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의 끝에는 책임이 따른다, 안나 카레니나

글 입력 2017.08.24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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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안나의 오빠 오블론스키의 집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오블론스키는 그의 아내 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가정교사와 외도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돌리는 오블론스키와 이혼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 때 안나가 등장하게 된다. 이혼의 위기가 찾아온 오블론스키의 도와달라는 편지를 받고 안나는 그들을 돕기 위해 기차를 타고 떠난다.

 안나는 돌리와의 진솔한 대화로 그들을 중재하고 가정파괴를 막는다. 한 가정의 파괴를 막는 순간이었지만, 그 순간은 안나가 파멸의 길로 걸어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안나는 오블론스키의 집으로 떠나는 길에 젊은 귀족 장교 블랜스키를 만나게 된다. 잠시 스쳐지나가는 짧은 순간 이었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강하게 끌리게 된다. 누가 봐도 화려하고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는 것 같았던 안나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녀보다는 사회적 지위와 체면을 우선시하는 남편 카레닌의 냉철함에 지쳐 결혼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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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나와 블랜스키는 자석처럼 서로에게 이끌려 ‘사랑’ 이외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열렬히 사랑한다. 항상 교양 있고 정숙한 아내의 모습으로 살아왔던 안나에게 블랜스키와의 사랑은 ‘자유’ 와도 같았다. 자신의 선호보다도 남편의 지위와 명예를 생각하고 행동해야하는 숨 막히는 생활 속에서 안나는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는 명분이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나에게 주어진 자유는 곧 안나에게 독이 되었다. 블랜스키와의 사랑으로 딸을 갖게 되고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 하지만 자신의 지위와 체면에 예민한 카레닌은 이혼을 승낙하지 않는다.

 결국 안나와 블랜스키의 불륜을 모든 상류층 사람이 알게 되고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된다. 안나는 자신의 처참한 상황을 감당하지 못해 점점 미쳐가고 블랜스키에 대한 집착 또한 심해진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블랜스키 또한 지쳐간다. 결국 안나는 이 모든 상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기차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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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적 ‘사랑’ 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기쁨, 행복, 즐거움 등의 긍정적인 느낌의 단어에 가까웠다. 하지만 성인이 된 후에 생각해 본 ‘사랑’ 은 결코 긍정적인 느낌만 갖고 있는 단어가 아니었다. 증오, 분노, 혐오 등의 부정적인 느낌의 단어 또한 사랑이라는 의미 속에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랑은 양날의 검처럼 앞뒤가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다. 사랑하는 대상과 사이가 좋을 때에는 평소에는 느껴보지 못할 만큼의 큰 기쁨을 느끼게 되지만, 상대방과 사이가 좋지 않을 때, 혹은 끝이 안 좋게 끝날 경우에는 회복할 수 없을 만큼의 큰 분노와 슬픔을 느끼게 된다. 안나의 경우 사랑의 양면성을 극단적으로 겪은 인물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안나의 극단적인 경우를 보며, 그리고 여러 모습의 사랑을 지켜보며 느낀 것은 사랑의 끝에는 항상 책임이 뒤 따르고, 그 책임을 지지 않은 사람의 결말은 불행하다는 것이다. 안나가 가정과 아들에 대한 사랑을 책임 졌더라면, 그리고 유부녀임에도 불구하고 블랜스키와 사랑에 빠진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책임졌더라면, 그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블랜스키 또한 유부녀인 여자를 사랑하게 된 자신의 행동을 책임졌더라면, 비난의 시선 속에서도 안나와의 사랑을 지켜낼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요새 소설과 영화 등등의 대중매체에서 ‘사랑’ 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척 불륜을 미화하는 작품들이 많아 적잖이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안나 카레니나는 ‘불륜의 끝은 파멸이다.’ 라는 메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이다’ 같은 작품이었다. 본능에 이끌려 가정을 버리고 사랑을 택한 안나와 약혼녀를 버리고 본능적인 끌림을 택한 블랜스키의 사랑은 처음엔 치명적이고 자극적으로 비춰졌지만, 미쳐가다가 기차에 몸을 내던져 비참하게 죽은 안나의 모습은 마치 ‘불륜은 사랑이 아니다. 불륜의 끝은 파멸이다.’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사랑은 언제 어디서 찾아올지 모르는 특별한 감정이지만, 상황에 따라 순간에 따라 그 감정이 자신이 책임질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본능에만 이끌린 사랑은 삶을 파멸의 길로 이끌 것이다.





이미지출처: 네이버 영화


[박윤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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