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올리비에 라트리 내한공연을 다녀오다 [공연예술]

처음 듣는 오르간 소리는 천국의 소리였다
글 입력 2017.08.14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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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오르간의 소리를 들었다. 천국의 소리었다.

  때는 8월 3일 목요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올리비에 라트리 - 내한 공연>을 통해서였다. 사실 공연의 존재를 바로 전날에서야 알게 되어 급하게 표를 찾았다. 다행히 몇 개의 좌석이 남아있었고 비록 예매한 좌석은 시야 방해석이었지만 내가 갈 수 있는 자리가 남아있음에 감사한 마음으로 공연을 기다렸다.
 
  오르간 공연은 처음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그간 꾸준히 오르간 공연을 해왔다는 것도 이번에서야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오르간을 잘 모르는 것도 있지만 일단 오르간을 들으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평소 클래식 공연을 보러 가기 위해 (오르간이 없는) 예술의 전당을 자주 가다 보니 점점 오르간의 존재에 대해 잊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최근에 바흐에 대한 글을 쓰다가 그의 오르간 곡을 몇 개 찾아 듣게 되었고, 자연스레 오르간이란 악기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난 것이다. 그저 영상으로만 접하고 스피커로 들었을 뿐인데도 가슴 떨리게 만드는 소리였다. 오르간에 대한 자세한 지식은 없었지만 오르간이 만들어내는 음악은 진정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공연장을 찾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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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차피 실내에서 하는 공연이라지만 쾌청하고 맑은 날씨라서 더욱 좋았다. 잠시 건물 밖으로 나가 하늘을 봤더니 핑크색으로 물들어가며 노을 지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리고 사람들의 얼굴을 잠시 둘러봤다. 나뿐만 아니라 이곳에 모인 사람들, 오늘의 공연을 무척이나 기대하고 있는 게 보였다. 공연 직전의 설레는 표정은 숨길 수 없는 법이다.
 
  공연장에 들어가 파이프 오르간을 바라봤다. 내 자리에서부터 오르간까지는 거리가 꽤나 있어서 그런지 분명 오르간은 커다란데 조금은 까마득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곧이어 연주자 올리비에 라트리가 무대 중앙에 들어와 연주를 시작하니, 그 거리감은 오르간의 소리로 빈틈없이 메워졌다. 정말이지 소리가 두 귀를 타고 들어와 머릿속까지 꽉 채웠다.
 
  그렇게 처음으로 듣는 오르간 소리는 비현실적인 느낌이었다. 같은 공간에서 나는 소리인데 저기 어딘가 아득한 곳에서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만약 사후에 저세상으로 가는 길이 있다면 그 길목에서 오르간이 울리지 않을까?라고 말이다. 한마디로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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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리비에 라트리는 오르간이 다양한 연주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듯 곡마다 부드러운 연주와 열정적인 연주를 오갔다. 1부에서는 <바흐 - 칸타타 제29번 중 신포니아>, <멘델스존 - 엄격변주곡> 등을 연주하며 관객들에게 차근히 오르간 소리를 들려주기 시작하다가 2부에선 <하차투리안 - 칼의 춤>, <파야 - 불의 춤> 등 멜로디가 강렬한 곡들을 들려줬다. 1부와 2부의 세트리스트가 다른 색을 띠고 있었기 때문에 관객의 입장에선 여러 곡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오르간은 그 규모에 어울리는 웅장한 소리로 사람을 황홀하게 만들었다가 때론 예상치 못한 세심한 연주로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었다. 정말 '아득해진다'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악기다. 단지 큰 소리를 낼 줄 아는 음량 때문만은 아니다. 오르간이 가지는 고유의 소리, 하나 아닌 여러 음색, 넓은 음역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악기이면서 동시에 여러 소리를 들려주고, 높낮이를 크게 달리하며, 기다란 파이프를 통과한 공기의 떨림이 들려오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듣는 입장에선 묘한 느낌을 받게 된다.




 
  공연 시작 전에 라트리가 연주해주길 바라는 즉흥곡을 쓰는 이벤트가 있었다. 아는 곡이 별로 없었지만 몇 개 아는 곡 중에서 그래도 BWV565를 가장 듣고 싶어 작은 포스트잇에 적어냈다. 안타깝게도 즉흥곡 시간엔 다른 곡이 연주되었는데 그의 앵콜곡 중 두 번째 순서에서 BWV565이 연주되었다. 첫 도입부를 듣는 순간 나는 기쁨의 탄식을 내질렀고, 다른 관객들의 입에서는 기쁨의 환호가 쏟아져나왔다. 기대에 걸맞게 올리비에 라트리의 연주는 깔끔했고 그렇게 고전의 진수를 보여주며 공연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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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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