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작은 카메라에 담아온 속초의 하루 [여행]

짭쪼름한 바다 냄새와 정겨운 풍경, 강원도 속초 출사노트
글 입력 2017.08.18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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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어린 시절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경험이 하나 있었다. 바로 ‘나 홀로 여행’인데, 겁도 외로움도 많은 나에게 낯선 곳을 홀로 누비는 행위는 생각보다 큰 용기를 요했다. 다양한 핑계로 여행을 미루고 미루던 끝에 방학이라 시간적 여유도 많겠다, 카메라도 고쳤겠다, 잠들기 전 즉흥적으로 행선지를 정하고 속초로 향하는 버스표를 예매해 버렸다. 일정도 거창하게 짜지 않았다. 한창 카페투어에 빠져 있던 시기라 가보고 싶은 카페 두 곳을 점찍고, 조용한 숙소를 잡은 다음 여유롭게 해변을 왔다 갔다 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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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내리는 속초의 버스터미널. 나는 바다 사진을 찍으러 왔는데……. 기상청의 얄미운 일기예보가 나를 맥 빠지게 했다. 하는 수 없이 숙소로 향하던 길에 굉장히 토속적인 재래시장을 마주했다. 비릿한 생선냄새와 채소뿌리의 흙내음은 생소하지만 정겨운, 묘한 아이러니를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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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일가게의 탐스러운 복숭아. 벌레 먹은 이파리가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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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행선지는 정말 가보고 싶었던 공간인 글라스하우스. 갈색 테이블에 스콘과 마들렌을 판매하는 흔한 망원동 느낌의 카페가 아닌, 탁 트인 바다 뷰에 미니멀리즘을 더한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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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식사를 마친 후 근처 호숫가를 산책했다. 흐린 날씨는 맑은 하늘대신 선선한 바람을 선사했다. 알록달록한 조명과 시원한 날씨, 그리고 할머니 악단의 버스킹까지, 조용하고 예쁜 밤을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무엇보다 관광객이 많이 없어 조용히 산책하기에 딱이었는데, 택시 기사님의 말씀을 빌려보자면 속초는 타지인과 현지인이 밀집한 지역이 분명하다고 한다. 동해바다가 유명한 지역이라 바닷가와 등대 부근에 관광객이 많고, 내가 방문한 청초호의 경우에는 지역 주민이 대부분이라는 것. 뜻밖의 보물찾기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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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자리가 바뀐 탓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뒤 등대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역시나 날이 흐려 기대했던 에메랄드빛 동해바다는 볼 수 없었지만 흐린 바다를 이례적으로(?) 담는 일도 나름의 의미를 지닌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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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랑해안길을 쭉 거닐며, 예쁘게 진열된 방파제를 관찰했다. 채도 낮은 인디고빛 바닷물과 회색 돌덩어리의 조화도 나름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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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던져놓은 음료수 병이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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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색 깃발의 곡선이 꼭 잔잔한 파도의 모습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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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이 잔뜩 슬어 울긋불긋한 방파제에 더해진 빨강과 파랑은 하나의 풍경처럼 조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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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수욕장으로 내려가 엷은 파도를 담았다. 투명한 바다, 푸른 바다, 그리고 그 둘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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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쩔 수 없이 여름 피서객을 맞아야 하는 관광지이다 보니, 예쁜 바다 뒤에 시커먼 건물이 올라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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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닷가를 산책하다 보면, 축축한 모래가 신발에 자꾸만 들러붙는다. 결국 서울까지 함께 오게 된 강원도 모래사장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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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은 여행을 마치고 속초에서의 기록을 정리하던 와중 ‘사진을 찍는’ 행위가 지니는 의미를 다시 한 번 고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에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영화를 추천받아 감상하게 되었다. 사진관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 영화에서 극중 인물들은 추억하고 싶은 순간, 기억되고 싶은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다. 이렇게 사진이라는 매체는 기억의 파편이, 깃발이, 나침반이 된다. ‘시각’을 전달하는 사진을 찍으며, 청각, 촉각, 후각…, 그리고 오감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카메라에 담는다.

 여행을 다녀 온지 벌써 3주가 지났다. 나는 아직 사진 속 파도의 물결을 보면 그날의 흐린 날씨와 습한 바람을 떠올리고, 토실한 복숭아를 보면서 왁자지껄한 속초 재래시장 상인들의 목소리를 되새긴다. 비릿한 생선 냄새가 나는 것만 같기도 하고.

 어쩌면 내가 찍은 것은 단지 속초의 풍경이 아닌, 속초의 생생한 순간일지도 모르겠다. 소중한 기억을 담을 수 있도록 도와준, 나의 작은 카메라에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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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 문화리뷰단 신예린


[신예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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