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X공감] in my shoes : 경주 여행

글 입력 2017.08.09 16:45
댓글 1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공간X공감]
: in my shoes
 
<경주 여행>

    
 
 무더위가 절정에 이르렀던 8월 초. 여름휴가로 역사의 도시 ‘경주’에 다녀왔다. 이 무더운 여름에 바닷가도 아닌 왜 하필 경주냐고 물을 수도 있다. 그렇다. 사실 나도 넓고 푸른 바닷속으로 뛰어들고 싶었다. 시원한 바닷물 속에 몸을 풍덩 담그고, 물장구치며 놀고 싶었다. 그런데 처음 경주를 가자고 제안했던 일행은 “안압지 꼭 봐야 해”라며 나를 설득했다. 야경이 그렇게 예쁘단다. 이 여름에 바다를 포기할 만큼 그렇게 좋을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그래, 바닷가는 사람이 많을 거야.’라며 어느덧 경주행 기차를 예매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아침 10시, 서울역에서 신경주역으로 향하는 KTX를 탔다. 약 2시간의 이동 시간. 나는 영화 ‘싱 스트리트’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가볍게, 음악을 즐기며 볼 수 있는 음악 영화였다. 얼마만의 여행인가. 영화 속 음악과 함께 이따금 보이는 창밖 풍경은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에 대한 설렘을 안게 했다. 특히 영화 속에서 등장했던 'Up'이라는 곡은 설렘과 신나는 감성을 배로 만들어주었다.




 오후 1시쯤 도착한 경주역. 역사의 도시답게 경주역의 외관은 전통적인 느낌으로 꾸며져 있었다. (예뻐서 한 컷) 역을 나서는 순간 더울 거라고 예상했는데, 하늘이 흐린 탓에 생각보다 덥지 않고 적당했다. 급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자, 숨어 있던 태양이 얄궂게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경주의 핫플레이스라는 ‘황리단길’까지 걸어가기로 했는데. 앞으로 끝없이 뻗어있는 길 위에는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 위에서 삼겹살이 익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혹시나 몹시 더울 것을 대비해 손 선풍기도 가득 충전해왔는데, 고장이 났는지 작동하지 않았다. 순간 눈앞에 푸른 바다가 스쳐 지나갔다.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것인가.... 하지만 곧 후식으로 먹기로 했던 인절미 아이스크림을 위안 삼아 떠올리며, 우리는 뜨거운 태양과 맞서 황리단길로 향했다.


경주역.jpg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황리단길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가게 앞에 줄을 서고 있었다. 인터넷 상에서 유명한 맛집들이었다. 우리는 땡볕아래 서 있는 그들에게 존경을 표하며, 인절미 아이스크림을 파는 떡집을 향해 홀린 듯 발걸음을 옮겼다. 작은 가게였지만, 자리는 만석이었다. 주문을 하고, 곧 팥빙수 같이 생긴 아이스크림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으니 쌓여있던 짜증이 눈 녹듯 사라졌다. 중간중간 씹히는 고소한 인절미와 달달한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조화가 좋았다. 여기에 시원한 식혜 한 모금까지 마시니 더위가 싹 가시는 것 같았다. 낙원이 따로 없었다. 물론 가게 문을 나서는 순간 이 말은 취소해야 했지만.


인절미아이스크림.jpg


 반쯤 익은 상태로 숙소에 도착한 우리는 한동안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누워있었다. 곧 배꼽시계가 울려댔다. 저녁 시간이었다. 우리는 숙소로 오기 전에 사 온 삼겹살과 목살을 숯불에 구워 먹었다. 역시 여행의 묘미는 불맛(탄 맛)나는 고기! 그렇게 고기를 한가득 먹고 난 후, 밖이 어둑어둑해질 즈음 우리는 ‘안압지’를 가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해가 좀 지니 그제야 돌아다닐 맛이 났다. 바람이 살랑살랑 옷깃을 스쳤다. 차를 타고 20분 정도 걸려 안압지에 도착하자 길게 줄을 서서 표를 사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순간 눈이 마주친 우리는 사람들이 서 있는 줄로 빠르게 뛰어들었다. (이럴 땐 호흡 척척이다) 그렇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안압지라는 이름 대신 전부 ‘동궁과 월지’로 표기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나는 궁금증이 생겨 기다리는 동안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해보았다.
 
 안압지는 신라 문무왕 때 축조된 신라 왕궁의 별궁 터이다. 신라가 멸망한 이후, 시인 묵객들이 연못을 보며 '화려했던 궁궐은 간데없고, 기러기와 오리만 날아든다.'는 쓸쓸한 시 구절을 읊조렸다고 한다. 그 이후로 이곳은 기러기 안(雁) 자와 오리 압(鴨)자를 써서 안압지(雁鴨池)라고 불렸다. 하지만 1980년대 이곳에서 '월지(달이 비치는 연못)'라는 글자가 새겨진 토기 파편이 발굴되면서, 안압지 대신 '동궁과 월지'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동궁과 월지라... 이름이 익숙하지 않아 다소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압지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 더 이상 쓸쓸하다는 의미가 어울리지 않는 건 사실이었다. 앞으로는 동궁과 월지라고 불러야지.


1.jpg

  
 다행히 금방 표를 얻은 우리는 드디어 이번 경주 여행의 이유이자, 하이라이트인 동궁과 월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입구로 들어서자, 북적거리는 사람들 틈으로 어렴풋이 노란 빛이 아른거렸다. 밤에 불빛이 예쁜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뭘까? 하는 생각을 하며, 길을 따라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러자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우려가 무색할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4.jpg
 
2.jpg
 
5.jpg

 
 어둠 속에서 황금빛의 조명을 받은 별궁과 나무들은 물 위에 고스란히 비치고 있었다. 데칼코마니 작품 같았다. 물 위에 비치는 물체는 보통 뿌옇거나 흐리게 보이곤 하는데, 동궁과 월지는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그 모습 그대로를 담고 있었다. 물속에 현실과 똑 닮은 또 다른 세계가 있는 게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였다. “예쁘다.”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이 모습을 담고자 너나 할 것 없이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도 놓칠세라 얼른 휴대폰을 꺼냈다. 그런데 사진으로는 아무리 해도 눈에 보이는 것만큼 예쁘게 나오지 않았다. (사진보다 10배는 예쁜 듯) 나는 한참을 카메라와 씨름을 하다가, 결국 눈으로라도 잘 보고 가자는 생각으로 천천히, 하나하나 사진을 찍듯 아름다운 풍경을 두 눈 속에 담았다.
 
 그렇게 물가 주위를 천천히 돌며 물 위에 비친 풍경을 보고 있으니, 입가에 노래가 절로 흘러나왔다.

 
출렁이는 물소리와 반짝이는 빛의 조각
흘러가는 저기 빈 배 따라가는 나의 눈길
쉬어가도 좋아요 누워 봐도 좋아요 잠들어도 좋아요
꿈꿀 수도 있어 꿈꿀 수도 있어
 
- 시와, Dream 中 -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안압지 근처를 맴돌다가 밖으로 나왔다.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나중에 꼭 다시 보러 오자.” 우리는 달라진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기약했다. 원하는 꿈을 이루고, 한 뼘 더 성장했을 때. 그때 바라본 경주의 모습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순식간에 지나간 경주에서의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일정을 마친 후 우리는 다시 KTX에 올랐다. 1박 2일간의 일정을 돌아보면서, 경주를 ‘수학여행지’로만 생각했던 지난날을 반성했다. 집에 돌아온 날 밤, 가족들에게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찍은 사진들을 하나하나 다시 보니 그 순간들이 떠올랐다. 땀도 많이 흘렸지만, 원래 고생한 게 더 기억에 남지 않나. 잠을 자기 위해 불을 끄고 눈을 감자 황금빛 풍경이 아른거렸다. 참 예뻤는데. 그곳에는 오래된 것들이 주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새 것에만 익숙해진 요즘, 오래된 것이 지닌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 일은 좋은 경험이었다. 무언가에 뒤쳐진 듯한, 쫓기고 있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주었으니 말이다. 경주에서의 시간은 짧았지만 소중했고, 아름다웠다. 다시 돌아갈 그 날이 너무나 기다려질 정도로.




태그.jpg
 



[송송이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39306
댓글1
  •  
  • 축구왕토끼
    • 시즌 2 포맷이 바뀌었네요~ 글을 보는 내내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응원하겠습니다!
    • 0 0
 
 
 
 

등록번호/등록일 : 경기, 아52475 / 2013.11.20   |   E-Mail :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 박형주   |   최종편집 : 2021.02.25, 22시
발행소 정보 : 경기도 부천시 부일로205번길 54 824호 / 01093608223
Copyright ⓒ 2013-2021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