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여우락 콘서트 _ 아는 노래뎐 [공연]

아 이 노래 뭐였지?
글 입력 2017.07.31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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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디, 또는 가락. 전문적인 용어를 떠나서, 묘한 단어이다. 아는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있으면,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고, 어떤 이야기를 떠오르게 해서, 환영 같은 것, 또는 감정 같은 것이 나를 홀리게 한다.

데모크리토스는 인간이 그저 원자의 뭉침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떤 실재적인 것을 감각했을 때 우리에게 어떤 마음이 떠오르는 것은 원자들 때문이라고 했다. 어린 시절 쓰던 물건을 보면서 추억에 즐거워하는 과정 자체가 원자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그렇다면 음악은 어떤가. 음악은 원자들 자체가 아니라 원자들이 파도타기 해서 생기는 거라고 배웠는데. 한 종류의 파장이 지나가고 나면, 이제 정확히 그 파장은 없다. 파장은 원자들이 힘에 의해 잠시 놀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림 속 물감처럼 자신의 영원을 주장하지 않는다. 그냥 잠시 놀이할 뿐이다. 그래서 매개할 아무 것도 없는 곳에는 음악을 연주할 수 없다. 하지만 그 곳에 인간이 있다면, 음악은 있다. 인간 머릿속으로 멜로디를 떠올릴 수 있으니까. 어떤 순간에서든 말이다.


그래비티.jpg
영화 그래비티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나 같은 경우에는 귀가 고요한 것을 참지 못하는 편이다. 계속 어떤 음악을 듣고 있어야 편하다. 처음 핸드폰을 가졌을 때부터 근처 화요일마다 초등학생 이하는 공짜로 들여보내주는 극장에 뺀질나게 가면서 노래를 녹음했다. 그리고 그 극장은 국악 극장이었다. 본의 아니게 ‘내 것’으로 처음 접한 노래가 국악이었다. 국악들을 하나하나 녹음하면서 종일 듣고 다녔다. 옛날 핸드폰의 녹음기라서, 음질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백색 소음 가득한 그 녹음 사이에서, 나는 극장 안에서 들었던 감동을 찾아 다녔다. 음질이 좋지는 않았지만 멜로디는 어느 정도 기록해 주었다. 덕분에 멜로디 속에서 살았다.


친구들이 ‘너는 뮤직 이즈 마이 라이프야 아주’ 라고 옆에서 놀아달라며 칭얼거려도, 다 놀고 나면 다시 이어폰을 귀에 끼웠다. 유명 팝이든, 힙합이든, 옛날 노래든, 클래식이든, 장르는 상관 없었다. 몇몇 친구들은 포기한 듯 내 이어폰을 한 쪽 뺏어다가 그냥 옆에 있었다. 그럼 오글거려서 그냥 같이 놀았다.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소개시켜 주기도 했다. 그 친구가 좋아하는 노래는 종종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됐는데, 아무 생각 없이 같이 좋아하던 노래를 들으면서 수다를 떨었다. 그 노래를 들으면 그때 생각이 난다.


노래는 종종 잊지 못할 강렬한 추억을 선사하기도 한다. 설날이었나, 외할아버지는 작년까지 화투 놀이에 참석하셨지만, 올해부터는 쭈그려 옆에서만 보고 계셨다. 화투 놀이가 절정에 이르고, 오늘의 전설이 추락할 때, 할아버지는 섬마을 선생님을 부르셨다. 그날의 전설이었던 이모부가 판을 엎자는 심보로 박수를 치면서 할아버지와 손을 잡고 덩실덩실 춤을 췄다. 할아버지의 집은 순간 섬마을 선생님 노래가 흘러나오는 몇십 년 전 무도회장이 되었다. 이후 동백 아가씨를 부르셨다. 그 때는 그렇게 크게 부르지 못했다고 했다. 이제는 탁해진 할아버지의 젊음이었다. 몇 달 후 가족끼리의 부산 여행 중 부둣가를 보면서 문득 이 노래가 생각났고, 들었다. 엄마는 좋아하셨다. 할아버지가 별 이야기를 그렇게 많이 해주셨는데, 하고. 이게 섬마을 선생님이라는 노래에 대한 내 이야기이다.




지금도 한옥마을 멀리서 사물놀이 떼가 들어오면 가슴이 쿵쿵 뛴다. 예전에 알던 노래를 우연히 길거리에서 듣게 되어도 그렇다. '아, 이 노래 뭐였지?' 하고. 여우락 페스티벌의 아는 노래뎐은 그런 감성을 한껏 느낄 수 있었던 공연이었다. 아는 노래 이야기, 아는 노래뎐. 혼자 보기 아까웠다.


2017 여우락 페스티벌 포스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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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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