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생존을 다룬 영화 '덩케르크', 희망의 불씨는 살았을까 [영화]

글 입력 2017.07.30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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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바탕 이야기

 

 덩케르크 철수 작전 이야기는 제 2차 세계대전에서 잊히지 않는 사건 중 하나이다. 1940년 5월, 독일군은 프랑스 방어선을 넘어 영국 해협을 향해 밀고 나갔다. 이로 인해 영국군과 프랑스군은 프랑스 덩케르크(Dunkirk)라는 지역에 고립되게 되고 영국군은 병사들을 지옥의 땅에서 구출하기로 결정한다.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두고 군인들은 끊임없이 잔교를 만들고 고향으로 자신들을 데려다 줄 배를 기다린다. 해안에서 길게 쭉 늘어선 병사들을 향해 독일 공군은 무차별하게 폭탄과 어뢰를 내던진다. 그러나 5월 28일부터 6월 4일까지 계속된 작전은 성공하여 총 33만 8,000명이라는 병사를 영국으로 철수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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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란은 영국출신으로 자신이 어렸을 적 들었던 ‘덩케르크 철수 작전’을 언젠가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어 했다고 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이전 작품들 인셉션, 인터스텔라 등을 보면 실화가 아닌 탄탄한 자신만의 스토리라인으로 인기를 얻었었다. 그래서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조금 더 관심이 생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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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화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바로 스토리 엔딩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덩케르크 철수 작전은 이미 성공리에 종료된 사건이기 때문에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위험을 갖고 있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전쟁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전쟁에 놓인 병사들의 생존, 그들의 삶과 의지를 그려내고자 했다. 게다가 영화 내내 전쟁의 사실적인 묘사를 보여줌으로써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들어냈다.



세 개의 서로 다른 공간과 시간 그리고 인물들



 요즘 유투브를 보면 영화 리뷰를 해주는 영상들이 많다. 그 중에 나는 이번 덩케르크 영화를 보고 난 후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영상을 봤다. 그 분의 해설에 따르면 덩케르크 영화에 나오는 세 개의 서로 다른 공간과 시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한다. 영화 인셉션을 보면 꿈의 3단계가 나타나고 이 꿈들이 서로 교차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첫 번째 꿈에서는 벤이 다리 위에서 떨어지고 있었고 그 와중에 두 번째 꿈에서는 호텔 복도에서 싸움이 일어나고 있었고 그 다음 단계 꿈에서는 설산에서 총격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 세 단계의 꿈은 공간도 다르고 머무는 시간도 다른데 신기하게도 하나의 교차점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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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덩케르크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에서는 해변에서 일주일, 바다에서 하루, 항공에서 한 시간 이라는 서로 다른 공간과 시간이 나타난다. 서로 다른 시점과 공간에서 시작했으나 독일군의 공격이 계속되고 전쟁이 심화됨에 따라 이 세 공간과 시간은 하나로 교차되어 보이기 시작한다.

 공간과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다르다. 그리고 인물들의 생각도 모두 다르다. 비교적 긴 시간을 체류하고 있는 해변에 내몰린 육군들은 생존에 대한 몸부림이 굉장히 강했다. 부상병을 핑계로 배에 타려고 하는 행동, 경계선 밖에 버려진 어선에 탔을 때 자신만이 살기를 바라는 행동 등 생존이 제 1순위인 인간들의 행동들이 돋보였다. 전쟁 밖에서 바라볼 때 몰상식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들이지만 극적인 상황에 놓였을 땐 자신의 생존 문제가 당연시 되는 장면들이 많았다. 그 와중에도 스스로 살기를 포기하고 파도에 자신의 몸을 던지는 병사도 있었다. 끊임없이 벗어나려고 하지만 다시 돌아오게 되는 육군들. 그 어느 누구도 잘난 사람이 없었던 그런 육지에서의 생활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긴장 속에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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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덩케르크 작전의 성공 1등 공신이라 할 수 있는 민간 선박들의 활약이 바로 바다에서 시작한다. 사람들을 구할 것이라는 희망, 전쟁 한 가운데에 향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은 사람들의 항해는 불확실했지만 배에 탄 사람들은 사뭇 진지해보였다. 바다 위에서 난파된 사람들을 구하고 끊임없이 생존이라는 문제에 부딪히지만 이들은 희망을 저버리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덩케르크에 수많은 작은 보트들이 도착했을 때, 그 때 나는 다시 살아남은 불씨를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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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군의 탱크는 더 이상 전진하지 않고 한 곳에 몰려있는 병사들을 향해 독일 공군들은 폭탄 공격을 퍼붓는다. “우리 공군은 어디있는거지!”라고 외치는 찰나에 등장하는 영국 공군기 3대. 그 3대 중에서도 결국 1대만 남는데 파일럿을 맡은 톰 하디는 연료가 끝날 때까지 끝까지 독일 공군에 맞서 싸운다. 자신이 이미 죽거나 붙잡힐 것을 알고도 사람들을 구하고자 했던 전쟁 영웅. 비록 철수 작전이었지만 수많은 인명 피해를 줄이고 무사히 영국으로 돌려보낼 수 있게 했던 가장 영웅적인 사람이 아니었나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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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는 직접 보지 않으면 어떤 내용을 품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영화에는 스토리 라인이 없다. 실제 전쟁 상황처럼 보이는 화면 속에는 반전도, 모두가 생존하는 기적적인 장면도 등장하지 않는다. 게다가 주요 적인 독일군은 얼굴 하나 내비취지 않는다. 또한 유명배우들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들을 따로 특별한 인물로 만들진 않는다. 처음 보는 신인배우들을 메인 주인공으로 배치해서 누구에게나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어떻게 보면 영국 사람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영화가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지만 전쟁이 일어나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다루지 않았나 싶다.

 영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였던 생존. 생존의 문제는 지금까지도 가장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제 2차 세계대전은 끝났지만 여전히 세상에서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으며 생존에 대한 쟁투가 그때보다 더 심하게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과연 희망을 버렸을까, 아직 잡고 있을까. 끝까지 사람들을 구하러 간 민간 보트 주인들과 파일럿처럼 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모두가 다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가난, 전쟁, 테러 등 어쩌면 덩케르크의 상황은 더 이상 후퇴할 곳 없는 현재 우리 휴머니티를 그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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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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