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붉은 매미' ─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대화 [공연]

어쩌면 바로 어제, 어쩌면 바로 오늘.
글 입력 2017.07.0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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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죽죽_붉은 매미 포스터.jpg
 


연극 '붉은 매미' Review


  극단 竹竹의 ‘붉은 매미’를 보고 왔다. 나오자마자 함께 본 친구와 무릎을 탁 쳤다.

  ‘붉은 매미’는 ‘세대를 막론한 부재감에 관한 이야기’를 주제로 언어 중심의 연극성을 내세운 연극이다. 현대 연극은 무엇을 전달해야하는가, 또 연극은 어떻게 전달해야하는가 많은 고민을 중심으로 완성된 연극인 듯하다. 등장하는 남편, 아내, 소녀와 소년, 그리고 모르는 청년들은 말 그대로 ‘남녀노소’의 모습이지만 서로에게 가지고 있는 부재감과 단절은 동일하다.


붉은 매미 2.JPG


“설득하려 하지 마!”
“난 이해할 수가 없어!”


  약 100분의 러닝타임동안, 4장의 옴니버스 속 인물들은 끊임없이 싸운다. 싸우고 또 싸운다. 몸싸움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오로지 대화만이 이어진다. 그러나 이들의 대화는 전혀 ‘대화스럽지’ 않다. 분명 말하고 있지만 말하고 있지 않다. 불통(不通)만 계속 반복된다. 서로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반복하며, 상대의 말은 들으려고도, 또 내 의견을 수그리려고도 하지 않는다. 싸우고 있음에도 그들은 만나고 있지 않다. 이 것이 바로 우리 시대의 부재감이다.

  붉은 매미가 말하고 있는 부재감은 매우 찡하다. 언젠가 한 번쯤은 본 것 같은 모습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바로 어제, 어쩌면 바로 오늘. 나는 누군가와 저렇게 ‘대화스럽지 않은 대화’를 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대화답지 않은 대화, 대화 같지 않은 대화, 우리에게는 일상이 된 일상이다.


붉은 매미 10.JPG

 
“아저씨가 그랬잖아요!”
“우리 가족은 그런 가족이 아니잖아!”
“기웃기웃 거리지 마!”


  우리에게 타인은 어떤 존재일까. 이해한다고, 알고 있다고 얘기하면서도 실은 전혀 알 수 없는 존재가 아닐까? 지금 대화하고 있다고 해서, 우리는 100퍼센트 타자와 진정한 소통을 하고 있는 것일까? 붉은 매미는 세대를 넘어서, 이 부재감은 지속되고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4장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우리는 자기 자신과도 단절되어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가장 가깝고, 가장 당연하다고 여겼던 자기 자신마저도, 실은 전혀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고. 물론 가족도 피해갈 수 없다고. 오히려 가족이기에 더 그렇다고.

  이 모든 내용을 극단 竹竹은 텍스트 강화를 통해 전달해냈다. 연극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대사가, 어떠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 증명해냈다. “부재감의 전달? 말 없이 떨어져 있는 것만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연극은 이렇게 증명한다.” 붉은 매미는 연극성의 무대로 이를 선보였다. 나오자마자 함께 본 친구와 무릎을 탁 친 이유다. 좋은 공연을 보고 왔다.





연출 노트

뉴스나 흔한 가십기사의 내용을 가져와 극을 창작한 작품인데 그 동시대성은 느껴지게 하되 그 사건의 내용을 줄거리나 주제로 삼지 않고 그 이면의 따져볼 수 없는 시스템과 논리, 그리고 그것으로 살아가는 인간들과 사회의 허상과 황폐함을 다루고자 한다.

인물들은 각자 부조리한 상황 속에 걸려든 매미처럼 고독, 불안, 부재감 등의 신경증적인 태도를 보이며 상대한테 혹은 자신한테 억눌린 분노를 언쟁과 조롱 등의 대화 형식으로 연기하게 된다.

따라서 이번 작업은 언어 중심의 연극성을 시도해 본다.

이 모든 일련의 일들이 낮처럼 훤한 신도시의 곳곳에서
잠시 머물렀다 떠나야 하는 장소에서
너무 멀리 나온 사람들처럼 안착하지 못하고 떠다니는 인물들로 채워지고
무대는 그러한 도시의 장소를 미니멀하게 옮겨와서 순발력 있게 변화되면서
동시에 현대의 밝음 속에 생명 없음과 막연함을 위한 장으로 볼거리와 연극공간을 구현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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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개요 **

공연명 : 붉은 매미
공연일시 : 2017.06.29 (목) ~ 07.09 (일)
평일 8시 | 토요일 3시, 7시 | 일요일 3시
(월요일 공연없음)
공연장소 : 대학로 나온씨어터
티켓가격 : 전석 30,000원
러닝타임 : 110분
관람등급 : 17세 이상 관람가
작, 연출 : 김낙형
출연진 : 김수현, 김성미, 이철은, 이자경, 이창수, 김재민, 소이은
제작 : 극단 竹竹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기획 : 컬쳐루트
예매 : 인터파크, 예스24티켓, 옥션티켓, 대학로티켓닷컴
공연문의 : 컬쳐루트 010-2809-8123


[이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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