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세 번째 모네_지베르니 정원에서

글 입력 2017.09.27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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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 모네다. 첫 번째 모네는 컨버전스 아트 전시였고 두 번째는 벤쿠버 미술관에서 직접 원작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이번엔 내게 모네를 처음 알려주었던 지난 전시의 또 다른 컨버전스 아트 전시로 모네를 만나보려 하는 것이다.(컨버전스 아트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융합으로 시각적인 특수효과, 조명, 영상기술, 모션그래픽과 IT 미디어 등으로 재해석하는 예술을 말한다.)

 모네에 관한 나의 이러한 경험은 꽤나 독특하다. 우선 인상주의의 대가인 모네의 작품을 아직은 어색하고 이질적인 ‘컨버전스 아트’로 먼저 접했기 때문에 그렇고, 무엇보다도 원작을 직접 눈으로 보았음에도 물감이 아닌 전자파로 그려진 그것을 또 다시, 그리고 굳이 찾아간다는 점에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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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해돋이


 ‘굳이’라는 단어에서 이미 눈치 챘을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서열을 매기자면 원작이 1순위이고 1순위여야 하며, 실제로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스스로도 우습지만 그렇다. 문학과 연극에 관해서는 그 수많은 각색과 뒤틀림을 용인하면서도 왜 미술에 관해서는 유독 보수적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편견과 선입견이라는 게 딱히 이유가 있어서 생기는 건 아니니까. 어쩌면 나는 ‘사진은 복제에 불과하다’ 라거나 앤디워홀의 작품을 키치라며 비웃었던 과거의 이들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우물 속에 갇혀 하늘은 올려다보려고도 하지 않는.     

 하지만 나름의 자기 방어를 하자면, 그래도 나는 컨버전스를 다시 찾아갈 만큼 조금은 덜 고리타분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훗날 사진만으로도 전시를 열 수 있고, 복제의 복제의 복제도 인정을 받는 시대가 도래 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는 것에 비하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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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솔을 든 여인 - 모네부인과 그녀의 아들


 인생의 모든 첫 경험은 중요하다. 첫인상, 첫 시험, 첫 만남, 첫키스 등등. 나의 ‘첫’ 컨버전스 아트는 앞서 언급한 <모네, 빛을 그리다 展> 이었다. 나는 그 전시에서 디지털이기 때문에 볼 수 있는 것들을 보았다. <인상, 해돋이>의 배가 움직이는 것을 부둣가에 서있는 것처럼 바라볼 수 있었고, 그의 뮤즈 카미유가 바람에 흩날리는 걸 물끄러미 응시할 수 있었다. 비록 원작이 아니어도, 지금의 시대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감명을 줄 수 있다는 걸 그 때 알았다. 눈앞에 펼쳐진 지극히 ‘모네적인 공간’이 컨버전스 아트에 대한 덥수룩한 의심을 슥 하고 털어내 주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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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전시가 모네라는 예술가 자체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면  현재 진행 중인 <모네, 빛을 그리다 展>의 두 번째 이야기는 ‘지베르니 정원’>을 주제로 한다. 지베르니는 모네의 연작시리즈 중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평가 받는 ‘수련’ 작품이 태어난 배경이자 현재는 매우 인기 있는 프랑스의 여행 방문지이기도 하다.

‘내 심장은 항상 지베르니에 머물었다’

 작품에 있어서나, 모네의 인생에 있어서나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공간인 지베르니를 중심으로 한 이번 전시는 다섯 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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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클로드모네 : 빛의 초대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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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지베르니 연못 : 꽃의 화원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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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미디어 오랑주리 : 수련 연작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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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영혼의 뮤즈 : 그녀 카미유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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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빛의 모네 : 환상의 정원ㅣ
 

 <모네, 빛을 그리다 展> 두 번째 이야기는 이번 전시를 기획한 본다빈치의 전용 전시관에서 펼쳐진다. 뿐만 아니라 ‘스페셜 존’에서는 아르누보 미술을 지향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장승효, 김용민 작가가 자연을 모티브로 작업한 인상주의와 아르누보의 콜라주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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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외에도 ‘모네의 아틀리에’ ‘모네의 식탁’ ‘루앙의 빛’ ‘인상의 향기’ 등의 스페셜 테마 공간을 통해 각종 영상과 오브제를 통해 작품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모네를 느껴볼 수 있는 공간이 준비되어 있다. 특히 ‘인상의 향기’에서는 우리가 종종 간과하곤 하는 ‘후각’이라는 이미지로 인상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모네 첫 번째 전시가 좋았던 또 다른 이유는 그것이 들려준 모네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명제를 진리로 떠받들기라도 하는 것처럼 모든 전시는 필사적으로 '설명한다.' 작가에 대해, 그의 사조와 그가 살았던 시대, 그의 작품, 그의 가족, 모든 것들에 대해. 하지만 가끔은 그런 글자들은 먹기 싫은 밥을 억지로 입 안에 구겨넣는 것만큼이나 지루하고 불쾌할 때가 있다. 딱딱하고 진부한 설명들이 내 발로 직접 찾아간 전시조차도 한 순간에 지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해 <모네, 빛을 그리다 展>서 만난 글들은 꽤나 흥미로웠다. 우연히 듣게 된 도슨트의 차분하고도 흐름이 있는 설명도 그랬다. 그래, 그 전시엔 스토리가 녹아 있었다. 카미유, 인상주의, 정원, 그것들은 구분되어 있었지만 모네라는 바다를 향해 흘러가는 강물처럼 자연스러웠다. 비록 같은 사람에 관한 것이긴 하지만 초점이 약간 다르기 때문에 이번엔 지난 전시와 어떻게 비슷하고, 어떻게 다른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가 된다.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모네와 그의 작품들을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에 빛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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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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