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미술사와 패션 사진 사이 새로운 예술을 배회하다

보그 라이크 어 페인팅 전
글 입력 2017.08.02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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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 Inspiration
 
한 예술로부터 받은 영감으로 새로운 예술이 탄생한다는 것.
이것이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일인지, 회화역사와 사진 사이 그 긴밀한 관계 사이에서 피어 오르는 역동감과 예술의 숨결을 가까이 느끼면서 깨닫는 시간을 선물해준 보그 라이크 어 페인팅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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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하자 마자 빛이 없는 공간에서 홀로 빛나는 Vogue의 로고, 그리고 오른편에 상영되는 투명인간 사이를 오가는 춤추는 소녀의 영상(정확히는 움직이는 이미지, GIF였다). 작품밖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펼쳐지자 처음부터 피할 수 없이 몰입해버렸다. 지금까지 가보았던 전시회 중에 제일 매력적인 첫인상이리라. 이렇게 처음에 앞으로 펼쳐질 세계를 소개해주는 듯한 영상을 감상하고 고요하고 정적인 느낌의 전시장에서 “초상화” 섹션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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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상화를 한 인물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는 것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초상화는 시간이 흐르면서 단순한 기록을 넘어 인물이 꿈꾸는 자신의 모습, 혹은 화가의 눈으로 본 대상의 모습 등 한 인물로부터 태어나는 새로운 세계를 인물과 함께 표현하는 것이 되었다. 르네상스부터 20세기 표현주의까지 긴 미술사를 거치며 위대한 초상화들이 많이 남겨졌는데, 이 초상화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탄생한 사진 작품들이 초상화 섹션에서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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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공간에서 조용히 빛나는 작품, 하나하나 감상하면서 매번 그 작품의 인물에게 몰입하게 된다. 무엇보다 눈빛, 사진에서 연기하고 있는 모델들을 보면 저절로 눈에 시선이 갔다. 작품의 담긴 이야기를 무언의 언어로 이야기 해주고 있는 듯 했다. 그에겐 어떤 사연이 있을지 이 공간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눈으로 잔잔하게 읊어가는 것도 너무나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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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들의 탄생 배경은 패션이란 것

전시를 볼 때도 이 글을 쓸 때도 계속 기억하려 했다. 특히 정물화 섹션에 들어섰을 때엔 더욱더. 자주 생각해 보지 못해봤을 수록 더 많은 것을 배워 가는 법, 정물 또한 패션 사진에서 예술적 감각을 더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술가들은 이 또한 놓치지 않고 기술과 감각에 회화 작품에서 얻은 영감을 더하여 그들만의 스타일의 작품을 만들어낸다. 작품마다 가진 고유의 정물 배치 하나하나와 그 사이에서 드리워진 그림자, 색의 조화와 대비, 그리고 그것을 포착한 사진작가의 각도, 이 모든 것을 감탄 할 수 있었던 정물화 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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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실 비튼의 작품> 


다음으로는 로코코 섹션과 풍경화 섹션이 이어진다. 개인적으로 파스텔적 색감을 좋아해서 그런지 로코코 섹션에서 좋은 기분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패션이 추구하는 영원한 젊음과 사랑, 그리고 서정적인 풍경이 담겨 있는 작품들.
 
이 섹션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바로 ‘흔들림’이었다. 세실 비튼의 작품에는 다양한 모습과 자세를 취하고 있는 여인들이 나오는데, 자세히 보니 사진에 담긴 선명도 또한 제각각이었다. 완연히 선명하게 찍힌 인물이 있는가 하면 그 순간에 움직인 듯이 흔들린 채로 찍힌 인물도 있었다. 이 차이에서 스며나오는 살아 움직이는 듯한 활기에 사진 속의 살아있는 이야기에 대해서 홀린 듯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작품에 대한 설명을 읽었는데 내가 사진 작가인 그의 의도대로 각각의 인물에 집중하게 된 것이었다. 처음으로 느껴본 ‘흔들림’의 생명력과 그의 의도대로 감상자들을 이끌어가는 그 힘에 대해 느끼고 놀라움을 느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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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실 비튼의 작품> 


전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아방가르드에서 팝 아트까지’. 이 섹션에서는 초현실주의, 입체파, 바우하우스 운동, 팝 아트 등 평범한 형태 그 이상을 추구하는 예술 장르를 포토그래퍼들은 어떻게 이를 그들만의 스타일로 녹여 담아 냈는지 볼 수 있다. 그리고 나 또한 이에 대해 궁금해 보고 싶었던 섹션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회화 작품 앞에 서서 연기를 하는 모델을 담은 세실 비튼의 작품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말 그대로 작품에 작품을 담는 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하고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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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와 사진,
 
전시회를 다녀오고 나서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때 다시 먼저 생각해본 관계였다.
모두들 쉽게 회화는 회화대로 사진은 사진대로 당연하게 생각할 것이다, 나 또한 그랬고. 하지만 보그 라이크 어 페인팅 전을 다녀오고 나선 나도 모르게 그 예술들의 경계에 대해서 확실한 대답을 내놓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보그 라이크 어 페인팅 전에서 내게 보여준 사진 작품들은 그 경계를 흐려 놓는 강렬한 힘을 가진 작품의 세계를 보여주었다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미술사에 관심 많은 이들이라면 사진을 보며 떠오르는 작품을 생각해보고 맞춰보는 것도 전시의 재미있는 포인트가 될 것 이라 생각 된다(내가 그랬기 때문에). 꼭 미술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더라도 회화 작품의 영감을 담은 패션 사진이라는 이 새로운 장르의 예술을 마음껏 감상하고 느껴보고 오는 것 자체 만으로도 너무 의미 있는 전시회일거라고 다녀온 이로서 모두에게 말해 주고 싶다.
 
 
[오예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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