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사랑이라는 '악몽'에 대하여 : 연극 < 한 여름 밤의 꿈 >

글 입력 2017.07.13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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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현대적인, 가장 야만적인'
셰익스피어 극 <한 여름 밤의 꿈> by. 윤광진


출연

강민재 김지혜 김혜영 박민아 박영희 박현선 
박혜경 유성주 이승헌 정홍섭 조민주 조현지
한규원 한덕호 한승구 황석하 황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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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eview >


  고전을 재해석 한 작품을 접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물론, 이것은 철저히 관람객의 입장에서다. 아예 낯선 작품을 대할 때보다 근거 있는 기대감을 가질 수 밖에 없고 '원전'이라는 매우 견고하고 검증된 평가 기준이 있기 때문에 관람 후 감상을 정리할 때에도 훨씬 수월해진다. 반대로 생각해 봤을 때, 창작자 입장에서는 고전을 새롭게 보려 하는 모든 시도가 '도전'이 될 것이다. 그 새로운 현대적 관점이 기존의 해석을 전복하고 비판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위험부담은 커진다. 어떤 고전을 애호하고 애정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자신이 사랑했던 방식이 아닌 전혀 다른 관점으로 고전을 읽는다면 그 이질감과 당혹감은 경우에 따라 심한 거부감이나 부담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재해석 된 고전이 매력적인 이유는 분명하다. 새로운 시나리오가 우리를 설득하는 데에 있어서 결과가 성공적이냐 실패적이냐를 따지는 것은 사실 중요한 게 아니다. '재해석'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하더라도 오히려 '원전'의 아우라는 강화되기 때문이다. 연극의 막이 내리고 관객의 머리 속을 점령하는 것은 오늘 본 무대가 아니라 고전이 갖고 있는 원래의 메세지다. 끊임 없는 비교. 그리고 발견하지 못했던 의미의 도출이 '재해석'이 갖는 의의이자 어쩌면 목표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고전은 더 강력한 '고전'이 된다. 일반화시키기엔 어렵겠지만, 결국 재해석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여기는 것 역시 '고전'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 믿게 되기 때문이다.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 진행될 연극 < 한 여름 밤의 꿈 >은 포스터가 인상적이었다. 사실 어떠한 사진도, 그 흔한 일러스트도 없는 밋밋한 포스터지만 제목의 배치가 흥미로웠달까. 보통은 < 한 여름 밤의 꿈 >이라 했을 때, 낭만주의 시대의 향수가 물씬 느껴지는 꿈 같은 희곡으로 이해할 것이다. 대개가 그렇게 해석해 왔으니까. 그러나, 아직 보지 않아 쉽게 단언할 수 없겠지만 이 연극이 주목한 것은 '한 여름 밤'과 같은 낭만이 아니라 그 낭만에 경종을 울리는 '꿈'이 아닐까 생각한다. 포스터 한 가운데서 큼지막한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는 거친 질감의 글씨체가 내게는 그런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게다가 '가장 야만적'이라고 하지 않는가? 연출자 윤광진 씨가 < 한 여름 밤의 꿈 >에서 주목하고 발굴해 낸 현대성은 '야만성'인 것이다.

  윤광진은 2011년 < 못생긴남자 >와 2013년 < 황금용 > 두 편의 독일 현대극으로 우리 무대에 현대적 감각을 일깨운 연출자로 알려져 있다. 오베론 역을 맡은 강민재는 대학졸업 후 국내 최초로 영국왕립연극학교(Royal Academy of Dramatic Arts)를 졸업하고 국민대학 교수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으며 퍽 역을 맡은 박영희는 지난 10년간 호주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 온 배우이다. 또한 테세우스를 맡은 황석하는 영국의 엑스터대학을 졸업하고 영국의 BBC방송의 여러 주역을 맡기도 했다.이 밖에도 우리 무대에서 활발하게 공연활동을 펼치고 있는 십여 명의 배우들이 참여하고 있다. 영어권에서 공부하고 활약해 온 여러 배우들이 셰익스피어 극을 어떻게 이해하고 표현해 낼지 궁금하다.

  그들의 < 한 여름 밤의 꿈 >은 현대극 정신에 따라 현대적인 무대 의상과 공간에서 꾸며진다고 하는데 그게 과연 어울릴지는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어쨌든 내겐 고전현대극 관람은 굉장히 긴장감 있는 일이다. 멋진 도전을 행한 연극팀에 대한 응원하는 마음이 있는 동시에 엄격하게 분석하며 보겠다는 의지도 팽팽하여 줄다리기를 하기 때문이다. 공연제작센터PCPA는 2017년부터 새로이 연습실을 마련하고 셰익스피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내년 초에는 < 햄릿 >으로 셰익스피어프로젝트를 이어 갈 예정이라고 한다. 이들의 행보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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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ynopsis >

< 한여름 밤의 꿈 >은 그 도발적인 내용으로 당대에는 자주 공연되지 못했다. 그러나 18세기 낭만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이 극은 낭만주의로 치장되었고 요정은 그 악마성을 상실하고 날개 달린 귀여운 요정이 되었다. 그러나 4백 년 전 셰익스피어의 대사 속에는 낭만도 희극도 찾아 볼 수 없다. 사랑을 막는 억압적인 사회를 피해 숲으로 들어 온 젊은 연인들은 사랑의 광기와 강박증, 꽃물의 환각 속에서 이들의 사랑은 증오로 변한다. 우정은 깨지고 서로를 저주하고 싸우면서 한여름 밤은 ‘악몽’이 된다. 당시 재해로 인한 기아와 폭동 속에서 일자리를 잃은 직공들은 연극에 희망을 걸고 두려운 마음으로 귀족들 앞에서 공연하고자 한다. 그러나 연습을 위해 숲에 들어온 직공들은 요정에게 홀려 큰 소동이 벌어지고 당나귀로 변신한 보텀은 요정 티타니아에게 겁탈 당한다. 이 극은 엘리자베스시대의 억압을 은밀한 ‘꿈’ 속에 감춘 셰익스피어 작품 중 가장 현대적이며 또한 야만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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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정보 >


한여름밤의 꿈
- 현대극, 셰익스피어 프로젝트1 -


일자 : 2017.07.15(토) ~ 07.30(일)

시간
평일 19시
토, 일 15시
29일 토요일 19시
(월요일 공연없음)

장소 :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

티켓가격
일반석 3만원
학생 1만5천원

제작
공연제작센터PCPA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 130분


[김해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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