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연극 - 트로이의 여인들

글 입력 2017.07.3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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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배우들과 같은 시간, 같은 장소를 공유하며 그들과 호흡을 함께 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다른 종류의 예술과는 차별화된다. 우리는 좁은 극장에서 그들과 함께 있으면서도, 그들이 보여주고자하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에 무한히 빠져든다. 2017년의 한 아시아 국가에 있는 우리는 배우들과 함께 새롭게 각색된 트로이의 신화 속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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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 극의 문화초대에 지원한 이유는 다름이 아닌 홈페이지 메인에 노출된 이 여배우들의 사진 때문이었다. 연극에서, 해당 성별의 배우만이 보여줄 수 있는 정서와 분위기가 있다. 남배우의 경우엔 여배우가 표현하기 어려운 특유의 강인함과 묵직함이 있는 반면, 여배우에겐 여배우만이 보여줄 수 있는 절절함이 있다. 이 사진은 무엇보다도 여배우들만이 표현할 수 있는 시련과 한, 혹은 담담함이 잘 묻어나온다.

 대부분의 연극은 남자주인공을 내세운다. 모든 영웅적 신화와 서사의 주인공은 주로 남자이며, 여자는 보조적인 역할로 기능해왔다. 이는 현대극에서도 드러나는 특징이지만, 고전극이나 시대극에서는 성역할이 더 분명했다. 설령 여성 위주의 서사가 진행되는 극이라고 해도, 남성의 시선 안에 갇힌 여성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나 그리스의 신화는 그 성역할이 뚜렷이 고정되어있다. 그리스와 트로이의 이야기라고 하면 호메로스의 서사시 < 일리아스 >를 바탕으로 한 여러 문학작품들을 떠올려볼 수 있는데, 이 이야기들은 대개 파리스와 메넬라오스, 아킬레우스와 같은 남성성 짙은 영웅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런데 < 트로이의 여인들 >이라는 제목으로, 남성의 그늘에 가려져있던 트로이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하니 기대가 되었다. 무엇보다 저주받은 예언자라고 불리던 카산드라에 대해 이 극이 어떤 해석을 가했을지가 주목된다. 카산드라는 늘 빗나가지 않는 예언을 하지만, 그녀의 예언을 들으려 하지 않고 불길하게 여긴 사람들은 그녀를 미친 사람으로 취급한다. 심지어 가족들에게까지 외면을 당했던 그녀가 이번 극에서는 어떻게 자신의 속사정을 드러낼 것인가.

 혼란했던 시대의 여성들이 어떻게 자신만의 존엄성을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했을지, < 트로이의 여인들 >은 예술적 상상력을 토대로 이를 짐작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줄 것이라 기대된다.


 아래는 < 트로이의 여인들 > 관련 보도자료와 정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 피억압자의 철학을 보여주는 "그리스의 여인들"

"그리스의 여인들" 시리즈에 등장하는 그리스 여자들은,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고난 앞에서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거나 회복하려 온몸으로 맞서 싸운 용기와 기품의 소유자들이다. <트로이의 여인들>의 헤카베와 카산드라, 안드로마케는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원치 않는 삶을 살아갈 운명이 되지만 의연함을 잃지 않는다. 오히려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에게 그 부당함을 항의하고, 승전국의 미래가 온전치 못할 것을 예언한다. 그녀들의 강력한 의지와 행동력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꺾일 수 없는, 존중 받아야 마땅한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트로이전쟁 후 폐허에 남겨진 여인들, 인간다운 존엄과 의연함을 지켜내다

도시는 함락되고 남편들은 살해당했으며, 다른 가족들은 이미 노예로 끌려갔다. 돌이킬 수 없는 파멸과 나락의 벼랑 끝에 선 패전국 트로이 왕국의 여인들, 왕비 헤카베와 딸 카산드라, 며느리 안드로마케와 헬레네! 패전의 절망과 비탄, 엄습하는 집단적 불안. 그 와중에도 차마 떨치지 못하는 구원과 탈출에의 절박하고 조심스러운 기대, 그러나 더더욱 명확하고 잔혹하게 하나하나 죄어오는 고통과 절망의 메시지들..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몸서리치지만, '트로이의 여인들'은 최후까지 존엄과 의연함을 잃지 않으려, 조용하지만 처절한 투쟁을 시작한다.


음악적 연극 화법과 군무에 가까운 퍼포먼스로 가득찬 무대

극단 떼아뜨르 봄날의 그리스비극은 텍스트의 정수만 추리고 남긴 다음 그 빈자리를 음악적 화법으로 대치하고 채워나감으로써 텍스트의 핵심을 가장 효율적이고 입체적이며 감각적인 방식으로 제시한다. <트로이의 여인들>에는 작은 무대를 가득 채우는 13인의 여배우와 3명의 남자배우가 등장한다. 조용히, 그러나 강한 에너지로 움직이는 그들을 콘트라베이스의 낮은 음율과 반복되는 기타선율이 때로 긴박하게 때로 처연하게 감싸 안는다. 절제되고 박력 있는 움직임과 춤, 짧고 속도감 있는 대사와 장엄하고 유려한 독백 혹은 집단적 레시타티브의 적절한 혼용 등, 원작의 분위기와 정조가 감각적으로 박진감 있게 무대 위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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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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