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쁜 페미니스트를 읽고 [문학]

글 입력 2017.09.1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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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나쁜 페미니스트’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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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도서관에서 우연히 이 책을 접했다.
연한 핑크색의 표지가 맘에 들었고
깔끔한 책의 제목이 맘에 들었다.
그래서 책을 빌렸다.
 
난 페미니스트에 대해 잘 모른다.
단어의 의미조차 몰랐다.
나는 논리적으로 사람들을
설득할 자신도 힘도 없다.
피곤한 논쟁들이 열리지만, 난 그럴 생각은 없다.
그냥, 너무 평범한 한 여대생이 한 책을 읽고
느낀 생각을 적어보려 한다.
 
책을 읽고, 나 에게도 겪은 차별이
존재하는 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런 순간이 있었을까? 없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꽤 많이 있었고, 나는 한 부분의
이야기만을 해보려 한다.
 
나는 어릴 때 ‘여자니까’ 라는
말을 참 많이 들어온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충분히 화가 날 일이지만
그때는 그럴 이유도 없었고, 그냥 흘러 보냈다.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좋지 않은 말들을 담고 있고,
계속 되새기고 곱씹는다면 나만 고통받을 것이다.
그러니 그냥 흘러버리자.

(정작 그 말을 내뱉은 사람은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법을 터득했다.
그래서 상처도받지 않았다.
아니 그랬다고 생각했다.
 
나에겐 남동생이 한 명 있다.
언젠가 동생이 누워있었고
난 아무 생각 없이 동생의 다리를 넘어갔다.
동생이 내 앞에 있었고, 길을 막고 있었고,
굳이 돌아갈 이유를 못 느꼈다.
그런데, 할머니께서 화를 내셨다.
동생의 다리를 넘어갔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난 어린 나이에, 황당한 나머지
‘그럼 여자가 누워있으면 넘어가도 되나요?’ 라고 여쭤봤다.
나에게 돌아온 대답은 ‘그럼’ 이었다.
 
난 이런 상황들 속에서 자라왔고,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신기한 건, 그 이후로 동생을
넘어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 앞을 막고 있으면 굳이 돌아서 지나가고,
어릴 적 하는 그런 장난조차 못했다.
나는 동생이 이런 상황에 익숙해져서
옳다고 받아들이지 않기를 바랐다.
은연 중 당연히 받아들이 지도 않기를 바랐다.
지금도 그렇다.
 
또한, 아빠가 장난스럽게 던지는 농담,
어쩌면 진심일 그런 말들.
나도 웃으며 넘겼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닌가 보다.
그 농담들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이야기들이,
동생과 은연중 느낀 차별들,
그 모든 것들이 상처로 남았다.
난 상처받지 않은 척 했던 것이다.
난 슬펐고, 지금도 슬프고 화가 나며 상처받았다.
너무 무뎌 져서 그런 것도 몰랐던 것 이다.
 
부모와 자식. 가족이라는 존재가
때로는 너무 많은 걸 요구한다.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슨 말을 해도
사랑할 것을 알기에 서로 너무 많은 상처를 남겼다.
툭툭 던지는 그 말들이 상처로
남을수 도 있다는 걸 왜 몰랐을까.
때로는 사랑한다는 말보다 미안하다는 말이
먼저라는 것을 왜 몰랐을까.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였고,
너무 어이없는 상황 속 무뎌 져버렸다.

더 이상 쿨한척, 착한척 하면서 살고 싶지 않다.
난 내가 겪은 차별에 상처받았고,
지금도 사라지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게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다.
당연한 것은 없다.
그 많은 시간과 상처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더 이상 그런 상처를 받고 싶지 않을 뿐이다.
 
페미니스트에 관한 것이라 생각한 이 책은
그것 뿐 만에 관한 책이 아니었다.
여자와 남자를 넘어서서 모두가
받을 수 있는 상처들에 관한 이야기다.

은연 중 듣는 뼈 있는 말들, 너무 당연해서
그게 잘못인지 아닌 지도 모르는 사람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너무 많은 편견들에 관한 이야기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생각 해 봤으면 한다.
차별을 한 적이 (혹은 받은 적이)없는 걸까,
그런 적이 없다고 믿고 싶은 걸까?
상처가 없는 걸까, 상처가 없는 척 하는 걸까?


[나정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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