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다비드 프레이와 세종 솔로이스츠가 들려준 '아름다움' - Bach and Beyond

글 입력 2017.09.27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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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마음 잡고 클래식을 들을 일이 몇 없다. 그래서 때때로 찾아오는 특별한 날들이 참 반갑다. 9월 19일 화요일 같은. 내한한 다비드 프레이가 세종솔로이스츠와 협연을 펼치는 날 같은.

Bach and Beyond 라는 타이틀 아래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관현악의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어우러지는 황홀한 피아노의 음색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자리. 다비드 프레이는 '동세대 중 가장 감동적이고 독창적인 바흐 연주자'라고 평가받는 피아니스트로, 세계가 주목하는 연주자다. 또한 세종 솔로이스츠 역시 CNN이 '세계 최고의 앙상블 중 하나'라고 극찬한 바 있으며, 카네기홀과 케네디센터 자체기획공연에 초청받은 유일한 한국 단체이기도 하다. 독창적이고 신선한 연주를 보여주는 아티스트들이 어떤 무대를 보여줄지 기대감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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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한 후에 안내화면이 떠 살펴보니, 기존에 편성되었던 곡의 순서에 변화가 생긴 모양이었다. 다시 한번 프로그램북을 살피고 무대에 집중했다. 바이올린을 비롯해서 첼로까지, 아름다운 선율의 주인공들이 올라오고, 은은한 조명이 비치는 무대 위로 악기들은 반짝거렸다. 스토콥스키의 편곡 버전인 아리아 곡을 첫 순서로 듣게 되었는데, 어디서 들어본 듯한 멜로디가 계속 귓가에 들려 흥미로움을 자극했다. 낭만적이면서 사랑스러운 곡이었다. 그 다음 곡은 베토벤의 '세레오소'로, 격렬하면서도 섬세하고 감성적인 선율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아주 가느다란 선율들이 조화롭게 교차되는 음악의 풍경. 자꾸만 먹먹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왜 최고의 연주라고 찬사를 받는지 알 것 같았다.

다비드 프레이의 연주는 세종 솔로이스츠의 연주에 부드러우면서 강렬하게 어우러졌다. 관현악과 피아노의 선율이 함께 어우러지자 무대 위는 좀 더 화려해지고 풍부해졌다. 음악이 마치 극과도 같아서, 밝았다가, 느렸다가, 서정적이었다가 하며, 감정을 줄타기하게 만들었다. 이번 공연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곡은 '어거스타 리드 토머스'의 '아련한 기억 속의 속삭임'이었다. 이 곡은 세종 솔로이스츠를 위해 맞춰진 곡인데, 연주자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살릴 수 있는 곡으로 만든 것이라 전했다. 실제로 곡이 연주되기 시작하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각 악장들은 '기도, 의식, 자장가, 의례, 주문' 이라는 개별적인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는데, 각 악장마다 특유의 분위기가 너무도 강렬하고 독특해서 아직도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음악이 언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대화, 발표, 수다, 속삭임, 노랫말. 음악을 듣자 아름다운 단어들이 떠올랐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다비드 프레이와 세종 솔로이스츠의 아름다운 협연. 공연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어둑해진 하늘이 나를 반겼다. 별은 안보이는데 괜히 별이 보이는 기분이다. 자꾸 반짝거렸다. 아름다운 음악이 아름다운 밤을 만든다. 기분 좋은 연주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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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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