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거짓말처럼 왔다 가는 것 [영화]

영화 < 프란츠 >에 대하여
글 입력 2017.07.30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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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영화를 사랑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나는 대개 사람의 알 수 없는 마음을 느낄 때 동시에 그것이 이해되는 순간, 그 감성과 이성의 괴리를 느끼는 순간 그 영화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영화, <프란츠>가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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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츠>는 1차 세계대전 직후의 독일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전쟁 중 죽은 프란츠의 약혼녀 안나는 프란츠의 부모님과 같이 산다. 그러던 중 프란츠 묘지에 꽃을 두는 프랑스인 아드리안이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제목으로 쓰인 프란츠는 처음부터 죽은 인물이므로 가끔 회상장면에서만 등장한다. 주인공이라 할 수 없고 후반부로 갈수록 안나에게 프란츠는 더 이상 고려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프란츠를 제목으로 설정한 이유가 뭘까. 프란츠는 안나와 아드리안을 만나게 해주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 둘은 계속 살아가기 위해(프란츠의 편지에서처럼 삶을 사랑하기 위해) 그를 놓아야하는 사람들이다. 결국 프란츠는 둘 사이를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이내 부서져야하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프란츠라는 제목은 형성되자마자 부서져야 하는 안나의 마음과도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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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는 한 마디로 거짓말하는 영화다. 그러나 영화 속 거짓말들은 모두 쉽게 비판하기 어렵다. (고의는 아니었지만)처음에 프란츠의 친구라고 한 아드리안의 거짓말, 프란츠 부모님에게 아드리안의 정체를 숨기기 위한 안나의 거짓말, 아드리안과 파리에서 잘 만났다고 전하는 안나의 마지막 거짓말까지. 거짓말이 만든 평화는 쉽게 부서진다. 그러나 부서진 평화 속에서도 둘은 거짓말처럼 평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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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서는 아드리안의 비밀, 안나와 아드리안의 관계 속에서 안나가 느끼는 감정들이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주된 축이다. 그렇다면 안나와 아드리안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 안나는 언제부터 아드리안에게 마음을 준 걸까. 아드리안은 안나를 사랑한걸까.

 둘 사이의 관계는 묘하다.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모호하다. 앞서 제목 얘기를 한 것처럼 이 둘의 관계는 형성되자마자 부서져야 한다. 서로 끌렸던 것은 사실이지만 아드리안의 어머니와 약혼녀 때문이다. 아드리안의 소심한 성격에 모든걸 뒤엎고 안나를 택하기는 부족했던 것이다. 결국 마지막 장면의 안나와 프란츠의 키스는 이 둘 감정의 절정이자 엔딩이다. 끝내 안나도 이해되고 아드리안도 이해되는 이 박쥐같은 감정을, 나는 영화를 보며 즐기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이 영화를 사랑하게 됐다.

 극장을 나오며 프란츠라는 제목에 대해 생각하다가 나라면 무슨 제목을 했을까, 라는 (쓸데없는)고민을 했다. 거짓말, 독일에서 프랑스로, 이방인의 사랑 이라는 제목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결론은 감독의 선택이 바람직했다는 것.


[이정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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