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트라우마로 기억되는 참사가 있다.
“세월호 참사”
그 당시 필자는 21살 이었으며
가족들과 집에 있었다.
아주 뚜렷하고 선명하게 기억난다.
tv속에 속보로 올라오는 뉴스들과
초조하게 흘러가던 시간들.
그리고 꿈만 같았던 “전원구조”의 오보까지...
그 당시 나는 아주아주
거대한 무력감에 휩싸였다.
“아무것도 할 수없다는 무력감”
“나의 존재는 정말 먼지같다는 무력감” 그리고 “분노”
네모난 방안에 흐르던
무거운 공기를 촉감으로 기억한다.
아무말도 어떤말도 나오지 않았던 처참한 상황들....
그 시간들이 흐르고 흘렀다...
진실의 세월호는 인양이 되었고,
돌아오지 못했던 학생과 선생님,
일반인들이 하나둘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조금은 무뎌졌을까?
생각하고 펼쳐본 ‘엄마, 나야’ 시집
반도 읽지 못하고 또 시집을 닫아야 했다.
아직은 많이.. 아직은 너무나 너무나 많이 아프고 아프다.
바람과 구름과 빛과 호연이와
엄마, 나야
모두들 내 생일 축하하러 온 거, 맞죠?
따뜻하게 입고 온 거, 맞죠?
바람.
구름.
빛.
더러워질 줄 모르는 것들
여긴 그래요
갓 구운 빵 냄새가 가득하고
야구공의 포물선이 까마득하게 아름다워요
캐치볼을 하고 기타를 치고 책을 읽으며
부푼 꿈을 꾸고 또 꾸어도 부족하지 않은
넉넉한 하루
25시간보다 훨씬 더 긴 하루
하루와 하루가 찰랑찰랑 잠 없는 꿈처럼 이어져서
모든 시간이 그저 하루나 마찬가지
여기선 한꺼번에 다 보여요
내가 태어난 그날부터
내가 없는 나의 생일까지
중략
보고 싶었어요
보고싶어요
보고 싶을 거에요
애타게요
그럴 때는 살짝 고개를 돌려 옆을 봐요
내가 팔짱을 끼고 있을 테니까
바람
구름
빛
더러워질 줄 모르는 것들
나는 그렇게 곁에 있을 테니까
-그리운 목소리로 호연이가 말하고, 시인 신해욱이 받아 적다
나는 그림 편지, 주아에요
난 연두빛 가득한 봄날에 태어난 아이
난 하얀 초승달처럼 매력적인 눈웃음을 가진 아이
난 그름을 기차게 잘 그리는 아이
난 딸바보 아빠를 둔 아이
난 씩씩한 엄마를 둔 아이
난 다정하고 든든한 언니를 둔 아이
난 오롤라처럼 한없이 친구를 사랑하는 아이
난 노란 감꽃처럼 환한 기억을 품고 있는 아이
난 그런 아이 나야 나 주아!
(중략)
자 모두 나 대신 크게 외쳐줄래?
아빠 안녕!
엄마 안녕!
언니 안녕!
친구들 안녕!
그리고 내 생일을 축하해주러 온 모든 사람들 안녕 안녕!
내가 보고 싶을땐 어디에서고 이렇게 속삭여봐
주아 안녕!이라고
그러면 나도 귀 쫑긋 세워 다정하게
두 손을 나팔처럼 펼치며 이렇게 대답해줄게
그래 나야 나, 사랑스러운 주아!
-그리운 목소리로 주아가 말하고, 시인 유현아가 받아적다.
계절이 돌아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낙엽이 지고 시간이 흐른다면
이 아픔에 새싹이 돋아 날 수 있을까?
필자가 이 시집을 다 읽을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
부디 이 시집을 다 읽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