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랑이라는 '악몽'에 대하여 : 연극 < 한 여름 밤의 꿈 >

글 입력 2017.07.3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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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밤의 꿈 poster.jpg
 



가장 현대적인, 가장 야만적인
셰익스피어 극 < 한 여름 밤의 꿈 > by. 윤광진


출연

강민재 김지혜 김혜영 박민아 박영희 박현선 
박혜경 유성주 이승헌 정홍섭 조민주 조현지
한규원 한덕호 한승구 황석하 황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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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view >


  연극 <한 여름밤의 꿈>.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더운 날 시원하게 웃고 잘 보고 왔다. 능청스러운 배우들의 연기에 깔깔대기도 하고, 신기하고 정교한 연출에서는 속으로 크게 감탄하기도 하면서. 그런데 이상하게 극장을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그 짧은 시간에 내 감상은 모조리 다 날아가버렸다. 아니, 정확하게는 스토리는 남아 있는데 도무지 내가 뭘 느꼈다고 할 수 있는지 설명하기가 애매하다고 해야할까. 분명 나는 엔딩 무렵, 무대 위에서 땀 흘리는 배우들을 향해 있는 힘껏 박수를 보낸 것 같은데. 왜 나는 '감상'한 게 아니라, '구경'만 하다 온 느낌인 거지?

  정리되지 않는 생각들을 이리저리 늘여놓다가, 전에 적어 놓은 프리뷰를 다시 읽어보면서 의문점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았다. 그래, 내가 기대한 내용이 전혀 아니었던 것이다. 연극 포스터가 거친 목소리로 선언하고 있는 '야만성'이 막상 무대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 극단이 주목한 것은 '한 여름 밤'과 같은 낭만이 아니라 그 낭만에 경종을 울리는 '꿈'이 될 것이라고, 그런 내 생각을 시종일관 강하게 붙들고 있었는데, 조명을 받기는 커녕 끝내 무대에 올라오지도 않는 기대했던 장면들은 그냥 내 머릿 속에서 무안하게 증발되어버리고 말았다.

  가장 현대적이라는 주장에는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겠다. 완전히 네추럴한 의상과 비주얼록을 연상시키는 빡센 요정들의 모습을 보면서 '새롭다'고는 생각했다. 다양한 활용도를 보여주며 입체적인 연출을 꾀할 용도로 제작된 무대 단상도 굉장히 흥미로운 요소였다. 배우들의 대사도 현대어로 번역되어 이해하는 데 막힘 없기도 했고. 그러나 '가장 야만적'이라는 수식이 이 연극과 어울리는가? 글쎄. 적어도 나는 잘 모르겠다. 이 연극이 질투와 오만, 집착, 환상과 같은 '사랑'의 악몽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라도 했는가? 진실한 사랑을 막는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를 제대로 묘사하기라도 했는가? 당시 재해로 인한 기아와 폭동 속에서 일자리를 잃은 직공들이 연극에 희망을 걸고 두려운 마음으로 귀족들 앞에서 공연할 수 밖에 없었던 사연들이 설명되기라도 했는가? 현대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야만성이 날카롭게 드러났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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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한 여름밤의 꿈 >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낭만적 희극으로만 남는 것을 경계했다고 하는 극단의 코멘트 앞에서 나는 불만일 수 밖에 없다. 여전히 이 연극은 '낭만'이라는 허구 투성이다. 요정은 '귀여운' 수준의 장난을 치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2쌍의 남녀 커플 이야기도 새로운 이야기가 아닌 원래 흔히들 알고 있는 내용 그대로다. 사랑의 시작을 제대로 맺지 못해 아웅다웅하는 들뜬 모습들로만 가득하고 본격적인 사랑의 지루한 이야기는 없다. 직공들의 어설픈 극중극을 보며 같이 마음을 졸이도록 하기는 커녕 그들을 바보 어릿광대로 세워 놓고 박장대소를 터뜨리게 만든다. 대체 무엇에 대해 '사실은 꿈'이라고 말하고 싶은가? 뭘 적나라하게 보여주고자 했던 것인가?
  
  배우들의 탄탄한 발성과 연기력과는 무관하게, 여러 정교한 장치들로 섬세하게 꾸며진 무대 연출과는 무관하게, 나는 이 공허한 드라마 안에서 어떤 메세지와도 눈빛을 교환할 수 없었다. 그냥 보고, 웃고, 박수 치고, 감탄했다. 블랙코미디적 요소를 기대한다거나, 아주 리얼한 현대극을 기대한다면 나처럼 연극이 끝날 무렵 갸우뚱거리며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셰익스피어의 낭만적 희극 <한 여름밤의 꿈>을 독특한 무대 연출로 관람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이 연극을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극단의 연기와 볼거리만큼은 확실히 준비된 작품이니까.


한여름밤의 꿈 상세페이지.jpg
 


< 공연정보 >


한여름밤의 꿈
- 현대극, 셰익스피어 프로젝트1 -


일자 : 2017.07.15(토) ~ 07.30(일)

시간
평일 19시
토, 일 15시
29일 토요일 19시
(월요일 공연없음)

장소 :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

티켓가격
일반석 3만원
학생 1만5천원

제작
공연제작센터PCPA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 130분


[김해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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