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색다르게 다가온 클래식:'모차르트의 '레퀴엠', 브루크너의 '테 데움'

서울 오라토리오 67회 정기연주회 리뷰
글 입력 2017.06.20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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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서 서울 오라토리오 정기공연 문화초대 소식을 받았을 때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아 무턱대고 신청하긴 했지만 프리뷰를 쓰면서 걱정이 점점 커져갔다. 클래식도 잘 모르고, 종교도 없는 나에게는 '서울오라토리오 정기공연'이라는 공연 타이틀이 너무 무겁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 낯선 음악이 나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잘 예상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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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좌석에 앉아 가장 처음 받았던 인상은 콘서트홀이 참 크다는 것이었다. 관객석이 어두워지고 무대에 오케스트라, 합창단, 성악가들, 지휘자가 입장하자 모든 관객이 한꺼번에 치는 웅장한 박수소리가 연주회의 시작을 알렸다. 잠깐의 정적 후에 모차르트의 < 레퀴엠 > 첫번째 장이 흘러나왔다. 무대 뒤에 한국어 가사가 친절하게 나와 있어서 공연을 감상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 레퀴엠 >은 죽은 이를 위해 부르는 노래인 만큼 차분하고 엄숙한 분위기였다. 수많은 악기들이 비장하고 무거운 가락을 연주했고 그 가락 위에서 합창단과 성악가들은 신에게 자비를 빌었다. 모차르트가 살던 시대 누군가의 장례식에 참석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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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간의 인터미션 후 다시 시작된 공연의 두번째 곡은 브루크너의 < 테 데움 >. < 레퀴엠 >과는 달리 신을 찬양하는 내용의 곡으로 1부에서는 느끼기 힘들었던 활기참이 느껴졌다. 2장 'Te ergo quaesumus'에서 바이올린이 오케스트라와 떨어져 홀로 다른 멜로디를 돋보이게 연주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 부분이 아름다워서 특히 기억에 남는다. 오케스트라의 일부로 존재하던 바이올린이 혼자 떨어져 다른 멜로디를 연주하니 바이올린 자체가 지닌 소리의 아름다움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찾아보니 이런 부분을 '오블리가토(악곡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파트로 생략할 수 없는 것, 또는 멜로디 라인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멜로디와 동시에 연주하는 멜로딕한 파트)'라고 부른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곡이 화려한 느낌이 강해서 1부보다 더 귀에 잘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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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시간 동안 각 악기들과 사람들의 목소리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음악을 라이브로 듣고나니 귀호강을 한 느낌이 들었다. 종교가 있는 사람 또는 클래식을 평소에 좋아하는 사람이 공연장에 있었다면 나보다 좀 더 많은 걸 느꼈을 것 같은데 종교도 없고 클래식에도 큰 관심이 없던 나는 음악 자체보다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에 대해 많이 생각한 시간이었다. 시대, 장소와 관계없이 사람들은 늘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공포, 또 죽음에 대한 공포를 안고 살아가는구나 싶었다. 사는 것이나 죽는 것이나 확실한 건 많지 않고 그래서 종교를 만들어 누군가 절대적인 존재에게 기대고 싶었던 게 아닐까.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종교를 만들고 그 종교를 위해 음악을 만들고 그 음악은 시간을 뛰어넘어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각자 다른 무언가를 심어 준다. 인간의 두려움에서 시작된 예술이 다시 인간에게로 돌아와 아름답고 소중한 경험을 선사해 준다는 점이 신비롭게 다가왔다. < 레퀴엠 >과 < 테 데움 > 둘 다 종교음악이지만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이유는 종교와 시대를 뛰어넘어 사람들에게 주는 감동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공연이 끝난 후 길게 이어지던 박수소리와 환호성 소리를 들으며 클래식이 가지고 있는 그 감동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클래식 공연에도 앵콜이 있다는 것이다.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두 번이나 앵콜공연을 해 준 서울 오라토리오 단원들, 그리고 지휘자님의 얼굴에 번지던 미소는 클래식공연 역시 관객과 소통하며 공연장 전체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유대감이 생긴다는 점에서 다른 공연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 어찌보면 당연한 사실인데 여기에 신기함을 느꼈다는 것에서 벌써 내가 평소에 클래식에 대해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지 너무 잘 드러나는듯 해 부끄러웠다.

처음 우려와 달리 이번 공연을 보며 새로운 사실도 많이 알 수 있었고 리뷰를 쓸 수 있을만큼 느낀점이 충분히 있었다. 취향은 갈수록 굳어져 바꾸기 힘들어진다는데 한 번쯤, 아니 꽤 자주 내 취향과 다른 것들을 일부러라도 접해보는 건 생각의 폭을 넓히는 데 중요한 것 같다. 기회를 준 아트인사이트에 감사하다.





'서울 오라토리오' 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이 공연은 아트인사이트와 함께합니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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