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1인극으로 다시 돌아보는 우리나라의 역사, < 달의 목소리 > [공연예술]

연출과 연기의 완벽한 합(合)으로 나타낸 독립운동가들의 애환
글 입력 2017.07.2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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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달의 목소리>

관람연령: 만 13세 이상
러닝타임: 80분
기간: 2017.07.06 ~ 07.23
장소: 동양예술극장 3관



“ 조국이 무엇인지 모를 때에는,
그것을 위해 죽어간 사람들을 생각해보라”


  < 달의 목소리 >는 굉장히 독특한 작품이었습니다. 배우 1명이 홀로 극을 이끌어가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작품이었습니다. 주인공 정정화 선생(1900 ~ 1991)은 민족독립운동을 위해 뒤에서 열심히 독립 운동가들을 지원했던 여성으로, 배우 원영애님의 연기로 다시 탄생했습니다. 작품 속에서 우리는 김구 선생을 비롯하여 윤봉길 의사, 이봉창 의사 등 우리나라 독립운동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수많은 인물들을 마주할 수 있는데, 그 뒤에서 묵묵히 지원을 해준 여인이 바로 정정화 선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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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 구성은 단순했습니다. 벽면에는 힘겹게 고문을 받은 것 같은 사람의 저고리가 크게 걸려있고, 12개의 책상과 소품들. 그리고 무대 우측에는 첼로와 피아노 연주자들이 자리해 라이브로 배경음악이 연주되었습니다. 이 무대 안에서 1인 배우는 상하이 임시정부에서의 삶과 독립운동 자금 모음, 친일파에게 고문당하는 모습, 6.25 전쟁, 애국자인척하는 친일파의 모습까지 우리 민족의 쓰디쓴 부분을 매우 효과적으로 전달해주었습니다. 혼자서 어떻게 이 모든 것을 다 표현했는지 지금 생각해봐도 매우 놀랍다고 생각합니다. 책상 위에 놓인  소품들에 답이 있었습니다. 동그란 검정 뿔테 안경은 김구 선생을, 베레모 모자는 정정화 선생의 남편, 지팡이는 시아버지를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1인 배우는 이 소품들에 말을 걸며 담담한 연기와 나레이션, 노래 모두를 소화했습니다.

  작품을 보고나니 연출적인 측면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았습니다. 1인극임에도 불구하고 극의 흐름을 살리기 위해 영상과 조명, 무대소품의 사용이 마치 하나처럼 어우러졌습니다. 시간의 흐름, 장소의 바뀜을 영상의 사용으로 나타냈다면, 조명은 극의 긴장감과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표현해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남편에게 옷을 입혀주는 장면은 의자에 양복을 입히는 것으로 나타냈는데, 이러한 독특한 연출 스타일과 배우의 연기가 잘 어우러져 전혀 어색하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또한 주인공은 극중 2차례 감옥에 갇혀 고문을 당하게 되는데, 이 부분에서는 전면에 작고 어두운 화면을 띄워 당시의 고통을 효과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초록색의 좁은 화면 속에서 겁에 질려 연기하는 배우의 모습은 정정화 선생이 겪었을 두려움과 압박감을 오롯이 전달해주었습니다. 취조와 고문을 받는 장면이라면 피를 흘린다거나 여기저기 두드려 맞는 것을 상상했는데, 오로지 배우의 표정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얼굴을 클로즈업하여 긴박감과 불안함을 함께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취조가 끝난 후, 중앙으로 의자를 터벅터벅 가지고 나와 맨발로 의자 위에 앉아 한탄하는 장면도 인상 깊었습니다. 의자 위에 올라앉은 주인공이 있는 장소가 취조실에서 감옥으로 옮겨졌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작은 소품 하나하나로 장소를 바꾸면서도, 좁은 의자가 마치 당시 정정화 선생의 심정, 벼랑 끝에 선 수많은 독립 운동가들의 불안함을 나타낸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이 장면 역시 전면에 영상을 보여주었는데, 관객의 시각에서 보이지 않고 다른 시각에서 카메라로 잡아 흐릿한 피사체로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이러한 연출은 정정화 선생의 고된 삶, 공허함과 외로움까지 느끼게 했습니다. 노래가 끝난 후 주인공은 천천히 일어나서 장소를 이동하는데, 의자의 등받이 부분이 검정색으로 비춰졌습니다. 그 부분은 마치 무대 전면에 놓인 대형 저고리의 가슴이 총을 맞은 듯한 장면처럼 느껴져서 소름이 돋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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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사람, 한 사람 독립 운동가들이 세상을 떠날 때, 책상 위에 헌화를 하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뭉클함을 선사했습니다. 앞서 간 동지들, 동료들, 우리 선조들에게 예우를 갖추고 잠시나마 묵념하는 시간이 주어지는 것 같아, 관객들 모두 숙연하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존재했고, 그렇지 않았다면 현재의 우리는 없었겠지요. 누군가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는데,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들의 삶에 비춰 보았을 때 현재의 우리는 그들 앞에 떳떳하게 설 수 있는지, 후대에게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구태환 연출자와 작품 속 정정화 선생에 대한 애정과 열정으로 가득 찬 원영애 배우의 연기, 그리고 이하 모든 스태프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열정이 작품 속에서도 오롯이 느껴져 하루 종일 깊은 울림을 받았던 하루였습니다.


[김주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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