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엔진 소리가 소음이 되지 않으려면 : 뮤지컬 < 오디션 > [뮤지컬]

글 입력 2017.09.30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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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마음속에 꿈의 엔진 하나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어떤 엔진은 그 어떤 것도 연소시키지 못할 만큼 낡았을 것이고, 어떤 엔진은 지금도 뜨겁게 돌아가고 있을 것이다. 어떤 엔진은 운동 방향을 찾지 못해 잠시 가동을 멈추고 있을 테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수많은 사람들의 엔진은 처음의 방향과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진 않은가 하는 울적한 심상이 든다. 취업을 목전에 둔 처지가 되면, 친구들의 엔진이 스무 살 때와는 다른 방향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을 목도한다. 그래서일까. 수면 상태의 정신 현상인 (프로이트식의) ‘꿈’과 내가 하고 싶고, 되고 싶은 ‘꿈’, 다의어로서의 꿈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잡을 수도 없고, 어느새 잊어버리는, 현실이 아닌 것. 그게 바로 ‘꿈’일까?

수많은 이야기는 이 ‘꿈’에서부터 시작한다. 인물은 욕망하고, 욕망에 따라 움직이면서 사건 사고를 만나고, 결말을 맺는 것이 기본적인 이야기의 구조이다. 특히나 'to be'의 서사, 특정한 무언가가 되고 싶어 하던 가상의 인물들을 우리는 자주 마주쳐왔다. 영화 <라라랜드>나 드라마 <드림하이>, 사극으로는 <선덕여왕> 등, 주인공들은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모습의 내가 되고 싶어 하고, 도전하고 좌절하며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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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약한 줄기에 붙은 아재 감성

 
뮤지컬 <오디션> 또한, 이 ‘to be’의 서사를 따른다. 특히나 밴드의 이야기라면 대략적인 스토리라인은 시놉시스를 보지 않고도 점칠 수 있다. -유명하지 않은 가난한 밴드, 그 안에서의 불화와 갈등, 그리고 결국 화합하고 성공하는 밴드로 거듭나는 것- 당연하게도 <오디션>의 ‘엔진’에는 옛날부터 내려온 ‘꿈’ 제조사의 택이 붙어 있다. 가난한 밴드 ‘복스팝’의 멤버들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꿈의 오디션을 향해 달려가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좌절을 만나고, 결국 어떻게 무대에 오르는지가 이야기의 큰 줄기가 된다.
 
그러나 꿈의 줄기는 가늘다. 그들의 도전과 좌절의 폭은 깊지 않다. 6명의 멤버가 왜 밴드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는 약하고, 오디션을 준비하면서 겪는 일련의 과정들은 그 진폭이 얕다. 오히려 일상적인 이야기들, 고기를 구워 먹고, 게임을 하고, 웃고 즐기는 가운데 개개 멤버들의 개인사가 틈입한다. ‘왜 음악을 하려 하는가’가 인물 심리의 중심이 된다기보다는, 음악을 하는 것은 이미 극 중 합의된 설정이고, 음악을 선택하면서 겪는 어려움과 비근함만이 펼쳐진다. 넘버는 락뮤지컬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좋으나, 그 활용은 아쉽다. 넘버가 스토리의 줄기를 타고 감정을 고조시키며 삽입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넘버를 넣어야 하기 때문에 넣는다는 느낌이 강하다. 줄기가 약하니 당연한 패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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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빈약한 줄기에는 일명 ‘아재 개그’식의 유머가 붙는다. 객석을 채운 수많은 관객들은 익숙한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는데, 지루해지고 뻔해지는 와중에 준철 역의 박용전 배우가 노련하게 웃음을 만든다. 뮤지컬 <오디션>의 작곡가이자 연출이며 배우까지 맡고 있다는 배우 박용전은 자칫 싸늘해질 수도 있는 말장난을 노련하게 살리며, 시종일관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든다. 다만, 뮤지컬 <오디션>에서 사용되는 유머는 배우의 역량으로 웃길 뿐, 기실 2017년의 관객에게는 불편함으로 다가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다복의 성소수자 설정으로 웃음을 만들고, 객석이 초반부 다복과 찬희의 관계에 웃음을 터트리는 것을 보면서, 성소수자 설정에 대한 큰 고민이 없었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찬희에 대한 다복의 사랑도 초반부터 ‘멋있어!’ 정도의 유치함으로 그려져, 찬희의 죽음 전후에 펼쳐지는 다복의 감정선은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비껴가는 전형적 결말

 
전형적인 줄기를 따라가던 이야기는 결말부에야 이 전형성을 비틀며 비극성을 강화한다. 공연의 중반부쯤 들어서면, 찬희가 병을 앓고 있고, 찬희의 병이 갈등요소가 되리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때, 전형적인 ‘to be’의 서사에서는 찬희가 병을 극복해내고, 어렵사리 오디션 무대에 서서 모두의 환호를 받는다가 정해진 수순일 것이다. 그러나 찬희는 복스팝 아지트의 소파에서 홀로 죽음을 맞이한다. 전형적인 줄기를 따라가던 관객의 기대가 한 번 미끄러진다. 그리고 찬희의 죽음 이후 복스팝 멤버들은 흩어지고, 병태와 선아만이 오디션장으로 향한다. 이때, 보통은 다른 멤버들이 모두 오디션장에 도착하며, 찬희를 기리며 성공적으로 오디션을 마치겠지만, 뮤지컬 <오디션>에서는 병태와 선아만이 오디션에 참여한다. 마지막 넘버에는 모든 멤버가 다 함께 나와 무대를 꾸미지만, 이는 ‘환상’일 뿐, 결국 스토리 상으로 본다면 밴드 오디션에는 ‘실패’한 서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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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꿈을 좇아 어른이 되고
조금씩 잊혀져가지 우리가 떠나온 그곳
내 꿈에 엔진이 꺼지기 전에 식어버리기 전에
이제는 만나고 싶어 다른 내일을
 
 
이 전형성을 비껴가는 전개와 결말은 오디션 넘버인 ‘내 꿈에 엔진이 꺼지기 전에’의 가사를 더욱 절절히 다가오게 한다. 이 실패한 결말에서, 엔진이 꺼지기 직전, 다른 내일을 만나고 싶은 복스팝 멤버들의 간절함은 꿈꾸는 모든 사람들의 간절함으로 확장된다. 특히, 잠시간의 암전 후 찬희를 비롯한 모든 복스팝 멤버들이 무대에 서는, 환상으로 진입하는 순간 결말의 비극성은 더욱 강화된다. 무지개를 좇아 저 땅끝으로 향했던 한 아이의 이야기처럼, 꿈을 좇았던 이들의 실패에서는 숭고함이 느껴진다. 물론, 찬희의 죽음이 이러한 결말을 위한 장치의 하나로 소비된 것은 아쉬운 지점이다. 찬희의 죽음은 찬희 캐릭터 자체에 의미 있던 사건이라기보단, 복스팝의 실패 서사로 나아가기 위한 변곡점에 불과했다는 것이 결말 이후에 찜찜하게 남는다.

 
 
커다란 엔진 소리

 
전형적이면서도 묘하게 비틀어져 끝나는 뮤지컬 <오디션>은 락뮤지컬의 강점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오디션>의 ‘엔진’은 단연 현장감이다. 전 배우 모두가 직접 안기를 연주하며, 노래와 악기 사운드 모두 관객의 눈앞, 현장에서 만들어진다. 또한, 객석의 관객들은 클럽의 손님이 되기도 하고, 오디션장의 관중이 되기도 한다. (초롱의 엉덩이를 만진 아저씨가 되기도 하고!) 뮤지컬 <오디션>은 밴드 복스팝이 서는 무대를 구현해내며, 커튼콜이 아님에도 관객들이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특히 커튼콜에는 모두가 일어나 노래를 부르고 앵콜과 리앵콜로 이어져 관객 모두 춤추고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을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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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꿈의 엔진 소리가 소음으로 다가오면 안 될 터. 현장감을 강화하는 전략에 대비해 음향은 너무나 불친절하다. 공연장의 문제인지, 음향팀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배우의 마이크는 자꾸 끊겨서 중간중간 대사는 전달되지 않았고, 그에 비해 악기 소리가 너무 커서 공연이 끝나고도 한동안 귀가 먹먹했다. 콘서트가 아닌 뮤지컬을 관람하러 온 관객이라면, 스토리 안에서 넘버와 악기 소리를 듣고 싶었을 것인데, 대사 전달은 빈약한 데 비해 세션 소리는 과하게 흘러넘친다. 현장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면, 이 현장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뮤지컬 <오디션>은 10년 동안 무대에 오르며, 꿈의 이야기로 관객을 웃기고 울려왔다. 감히 이야기해 보면, <오디션>의 엔진에 붙은 ‘꿈’ 제조사의 택은 앞으로도 꽤나 오래 <오디션> 엔진의 유효함을 보장해줄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누구나 마음 속에 꿈의 엔진 하나는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디션>이 전하는 순수한 꿈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뻔하기에 공감되고, 비껴가기에 송고한 이 꿈의 엔진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그렇기에 낡은 부품은 새것으로 교체하고, 엔진에 개연성을 강화하기를 바란다. 아니, 모두 양보하더라도, 적어도 이 꿈의 엔진 소리가 소음이 되지는 않기를, 엔진 소리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전해줄 수 있기를, 이 오래된 스테디셀러를 향해 목청 높여 외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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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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