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더 리더, 책읽어주는 남자 [영화]

글 입력 2017.07.27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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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라는 제목은 아직 영화를 접하지 않은 나에게 많은 상상력을 일으키게 하는 매력적인 영화명이었다. 영화명에 이끌려 단순히 보게 된 영화이었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나는 쉽게 무어라 영화에 대해 말할 수도, 판단 할 수도 없었다. 영화를 다 본지 한참이 지난 이 순간까지도 나에겐 알 수 없는 우울함과 먹먹함이 남아있다.



#그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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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대 소년 마이클은 어느 날 심각한 열병으로 길거리에서 쓰러지게 된다. 이를 발견한 30대 여인 한나는 그를 도와주게 되고, 그것을 인연으로 고마움을 표현하러 한나를 찾아가게 된 마이클은 우연히 한나가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보게 되고, 이에 매료된다. 이를 계기로 한나와 마이클은 사랑을 나누게 된다. 그들이 나눈 첫 사랑은 육체적인 사랑에 불과 했지만, 마이클이 한나에게 책을 읽어주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사랑은 육체적인 사랑 그 이상의 깊은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마이클에게 있어서 한나는 첫 사랑이자, 첫 여자이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더 열정적으로 사랑했고, 그의 마음을 과감 없이 드러냈다. 하지만 그의 모든 걸 다 보여준 그 때. 한나는 홀연히 사라져버린다.

 마이클이 한나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은 8년 후 법대생 신분으로 찾게 된 법정에서였다, 한나는 나치정권시기 유태인을 관리하는 감독관으로 일했기에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에 서게 되었다. 같이 법정에 선 다른 유태인 감독관들은 한나를 총책임자로 모함했고 그로 인해 한나는 가중처벌을 받아 20년의 형을 살게 되어 또 다시 그들은 이별을 맞이한다. 그 후, 10년간 마이클은 어렸을 적 그들이 사랑했던 그 순간처럼, 책을 읽는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하여 한나에게 보낸다.
 마이클의 음성에 다시금 희망을 갖고 살아가던 한나는 글을 깨우치게 되고 석방 직전 마이클과 만나게 된다. 아무런 생각없이 마이클과의 재회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던 한나에게 마이클은 유대인감독관으로 일했을 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한나는 긴 침묵 끝에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라는 대답을 한다. 재회 이후 그녀에게 심경 변화가 있던 것이었을까, 그녀는 끝내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



#그녀의 무지, 그리고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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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판관님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라는 한나의 질문은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도 내 가슴 속에 메아리처럼 남아 계속해서 울렸다. 이 질문은 그녀가 과거 유태인 교도관으로 일한 경력으로 피의자 신분으로서 법정에 올랐을 때 한 말이다. 그녀가 저지른 살인 방조죄라는 중죄 앞에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고 순수하게 저런 질문을 던질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가 무지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학습한 적이 없었기에 그녀 스스로 잘못했는지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녀는 글을 일지 못하는 문맹이었으며, 그녀의 입장에서는 글을 알지 못해도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찾을 수밖에 없었기에 유태인 교도관이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그녀는 그저 상사가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이었고, 그녀는 그것이 다일 뿐 이었다. 불에 타고 있는 교회 안에 유태인이 갇혀 산채로 죽어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그녀는 상사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고, 오로지 그녀가 맡은 바에 충실할 뿐이었다. 그녀는 무지했기에 죄책감을 느낄 수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알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감옥에 들어와 마이클이 보내준 책의 내용이 담긴 음성으로 글을 깨우치기로 마음먹은 그 순간부터 그녀는 더 이상 무지한 인물이 아니게 된다. 글을 배워가며 학습을 하게 되고, 그 학습은 그녀를 무지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동시에 그녀가 그간 보지 못했던 죄책감을 마주하게 해준다. 마이클의 음성은 그녀에게 희망을 갖게 해주었지만, 그 동시에 자신의 깊은 내면 속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죄책감과 마주하게 한 매개체가 아니었을까?



#그의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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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은 그를 버리고 간 그녀를 끝까지 배려했다. 그는 법정에서 그녀가 문맹이었음을 밝히고 그녀의 형량을 줄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녀가 문맹임을 밝히지 않았다. 모함으로 인해 가중처벌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문맹임을 밝히고 싶지 않아하는 그녀의 자존심을 읽어냈고 그것을 존중했다. 그의 배려는 그녀에 대한 오랜 사랑이었다. 자신의 목소리로 책을 읽어 녹음한 테이프를 그녀에게 보내는 것도 그녀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배려는 끝까지 가지 못했다. 그는 그녀와의 마지막 순간에 그를 버리고 갔던 그녀에 대한 증오심을 가지고 그녀에게 유대인 학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날카로운 질문을 했다. 그는 수차례 그녀에게 사랑에 대한 배려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그녀에게 상처를 주게 되었다. 마이클에게 한나는 너무 오랜 기다림이자 사랑이었음을 본 관객으로써 나는 그 장면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영화의 주된 흐름을 잡고 있었던 한나와 마이클의 사랑이야기 또한 매력 있었지만, 나치 정권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 무지했던 가해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 또한 매우 색다른 접근이었다. 무지했던 한나의 만행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면책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이 영화가 말하는 메시지였다. 무지했던 가해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나치의 만행들이 더욱 더 그들의 만행은 용서 될 수 없음을 인지 시켜주었다.

 사랑은 개인적인 이야기이고 역사는 사회적인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균형을 이루기 힘든 두 이야기가 균형을 잘 이루고 있는 영화였다. 그들이 마주한 역사의 아픔이 그들의 사랑을 더 애달프게 만들었고, 그 애달픔이 관객으로 하여금 알 수 없는 먹먹함을 느끼게 했다. ‘먹먹하다’라는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 느끼고 싶다면 주저 없이 이 영화를 추천한다. 그 누구든 이 영화를 본다면, ‘먹먹하다’ 라는 감정에 대해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미지출처: 구글이미지


[박윤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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