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콜레트 처럼 살고 싶어! - 오늘은 바람이 좋아, 살아야겠다! @김상미

시인이 사랑하고 사랑한 작가 11인의 창작노트
글 입력 2017.08.25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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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트 처럼 살고 싶어!"

오늘은 바람이 좋아, 살아야겠다!
- 시인이 사랑하고 사랑한 작가 11인의 창작노트 -


나무발전소 오늘은바람이좋아 살아야겠다 _ 평면.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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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하나를 늘 책에 꽂고 다녔다. 지하철에서, 도서관에서, 카페에서. 어디를 가든지 꼭 이 책과 연필을 함께하려고 했다. 책을 괴롭히듯이 읽은 것 같다. 연필로 인한 흑연 자국, 구김, 자잘한 흔적들.. 책을 읽다가 지극히 평범한 문장임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에 들면 줄을 가감 없이 그으며 정말 즐겁게 읽었다. 프란츠 카프카, 마르키 드 사드, 르네 샤르 잉케보르크 바흐만, 고골, 폴 발레리 거투루드 스타인, 애드거 앨런 포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카렐 차페크, 나보코프. 누구나 한 번 쯤은 들어본 적있는 작가들일 것이다.

처음 이 책을 펼쳐 들고 프롤로그에 적혀있는 "모든 예술을 타임머신이다"고 이야기하는 작가의 글을 읽을 때는 그냥 붙이기 좋은 이야기 정도로 생각했다. 원래 프롤로그는 그 책을 사고 싶게 만드는, 그런 정도의 다소 가볍고 유혹을 위한 글이 너무나도 많았기에.. 하지만 그런 내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상상을 통해 만나는 11인의 문학인들의 이야기는 작가 한 파트 한 파트가 뇌리에 강하게 남겨졌다. 그들이 살았던 장소와 그들이 사랑했던 사람과 그들의 문학, 즉 그들의 삶 전반을 옆에서 지켜보는 듯 자연스럽게 이끌어주었다.

나는 뮌헨과 프라하 간 도시 순환 특급열차를 탄다. 지중해를, 우크라이나를, 남프랑스를, 체코의 프라하 등을 여행하며 11명의 작가를 만났다. 그들이 무엇을 먹고 마시고 누구와 교류하며 이야기를 하는지를 옆에서 지켜보았다. 단순한 지켜봄이 아닌, 보면서 내가 원래 아는 사람인양 '공감'하게 된다. 감정이입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들의 산물인 작품에도 더 관심이 가게 되더라. 시에, 소설에, 그들의 이야기에.. 이들의 작품을 천천히 읽고 다시 한 번 그 작가의 파트를 읽는다면 나는 또 다른 곳에, 더 많은 곳에 연필로 밑줄을 긋고 있지 않을까. 더 많은 감정을 느끼고 공감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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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 특급열차를 타고서 만난 프란츠 카프카. 언제인가 학생 때 읽은 <변신>(1915)의 기억이라곤 몇 조각 남아있지 않지만, 그 독특한 내용과 찜찜한 기분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서늘하고도 예리하게 순수한 공포를 표현한 작가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독자들을 알 수 없는 불안에 떨게 하고, 압박하는데 그가 사용하는 단어는 너무나도 태연한 일상어이다.

그는 일반 사람들이 보고, 듣고, 잡고, 말하는 것 너머에 있는 것을 글로써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싶어 했다. 그가 죽을 때 까지 말이다. 누군과 사랑에 빠지지도 않은 채, 문학 밖에 없었던 삶을 엿 볼 수 있었는데 밀레나와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 가슴 한 켠을 아련하게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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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키 드 사드 후작은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나게 된 작가이다. 다소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한 작가. 도대체 그는 어떤 사람일까? 이러한 궁금증이 채 가시기 전에 이 책은 친절하게도 사드와의 인터뷰가 이루어졌다. 이 인터뷰와 같은 형식이 뒤에 더 많았으면 했지만, 그러지는 않았던 점이 아쉽다. 정말 사드가 살아나와 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듯 했기에 꽤 많은 장수를 차지한 이 인터뷰는 보는 내내 참 흥미진진하더라. 정말 '지옥'에 다녀와 본 사람인 양 이야기 한다. 보통의 사람들은 상상하기도 힘든 그 모든 잔혹한 행위들을 글에 써내려 간 사드는 과연 '예술을 위한 예술'을 한 것으로만 여겨도 되는 것일까?

사드의 상황과 삶을 아는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도 그를 매정하게 내치며 비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란 그러한 공상 뿐이지 않았을까. 이해가 되면서도 이제는 차가운 감옥 바닥이 아닌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 곳에서 편히 잠들기를 바랄 뿐이다.

다음에 있는 '르네 샤르'라는 시인의 이야기는 사실 잘 이해를 하지 못하겠더라. 잘 감흥을 느낄 수 없는 시들에 대한 이야기.. 이런 작가도 있고 다른 작가도 있는 것이겠지 하며 읽어 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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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초등학교 교육밖에 받지 못했지만 많은 비평가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만큼 기발하고 직설적이며 맑고 투명한 글을 쓰곤 했던, 시도나 가브리엘 콜레트. 그녀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다음과도 같았다.


은빛 잉크 유리병이 햇빛에 반짝이는 것을
최면에 걸린 듯 정신없이 바라보는 일이며,
신비한 열기가 두 뺨으로
천천히 올라오는 것을 느끼는 일이다.

그것은 또한 시간을 망각하고
마냥 게으름을 피우며 소파에 누워서
녹초가 될 정도로 궁리해 낸
온갖 상상의 세계를 램프의
동그란 불빛이 비추는 흰 원고지에 담아내는 일.

(p.150)


프랑스 여성 중 최초로 국장을 치른 여성이자 당당하고 거침없는 자유분방함으로 더욱 돋보이곤 했던 콜레트. 그녀는 마음이 끌리는 대로 사랑하고 그리고 그것을 글로 표현하곤 했던 여성이다. 그녀처럼 보고 느끼고 마음이 끌리는 대로 물 흐르듯 써내려가고 싶다. "아아 콜레트 처럼 살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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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렐 차페크, 그는 우표만한 정원도, 매일매일 발밑에서 느끼고 싶은 흙 한줌도 없는 내게 몇 개의 화분만으로도 얼마든지 그 화분을 키우고 사랑하는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며 할 수 있다고, 한 번도 가지지 못한 정원에 대한 무한한 향수와 아쉬움을 지금까지도 달래주는 듯 하다. 정원에 관한 이야기를 쓴 작가는 차페크 외에도 있으나, 차페크의 시선에는 천진과 유쾌함이 들어있다.


만일 정원사가
이 세상이 시작된 날로부터
자연도태에 의해 진화해 왔다면,
그는 분명 무척추동물로 진화했을 것이다.

정원사에게 등뼈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p.169)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좋은 글들을 많이 읽어야 한다. 그래서 이들로부터 문학을 배우고, 문학의 정신을 배우고, 문학의 힘을 배우고자 한다. 그들은 문학인들 중에서도 개성이 아주 강하고 대단한 에너지를 지녔으며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문학을 사랑한 작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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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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