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15살의 나에게, 영화 '컬러풀' [영화]

어떻게 사람들은 살아내는가.
글 입력 2017.08.1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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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살, 이상하게 그때 당시의 기록이 별로 없다. 나는 그때 당시를 어떻게 살아가고 있었던 걸까. 누가 봐도 반짝반짝 예쁜 아이들을 동경하기도, 당당하면서 인기 많은 아이들을 부러워하기도 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종종 완벽하지 못한 스스로를 싫어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끊임없이 완벽히 갖추려고 노력하긴 했지만, 이상하게 하는 족족 어설프게 실패했던 것 같다. 실패의 끝에서, 결국에는 그 어떤 한계에 도달하는 것, 그것이 삶이라는 사실이 우울했던것 같다. 그것이 ‘천국은 이 곳에 없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컬러풀 표지.jpg
15살의 마코토는 자살했다.


우연히 열 다섯살 때 찍은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급속도로 성장한 몸을 가누지 못해 뒤뚱뒤뚱 걸어가는 모습, 어색하지만 팔딱대는 진심을 세상에 드러내는 웃음. 어설프지만 사랑스러웠다. 누가 이 아이에게 못생기고 뚱뚱하다고 말한걸까. 누가 이 아이를 미워한 걸까. 누가 이 아이에게 너 조금만 고치면 영원히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거짓으로 속삭인 걸까. 누가 이 아이에게 스스로의 잘못을 뒤집어 씌웠는가. 아, 이 아이가 성장하던 시절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주위에서 말로써 죄를 지었다. 세상의 입은 잔인했다. 기억에 다다르자, 대신 가서 화를 내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당신이 잘못한 게 아닙니다.
세상의 입은 종종 따스해요.


컬러풀 그림.jpg


 마코토는 자살하기 전에 이 그림을 남기고 떠났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조용한 물 속에서 있는 느낌,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마코토는 이 그림을 그리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반문이 들어온다. 이상해요. 나도 이상하고, 사람들도 이상하고, 세상도 이상해요. 종종 나는 잘못을 저질러요. 그게 나에요. 사람들도 잘못을 저질러요.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어요. 그렇게 잘못을 저질러 놓고 사랑할 때에는 또 진심이에요. 내가 가장 사랑하던 사람이요, 있잖아요, 언젠가 엄청 큰 잘못을 나한테 저질렀는데요, 또 언젠가 나한테 사랑한다고 했어요. 분명 나한테 잘못을 한 건 사실인데, 그 말은 진심이었어요. 그 말을 듣고 몸이 따뜻해졌거든요. 나도 그래요. 어느 날의 나는 너무 행복하고 천사가 된 기분인데, 어느 날의 나는 말도 안되게 나빠져요. 스스로를 속일 정도로.그런데 나는 그 두 가지가 공존하는 게 무서워요.


컬러풀, 히로카.jpg
스스로에게 혼란을 느끼는 히로코.


저도 알아요. 가끔 저도 그게 무섭습니다. 그 것 때문에 잠을 설치기도 해요. 나는, 그리고 그들은 왜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었는가, 하고 우울해지지요. 사람과 삶에 대한 믿음이 자꾸 흔들려요. 서 있는 것이 버거울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잠시 앉아 봐요. 그리고 한 곳을 응시해보는 거에요. 시간의 힘을 믿어 보자고요. 된다면 하늘을 계속 응시해보는 것도 좋아요. 하늘을 보면, 구름이 둥둥 떠다니는데, 그 곳에 멈춰 있지 않고 서서히 움직여요. 색깔도 다채롭게 달라져요. 새벽에는 새파란 파랑이 온 세상을 감싸요. 그 파랑을 본 적 있나요? 저는 그 시간을 하늘의 기도 시간이라고 불러요. 새들도 그때에는 조용히 날개만 퍼덕여요. 잠깐의 하늘의 기도가 끝나면, 새들이 우는 아침이 시작해요. 매일 하늘은 무슨 기도를 할까요? 모르겠어요. 하지만 하늘이 그렇게 계속 파란색이기만 한 것은 아니잖아요. 어쩔 때에는 우울한 회색이기도 하고, 뭐 그런 거죠.


colorful.jpg





저는 세상이 하늘을 보고 자라,
하늘을 닮아 컬러풀(Colorful)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런 세상을 인식하는 법을
배우면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너무 제 생각이 길었네요. 이 영화가 이런 이미지다, 라는 걸 기억해서 꼭 힘든 어느 날 이 영화를 보길 바래요. 영화 속 이야기를 끌어 와서 이야기 해줄게요.


컬러풀, 친구.png
마코토에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친구가 생긴다.


‘컬러풀’이라는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꿈 보다는 친구를 쫓아 가요. 그게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거라고 생각한 거죠. 처음 그 장면을 목격했을 때에는 이상했어요. 어떻게 인간을 믿어낸 걸까, 하고요. 주인공은 본래 자살할 정도로 인간을 혐오했거든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런 생각이 드네요. 인간은 인간을 혐오하면서 살 수 없다고요. 사랑해야 마음이 편해지는 다정한 것이 사람이라고요. 어쩌면 주인공의 그런 선택은 자기 자신을 믿고 그 사랑을 이어가는, 일종의 삶에 대한 ‘이어나감’일지도 몰라요.


우리는 어떤 종류의 ‘이어나감’을 해야 할까요.


컬러풀 인생을 바꿀 기회를 얻었습니다..jpg




성채윤.jpg
 

[성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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