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책, < 인생의 일요일들 >. 나의 여행은 어땠나

글 입력 2017.09.26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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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강 후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평화롭고 나른했던 생활은 갑자기 예민하고 정신없는 나날로 돌변했지만, 정신없는 와중에 틈틈이 책을 꺼내읽을 때의 시간만큼은 언제 바빴냐는 듯 천진난만하고 정적으로 흘렀다. 사소한 일상의 과제들로 피곤해하는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저자가 그리스에서 겪은 기억들은 내가 겪을 수 없을 것만 같은 다른 세계의 것으로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저자가 겪은 그리스에서의 경험들이 부러웠다. 저자 역시 자신의 일상에 치여 사는 사람이지만, 여행을 통해 잊고 있었던 순수함과 힘들 때마다 꺼내어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추억들을 잔뜩 담아온 것 같아 보였다. 저자는 이 보석들을 마음 속에 간직해두고 일상에서, 앞으로의 삶에서 종종 꺼내어 볼 것이다. 차고도 흘러 넘쳐 나도 읽고 있을 정도이니 본인은 얼마나 그 마음이 충만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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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4. 숙소에서 바라본 오사카 저녁 노을.


 최근에 다녀온 여행을 생각해보았다. 부모님과는 많은 여행을 다녀보았지만, 친구랑은 처음 가는 여행이었다. 아무래도 처음이다보니 안전에 너무 많은 신경을 썼던 것 같다.


 나는 이 여행에서 무엇을 얻어왔지?


 반추를 해보아도 매 순간 돈과 시간을 걱정했던 기억 뿐이었다. 카이유칸 수족관에서 가오리를 만졌던 기억을 제외하고는, 더운 날씨와 빨리 숙소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만 했던 것 같다. 그땐 모든 게 불안했었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어보고, 조금 더 많은 곳에 눈길을 줄 걸. '처음으로 내 힘으로 다녀온 여행이다!'라는 생각 외엔 그 여행에 대해 아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던 내 자신이 놀랍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일본 여행이 아쉬움의 모습으로 떠오를 줄은 몰랐다.


 스스로 하는 여행이 처음이어서일까?
 너무 적은 기간 동안 여행을 다녀와서일까?
 낯선 장소에 더 오래 있었어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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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문득 고개를 들어 바라본 하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았지만, 책을 덮을 때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시간과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고. 8월 3일의 나는 아마 그리스에 가서 저자와 똑같은 지역을 거닐었어도 그처럼 많은 보석들을 담아오지 못했을 것이다. 일요일이 주는 위안은 달력에 명기된 '일'이라는 단어가 주는 것이 아니듯, 저자가 얻은 감탄과 깨달음, 추억과 일상을 살아갈 힘은 결국 스스로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그리스는 그에게 일상을 벗어나 별과 사람과 풍경을 통해 스스로를 만나게 해줄 촉매제의 역할 정도였을 것이다.

 눈과 귀와 마음에 더 많은 것을 담아가려 하지 않는다면, 가치 있는 것을 쉬이 얻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나의 생활을 피곤하게 하고, 일상을 전쟁 같이 만들고, 매일을 월요일처럼 만든 건 나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무도 그러라고 하지 않았는데, 개강 후 나는 매일 쫓기듯 살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평일에 맛있고 푸짐한 식사 한 번 하지 못했다.

 조만간 하루동안 시간을 내서 혼자 바람쐬러 가야겠다. 맛있는 거 많이 먹고, 호의 어린 시선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며, 누군가를 만나면 진심을 다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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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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