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여우락 페스티벌-아는노래뎐

두 소리꾼들이 초대하는 국악의 세계
글 입력 2017.08.01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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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판소리, 국악에 대해 무지하다 할 만큼 익숙하지 않아서, 여우락 페스티벌에 가기 전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편곡을 했다고 해서 기대 반, 걱정 반인 마음을 안고 객석에 앉았다. 무대가 시작되기 전에 팜플렛을 읽어봤다. 국악 신동으로 알려져 있던 유태평양과 판소리와 가야금, 창극 배우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장서윤이 꾸미는 무대라고 한다. 내 또래 나잇대의 판소리꾼들이라니, 나와는 멀다고 생각하는 세계에 몸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앞산도 첩첩하고 뒷산도 첩첩헌디 혼은 어디로 향하신가
황천이 어디라고 그리 쉽게 가럇든가 그리쉽게 가럇거든
당초에 나오지를 말았거나 왔다가면 그저나 가지

노던 터에다 값진 이름을 두고가며 동무에게 정을 두고 가서 
가시는 임을 하직코 가셨지만 세상에 있난 동무들은 백년을 통곡헌들
보러 올줄을 어느 뉘가 알며 천하를 죄다 외고 다닌들
어느 곳에서 만나 보리오 무정허고 야속헌 사람아
전생에 무슨 함의로 이 세상에 알게 되야서

각도각골 방방곡곡 다니던 일을 곽 속에 들어서도 나는 못 잊겄네
원명이 그 뿐이었든가 이리 급작스리 황천객이 되얏는가
무정허고 야속헌 사람아 어데를 가고서 못오는가
보고지고 보고지고 임의 얼굴을 보고지고

<추억> 中



무대가 시작되고, 드럼과 기타 반주에 맞추어 굵직한 판소리가 시작됐다. 판소리에 락밴드라니, 눈으로 볼 땐 어색하지만 귀에선 전혀 어색하지 않다. 빨려 나가듯 첫곡이 끝나자 두 명의 소리꾼들이 소개를 하고 간단히 만담을 했다. 이 많은 관객들 앞에서 진행과 가벼운 꽁트(?)까지 하며 관객들을 집중시키는 걸 보니 판소리꾼들은 다 저렇게 넉살과 배짱이 좋아야 하는가 생각이 들었다. 관객들에게 가벼운 농담까지 주고받으며 무대와 관객석 사이의 경계를 없앴다. 얘기를 들어보니 처음 했던 곡이 국악사에서 굉장히 유명한 <추억>이라는 곡이란다. 가사를 보면 굉장히 한과 눈물이 서려 있는 느낌이다. 호소력 짙고 걸쭉한 판소리꾼의 목소리에 이 가사를 읊으니 회환과 후회의 정서가 배로 느껴졌다.

두 소리꾼은 이 노래에 얽힌 한 사랑 이야기를 노래와 함께 들려주겠다고 하며 다음 노래를 이어갔다. 여기서부턴 유태평양과 장서윤이 남자 역, 여자 역을 맡아 연기도 해 가면서 노래를 이어갔다. 뮤지컬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 무대를 보면서 연기도 하고 노래도 하는 것이 꼭 뮤지컬 혹은 오페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이 끝나고 나중에 찾아봐서야 안 사실인데, 판소리에는 본래 발림(연기에 맞는 몸놀림)과 아니리(해설)이라는 것이 있다. 이 무대의 두 소리꾼들이 진행하던 방식이 원래 판소리의 형태에서 벗어난 것이 없었다. 이렇게나 대중들에게 재밌고 친숙하게 판소리 무대를 친숙하게 들려준 것이 고마웠다. 판소리는 우리나라식의 오페라였던 것이다.

이들이 연기했던 스토리는 국악사에서 손꼽히는 러브스토리인 소리꾼 임방울과 김산호주의 이야기였다. 임방울은 14세때부터 창극계에 들어가 뛰어난 소리꾼이 되었다. 그 후 승승장구 하다 소년시절의 연인이었던 김산호주를 우연히 다시 만난다. 두 사람은 어린 시절 서로 좋아했으나 부모의 반대로 헤어졌다. 김산호주는 결국 부잣집 아들에게 시집을 갔다. 그러나 얼마 못가 산호주는 결혼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이렇게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사랑을 이루었다. 이 이야기를 마치고 김정호의 빗속을 둘이서를 유태평양이 판소리 버전으로 재해석하여 노래를 불렀다. 귀에 익은 대중 가요를 판소리로 풀어가는데 아는 노래에 대한 반가움과 함께 낯설게 느껴졌다. 판소리로 듣는 이 노래의 가사가 훨씬 잘 들리고 절절하게 와 닿았다.

그 후 임방울은 김산호주와 숨어살다시피 했다. 세상 사람들은 임방울이 이때 잠적한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산호주와 함께 지내는 동안 임방울의 목이 상하고 말았다. 크게 낙심한 임방울은 산호주에게 떠난다는 말 한마디 없이, 홀연히 지리산으로 들어가 버렸다. 지리산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한 임방울의 내면은 유태평양이 조용필의 사나이 결심이라는 곡으로 풀어갔다. 김산호주의 절망과 슬픔은 장서윤이 이소라의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라는 곡으로 표현했다. 노래도 노래지만, 두 사람의 연기력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다시한번 들었다. 흔히 ‘연기력이 곧 개연성’이라는 말이 있는데, 두 사람의 노래 실력과 호소력, 연기력이 이야기의 흡입력을 더해갔다.

임방울이 잠적하고 산호주는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으며, 임방울을 찾아 헤맸다. 그러나 토굴 속에서 독공을 하고 있던 임방울은 애써 산호주를 외면하며 만나지 않았다. 산호주는 결국 죽어가게 되었고, 이 소식을 들은 임방울이 뒤늦게 후회하며 죽은 산호주를 껴안고 슬피 울며, 진양조의 ‘추억’이라는 노래를 즉흥적으로 부르게 된 것이다.

후반부에 이 두 사람의 스토리가 마무리되고 임방울의 대표곡인 쑥대머리라는 곡이 나왔다. 두 사람이 같이 부른 마지막 노래가 끝난 후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나 또한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세션들을 소개하고 커튼콜을 하는 순간까지도 흥이 가시지 않았다. 국악과 판소리라는 세계로 나를 초대해 준 두 소리꾼들이 어느새 친근한 친구가 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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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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