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여름의 초입에서 마주한 1930년의 겨울 - 한가람미술관 블라맹크 전
글 입력 2017.06.13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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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반짝거렸다.하늘을 계속 올려다 보고 있으면눈이 부서져 버릴 것 같았다.그리고 쏟아져 버릴까 무서워눈을 바로 뜨기 무서웠다. 파란 바다 같아서.남부터미널역에서 내려 예술의 전당으로 오면갑자기 하늘이 넓어진다.넓은 도로 위에는 그 어떤 그늘도 없고,그 긴 길을 건너 예술의 전당 안으로 들어서면여기에는 오직 이 곳의 하늘이 있다.우리는 오랜만에 방문한 예술의 전당을신나서 돌아다니며 블라맹크 아저씨를 찾았다.메인 출입로를 지나한가람 미술관 가는 광장으로 나오니왠 동물원이 있었다.사슴도 있고, 새도 있고, 말도 있고, 코끼리도 있다.예상치 못한 곳에서참 예쁜 풍경을 맞닥들이자기분이 더 좋았다.블라맹크 아저씨를 보러 가는 길이 참 선물같군.시간이 조금 여유롭다면 전시를 보러 가는 길에광장을 들려도 좋겠다.섬세하고 예쁜 조각들이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그 사이를 달려다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참 맑다.모리스 드 블라맹크전은한가람 디자인 미술관 1층에서 전시중이다.현대백화점 SUPER STAGE로 열린 전시였다. 역시 규모가 크다.블라맹크 아저씨는 그렇게 프랑스 폴발레리 미술관에서여기까지 먼 길을 여행해오셨다.성인은 13,000원, 청소년은 10,000원의 입장료를 받는다.토요일이었음에도 이른 낮 시간에 방문해서 그런지사람이 그렇게 많진 않았다.빠질 수 없는 티켓 인증샷도 한 컷. 찰칵.입장하기 전 둘러보니블라맹크 아트샵에 관련 굿즈가 예쁜게 참 많았다.꼭 들려봐야지 생각을 하며 전시장으로 입장.재출입은 불가능하다.이번 블라맹크 전은 블라맹크의 독자적인 양식을확립한 시기를 집중 조명한 전시이다.블라맹크의 국내 최초 단독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지만,동시에 야수파 이후의 유럽 미술을만날 수 있다는 것 또한 중요한 점이다.블라맹크는 서양미술사에서 마티스와 함께야수파의 주축으로 평가받고 있는 작가이다.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그만의 독특하고 극적이며강렬한 스타일을 바탕으로 하여,인상파 이후 전개된 모던 아트의 전개 과정을 엿볼 수 있다.블라맹크의 작품들에는 자유로움과 역동성,활기가 손에 닿을 듯 잘 느껴진다.고흐의 영향을 받아 생생한 컬러와자유분방한 터치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이후 세잔의 영향을 받아 작업을 하다가1920년대에 이르러 그만의 강렬한 스타일을 완성한다.전시는 세잔의 시기-파리 근교,제 1차 세계대전 이후-발 두아즈 그리고 파리 근교,샤르트르 근교 및 노르망디, 브르타뉴와 마지막으로블라맹크의 유작을 살펴보는 순서로 진행된다.블라맹크의 작품은 유화의 매력을가장 잘 나타내는 그림이라고 할 수 있었다.캔버스에 직접 물감을 짜서 칠하여선명한 색채와 두툼한 질감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했다.특히 프랑스 지방의 마을을 그린 풍경화들은하늘, 나무, 강의 연속적 흐름을 생동감 넘치게담아낸 점이 기억에 남는다.작품을 따라 걷다 보면 작품 별로블라맹크의 일기, 글, 메모 등이 함께 전시되고 있다.글이 묵직하고 문장이 아름답다.워낙 글 쓰는 것을 좋아하셨다고 들었는데,정말 글 하나하나에 그의 생각과 마음이 담뿍 담겨 있었다.그의 마음을 헤아리며 작품을 감상하니모든 풍경이 마음에 더 깊게 남았다.그리고 무엇보다, 블라맹크가 그려낸거칠고 어두운 겨울 풍경화가 계속 내 눈길을 잡았다.정말 눈이 쏟아지는 거리에 온 것 같았다.'블라맹크, 작품 속에서 작가의 삶을 바라보다'라는 제목에 걸맞게전시를 쭉 보고 나면 마치 내가 블라맹크가 된 양,여행하듯이, 지나온 도시들을 머릿속에 찬찬히 떠올리게 된다.그의 시선에서 바라본 봄과 여름의 풍경,가을과 겨울의 풍경, 그리고 한적한 마을과때로는 적막한 도시의 풍경.그 풍경 속에 우두커니 서서 순간을담아내려 했을 블라맹크가 계속 상상된다.같은 듯 다른 수많은 풍경화들을 여행하고 나면저 멀리서 알록달록한 빛이 비친다.색의 면으로 구성된 네 개의 전시관을 지나고 나면미디어 영상 체험관이 등장한다.블라맹크가 사용한 화려한 색감과 강렬한 붓터치가스크린 안에 고스란히 녹아있었다.손 닿으면 잡힐 듯 한 예쁜 풍경이 나를 비췄다.사실 전시를 보는 데만 한두시간은 족히 걸린 터라다리가 많이 아팠지만 미디어관을 그냥 스쳐지나갈 수는 없었다.연속되어 배치된 스크린들이 그 사이를 산책하듯거닐 수 있게 되어 있어 사진 찍기도 좋다.우리 외에도 여러 관람객들이 스크린 앞에 오밀조밀 모여 있었다.단순히 작품을 영상화하여 움직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그 중에는 블라맹크의 시선에서작품을 볼 수 있는 미디어 연출도 있었다.블라맹크가 작품을 어떻게 그려내는지그 시선과 과정을 따라서 가본다. 다소 신기한 경험이었다.지나가는 스크린 앞마다 멈춰서 구경하다가,정신차리니 갑자기 만두가 어디로 사라졌다.어디로 갔나 하고 봐 보니.가장 안쪽에 있는 스크린에서열심히 작품 활동 중이었다.블라맹크의 현신인 줄 알았다.비치되어 있는 큰 붓을 가지고스크린 위에서 움직일 때마다 색이 예쁘게 번진다.기본적으로 블라맹크의 작품이 질감도 특이하고 색감도 강렬한 터라,아이들이 보기에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미디어 체험관의 이 스크린이야 말로아이들이 줄서서 해보고 싶어할 게 분명하다.그런 점에서 만두는 동심으로 돌아간 양아주 열심히 붓질을 했다.가장 인상깊었던 것 중 하나는바로 이 대형 미디어 체험관이었다.세 면과 바닥까지 활용해서 마치눈 밭 덮인 마을이 이 앞에 구현된 듯 했다.마차라도 타고 눈보라 속을 달려 가는 기분이다.옆자리엔 블라맹크가 앉아 있을까.계속 바라보고 있으니 정말 겨울인 양 조금 싸늘한 느낌마저 든다.최근에 본 미디어 전시 중 가장 특이하고 가장 재밌었다.근처에 있던 관람객들이모두 멀직이 떨어져 지켜보고 있었는데,알고 보니 그 안에 들어가도 된다고 한다.조심스레 눈길을 밟아 보았다.뽀드득 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눈 아래로 자꾸 겨울 소리가 났다.계속 들여다보고 있으니 어지러워서 금방 나오긴 했지만체력이 좀 더 충분했으면 사진을 더 찍고 싶었다.블라맹크는 문필가였으며 동시에 화가였다.블라맹크는 글에 생각을 담고 그림에 마음을 담았다.그만이 지닌 독특한 감수성과 섬세한 감정의 흐름은그림 뿐만 아니라 글에서도 잘 나타났다.그런 그의 무덤에 새겨진 비문은."난 아무것도 원한 것이 없었다.인생은 나에게 모든 것을 주었다.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했으며,내가 본 것을 그렸다."전시를 다 보고 아트샵을 들렸다.밍숭맹숭하게 굿즈를 보고 있으려니 만두가 선물을 주었다.처음엔 나도 몰랐는데 전시 보는 중에내가 가장 멋있었다고 한 눈 풍경이다. 고마워요.아무 생각 없이 엽서를 밖으로 들고 나와 사진 한 장 찍었다.블라맹크도 지금 이 시선으로눈 내린 거리를 바라보고 있었겠지.괜히 엽서를 든 손이 시리다.쩅한 초여름의 햇살 아래 엽서가 녹아버릴 것 같다.짧은 프랑스 여행을 마치고 왔다.우리는 1900년대의 풍경을 거닐었다.좋은 전시였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신은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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