줄 것이다. 그 사람들은 필시 나를 소중하게 여겨주는 사람들 일 것이다.


“내가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이루어지지 못한 꿈과 생각,
사는 동안 못 했던 일 남겨둔 일 등..
분명 수많은 후회가 남을 겁니다.

하지만 내가 있던 세상과 내가 사라진 세상은
분명 다르리라 믿고 싶어요.

정말 작은 차이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이야말로 내가 살아온 증거니까요.
몸부림치고 고민하며 살아온 증거요.“




[엔딩은 OST로]





보통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면 사람들은 극장을 나오거나 보고 있던 화면을 꺼버린다. 하지만 이 영화만큼은 끝까지 보는 것을 추천한다. 엔딩 크레딧이 다 끝나고 나면 쿠키영상이 나오기 때문이 아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나오는 OST 때문이다. 노래는 어떤 장면과 함께 나오는 것이 아닌 그저 엔딩 크레딧과 함께 흘러나오는데, 이 때 스크린 한 구석에 노랫말을 번역한 가사가 나온다. 이 부분에서 OST는 영화에 마침표를 찍어주는 역할을 한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가사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이라는 영화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에 마지막까지 노래를 들으며 가사를 보는 것까지 해야 영화를 다 봤다고 할 수 있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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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포스터만 보면 그저 냥덕들을 위한 영화인가 싶기도 하다. 귀여운 고양이가 간간히 스크린에 비치긴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아니었다. 그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였으며 주인공 ‘나’에게는 고양이라는 수단이 가장 강력한 존재였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한테는 ‘영화’라는 수단이 ‘고양이’보다 훨씬 더 강하게 다가왔다. 이 수단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 메시지만큼은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다. 내 주변에는 생각보다 소중한 것들이 많다는 것, 그것들이 소중한 이유는 나만의 추억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란 것, 그러한 추억은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도 가볍게 잊혀질 수 없다는 것, 추억이 사라진 삶은 더 이상 내가 살아온 인생이 아니란 것이다.

마지막으로 묻고 싶다.


당장 내일이면 죽을병에 걸린 당신에게
수명을 하루 늘려주는 대신
세상에서 고양이를 없애버린다고 한다면,
아니, 당신의 인생에서 추억이 가득 담긴 소중한 것을
없애버린다고 한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김수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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