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아마 가장 기대한 문화초대였을 거에요. [인생의 일요일들]은. 기대하면 실망이 크다고 하지만 이 책은 달랐어요. 기대한 만큼 에세이의 문체부터 편지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과 사진까지 너무나 마음에 들었어요. 맛있는 음식을 아껴먹는 것처럼 예쁜 책을 빨리 읽어버릴 수 없어 천천히 읽다 보니 책의 끄트머리들이 낡을 정도로 항상 들고 다녔네요.

  제목처럼 [인생의 일요일들]은 정말로 일요일의 냄새가 짙게 나는 책이에요. 작가님의 그리스 여행기가 담긴 편지형식의 에세이라고 설명하기에는 그 이상으로 따뜻하고 포근하지만 또 마냥 가볍지 않은 다양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어요.

  저는 책을 읽을 때에 사진이 없어도 작가의 글이 살아나 머릿속에 생생히 그려지는 이야기를 너무나 좋아하는데 이 책이 그런 것 같아요. 자기 전에 생각나는 그 풍경과 감정을 품은 글을 몇 가지 소개하며 가벼운 리뷰를 해보도록 할게요.





우리는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운명이지요. 그때는 사랑하는 그 사람을 오직 꿈과 상상 속에서만 만나야 하는 운명이에요. 그러나 우리가 깊게 사랑했던 것들은 우리가 풀죽어 지내길 원치 않아요. 약해지고 쓰러지는 것을 원치 않아요. 삶을 무가치하게 낭비하지 않기를 원해요. 삶을 소중하게 여기길 원해요. 사랑한 것만큼 세상을 ‘깊게’ 경험하길 권해요. 두 배로, 세 배로, 열 배로. 함께 경험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것들도 경험하길 권해요. 함께 살고 싶었던 삶의 모습을 잊지 말기를, 그것을 추구하기를 권해요. 그렇게 슬픈 운명을 넘어서길 권해요.

(본문 87-88p.)


  책 속 39개의 편지들 중 이 부분이 편지라는 매체 특유의 의식이 흘러가는 듯한 내용의 전개가 가장 잘 드러났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이던, 글을 읽고 그 사람이 생각나지 않아도 이 글은 그냥 누구에게나 의미 있는 말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매일을 씩씩하게 살아가는 말이야 말로 요즈음에 내게 필요한 말인 것 같아요. 열심히 해도 잘 안되던 순간이 많던 요즈음에 저 문단을 몇 번을 읽었는지 몰라요. 글을 읽고 치유된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건가 봐요.


애들아, 아름다운 물건을 자세히 보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하지? 그것을 손에 들고 빛에 비추어보지 않니? 어마어마하게 무거운 몇 톤짜리 기둥들로 이루어진 건물이지만 나는 바사이의 아폴론 신전을 그렇게 들고 보고 싶었단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본다’는 단어를 우리와는 다르게 사용했었어.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본다는 것은 늘 빛과 관련되어 있었어. 어둠 속에서 빛으로 나간다. 혼란스러웠던 것을 명백하게 한다. 은폐되었던 것을 밝힌다. 빛 가운데 있을 가치가 있는 것을 알아본다. 이 세상을 아름답게 빛나게 하는 것에 마음을 연다.

나는 그곳에서 하늘을 우러르는 법, 깊게 숨 쉬는 법, 그리고 보는 법을 처음 배운 사람처럼 우러르고 숨 쉬고 보고 우러르고 숨 쉬고 보고를 반복했어. 내 가슴은 아름답게 빛나는 것들을 향해 활짝 열렸단다. 까마귀처럼 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본문 110p.)


  이 글을 읽을 때 마치 나도 웅장한 신전 앞에 서 있는 것처럼, 숨을 멈추고 천천히 읽어내려 갔어요. 아름다운 신전이 본다라는 개념과 결부되어 빛으로 결론 지어지는 그 흐름이 너무나 당연하고 진리와 같아 나도 저절로 빛을 향해 고개를 들을 것만 같았어요. 여행을 가서 아름다운 것에 숨을 멈추고 감탄한 적이 있는지 돌아보았어요. 아마도 없었던 것 같아요. 스스로를 느리게 하여 풍경과 여유를 마음에 눌러 담아본 적은 있지만 숨 쉬는 것과 우러르는 것을 반복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요?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는 느껴지지만 의도하지 않고 자연스레 우러나오게 되는 그 감탄을 느껴보고 싶어요.


나폴리오의 일몰 아래서 저는 과거의 나보다는 미래의 나를 더 잘 알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미래의 제 자신과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해요.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미래로 돌아가는 중이라는 기분이 들었어요. 미래의 내 모습에서 나 자신을 알아보고 싶어졌어요. 그 시간 속 한쪽에는 제가 버리고 싶은 나를, 한쪽에는 제가 두 팔 벌려 환영하여 꼭 안을 나를 둬봤어요. 버리고 싶은 나는 점점 쪼그라들고 환영할 나는 점점 커졌을 때, 나폴리오의 밤은 속삭였어요. ‘이 세계로부터 받았던 힘을 잊지 말아야지, 그럴 거지?’

(본문 123p.)


  나폴리오의 일몰은 제우스와 같으며, 분홍색이 가득하며 제비가 날아다닌다고 했어요. 얼마나 아름답길래 작가님은 그 일몰을 보고 미래의 나를 더 잘 알게 되었을까요? 글을 읽으며 나폴리오의 일몰이 너무나 궁금해졌어요. 요즈음 과거의 기억에 관한 글을 쓰면서 옛날의 나를 돌아보느라 미래의 나를 신경 쓰지 못했는데 미래의 나를 만날 방법은 나폴리오의 일몰뿐일까요? 버리고 싶은 내가 생겼던 이번 달이었기에 환영할 나를 고대하면서 나폴리오의 일몰을 다시 읽어보았어요. ‘이 책으로부터 받았던 힘을 잊지 말아야지, 그럴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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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내용을 소개 하는 데에 욕심을 내었어요. 책이 머금은 일요일을 향기를 많이 맡을 수 있게 해드리고 싶었어요. 사실은 그렇잖아요. 일요일을 제대로 만끽해보기란 쉽지만은 않은 걸요. 그런데 [인생의 일요일들]에는 일요일이 잔뜩 담겨 있어요. 언제든 꺼내서 읽으면 일요일의 향기가 뿜어져 나와, 내가 빠져들 수 있게 해주었어요. 사실 한번 읽은 책이지만 두 번은 더 읽어보아야 할 것 같아요. 각각의 편지들에, 각각의 문장들에 예쁜 말들이 오밀조밀 모여있기 때문에 자세히 들여다 볼 가치가 있어요.


거기서 제가 뭘 봤을까요?

(본문 306p.)


  [인생의 일요일들]에서 무엇을 보실 건가요? 저는 인생을 다 본 것 같은 기분이에요. 또 어릴 적 읽었던 신화의 이야기들과 함께 그리스를 느긋하게 여행해보았어요. 요즈음 힘들다면, 책을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어요. 너무나 향기로운 일요일들을 줄 거에요. 읽는 매 순간이 일요일이 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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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일요일들

지은이 정헤윤
출판일 2017년 6월 23일
분야 에세이
출판사 로고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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