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80분의 드라마같은 연극 '기억하다'의 시선을 마주치다.

글 입력 2017.10.0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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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80분의 드라마같은 연극
'기억하다'의 시선을 마주치다.


"숨기려 했던 기억의 이면, 그 뒤편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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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잎새'의 연극 <기억하다>는 이주노동자 꼬르끼와 그의 아들 기억이, 그리고 주위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연극을 보는 80여분의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갈 정도로 배우분들의 연기력, 연출이 뛰어났던 연극입니다. 짧고 한정된 공간에서의 연극이었지만 '알차다!'라는 생각이 컸습니다. 그리고 끝내 가슴 먹먹해지는 메세지를 담고 있는 연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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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던 시골마을이 시끌벅적해진 것은 기억이의 TV출연 때문입니다. 기억이는 TV에 출연해 10년 전 사라진 자신의 엄마를 찾으려고 합니다. 마을사람들은 하나 둘씩 기억이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지만 10년 전의 일이라 하나같이 완전하지 않은 기억들입니다. 그 기억들로 인해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또 갈등을 풀어낼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이 연극에서 중요 포인트는 바로 '기억'입니다.

제목, 등장인물의 이름에서도 계속 언급되는 '기억'이라는 소재는 잊혀질 수도, 잊을 수도, 만들어낼 수도 있는 추상적인 개념입니다. 어떠한 것을 기억한다는 것은 그것을 정의내리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연극에서는 단순히 기억만으로 어떠한 것이 정의내려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10년 전 어렴풋한 기억들로 기억이의 엄마는 정의내려집니다. 그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또 틀린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기억한다는 것은 때론 엄청나게 정확할 수도 있지만 때론 엄청나게 잘못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기억들인만큼 그 기억들의 파편이 개인에 의해 조작되고 다른 사람의 말들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기억은 자신들이 믿고 싶은 대로, 아니면 잊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도록 '망각'이라는 능력을 가졌습니다. 극중 등장하는 치매 할아버지처럼 과거 모든 것을 망각한 모습을 보고 국밥집 아주머니는 말합니다.

"할아버지는 좋겠수. 다 잊고 살아서."

그만큼 기억은 유리처럼 부서지기 쉬우면서 또 사람들의 생각을 정의내리기에 강합니다. 연극<기억하다>는 그런 기억의 특성을 활용하여 극 전체의 긴장감을 이어나갑니다.

그리고 이 연극에서 가장 크게 다뤄지는 부분은 바로 '이주노동자'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있고, 다문화가정 역시 생활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흔한 한국 사회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시선은 긍정적인 시선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연극은 그 차별, 학대에 시선을 맞춥니다.  언젠가 우리가 보지 못한 곳에서 충분히 일어났을 수도 있는, 숨기고 잊으려 했던 기억의 이면에 집중해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위 두 포인트를 짧은 시간동안 알차고 힘있게 보여준 연극이었습니다. 열연해주신 배우분들과 극 전체를 잘 표현해낸 연출, 완성도 있는 스토리 덕에 '모두 좋았다'라는 마음으로 극장을 나올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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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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