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 시절을 지나온 모두에게 [시각예술]

웹툰 '여중생A'의 완결을 보며
글 입력 2017.06.10 20:1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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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웹툰 <여중생A>가 완결되었다. 처음 1화가 연재되었을 때부터 약 2년 반을 함께한 독자로서 당분간 <여중생A>가 올라오던 월요일이 허전할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의아하다. 나는 싫증을 잘 내고 답답한 걸 참지 못해서 매 주 또는 매일 조금씩 연재되는 웹툰을 끝까지 잘 못 보는 편이다. 그런 내가 한 주도 빼먹지 않고 이 웹툰을 보게 될 줄이야. <여중생A>는 그림체가 화려한 것도, 내용이 자극적인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 웹툰을 좋아했던 건 나 뿐만이 아니다. <여중생A>는 자극적이고 화려한 다른 웹툰들 사이에서도 꾸준한 인기를 누렸다. 게다가 2016년 만화영상진흥원에서 선정한 '올해의 우리만화' 다섯 작품 중 하나이기도 하다. 대중과 평단의 사랑을 함께 받은 흔치 않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소소하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학교생활을 다루고 있다는 점과 작가 허5파6 특유의 담백한 그림체가 많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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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단지 그림체와 학교라는 배경만을 가지고 <여중생A>를 이야기하기에는 부족하다. 사실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학원물 웹툰은 많다. 그러나 멋있고 의리있게 그려지는 일진들, 그들끼리의 서열싸움, 그 속에서 일어나는 로맨스가 주를 이루는 대부분의 학원물 속 세계는 우리가 학창시절 경험한 세계와는 많이 다르다. 물론 이런 작품들이 주는 즐거움도 분명 있다. 뭔가 애매하고 조금은 시시하던 우리의 학교 생활과 달리 명쾌하고 자극적인 그 세계 속에서 우리는 정작 우리의 학창시절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통쾌한 기분을 맛볼 수 있다. 학원물 웹툰을 뭉뚱그려서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걸 알지만 그런 작품들을 볼 때마다 학원물이 일종의 판타지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여중생A>가 특별한 이유는 그런 학원물과는 달리 우리가 지나온 중학생 시절의 진짜 모습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새학기 첫날은 우연히 잘생긴 일진과 부딪치는 일 따위로 시작되는 게 아니라 누구와 무리를 이뤄야 하는지 눈치를 보는 긴장감 속에 시작된다는 것과 같이 학창시절을 겪은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는 사실을 <여중생A>는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당신의 중학교 시절은 어땠나요?


이 질문에 사람들은 각자 다른 기억을 떠올릴 것이다. 중학생 시절은 누군가에게는 미소지으면서 돌아볼 수 있는 추억이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떠올리기도 싫은 악몽일지도 모르겠다. <여중생A>에는 사람들의 머릿속 학창시절의 다양한 기억만큼 다양한 모습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기댈 곳 없는 주인공 미래, 그런 미래와 글쓰기를 매개로 친해지고 싶어하는 백합, 미래가 짝사랑하는 태양, 학교폭력의 피해자로 학교를 자퇴한 재희, 일진 무리에 속해있는 유리, 일진이 되고 싶어하는 재민 등등. 각자의 개성이 살아있는 이들은 학원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이고 기호화된 인물들과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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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등장인물이 계속해서 변하는 입체적인 인물들이기 때문에 <여중생A>에는 절대적인 선과 악이 없으며 그 경계도 뚜렷하지 않다. 웹툰 속에는 그저 미성숙한 중학생들이 있을 뿐이다. 심지어 작품 내내 괴물의 형상으로 그려지며 미래에게 일방적인 폭력을 휘두르던 미래의 아버지조차도 작품 후반부에서는 괴물이 아니라 가족을 제외한 다른 사람에게는 사랑을 속삭일 줄도 아는, 그저 한심하고 추한 '인간'임이 드러난다. 작품이 연재되는 동안 인물들의 변화무쌍한 모습에 몇몇 독자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미래에게 잘 해주던 태양이 알고보니 백합을 좋아하고 있었다는 전개나 백합이 미래에게 보이는 관심이 동정심과 나르시시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는 부분이 그렇다. 하지만 중학생 때야말로 사람이 가장 크게 변하는 불완전한 시기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들의 모습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미래를 비롯한 인물들은 친구관계, 학교폭력, 진로, 시험 등 중학생이라면 쉽게 마주하는 일상을 겪으며 성장한다. 스스로를 잘못된 사람이라 여기고 타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주눅이 들던 미래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어느새 자신이 쓴 소설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을만큼 성장한다. 버티는 삶에 지쳤다며 여름방학때 까지만 살아있겠다 생각하던 그녀가 어느새 삶이 살아볼만 하다고 이야기하는 대목은 어떤 극적인 장면보다 감동적이다. 주인공이 미래이기 때문에 미래의 변화가 가장 두드러지긴 하지만 성장하는 건 미래만이 아니다. 백합과 태양, 미래 눈에는 완벽해 보이던 재희까지도 이 웹툰 속에서는 변하고 성장해 나가는 존재들이다. 이들은 서로 상처를 주고 받으면서 새로운 것을 깨닫기도 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어 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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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위태롭고 조마조마하던 미래가 마지막 화에서는 웃는 얼굴로 중학교를 졸업하는 걸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웹툰을 보는 동안 미래가 괴로워하면 함께 괴로워하고 기뻐하면 함께 기뻐하면서 그녀가 행복해지기를 얼마나 바랐는지 모른다. 아마 나를 포함한 독자들은 대부분 그러했을 것이다. 어떤 화인가 베스트 댓글 중에 '미래야 온 힘을 다해서 행복해져'라는 댓글이 참 기억에 남는다. 미래를 향한 그 응원은 과거의 우리 자신에게 보내는 다독거림이기도 했다. <여중생A>를 보면서 중학생이던 내 모습을 다양한 인물들 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미래에게서는 내향적이던 성격을, 백합에게서는 다른 사람을 내 멋대로 이해할 수 있다 믿었던 오만함을, 그리고 재희에게서는 겉으로 웃으며 불안함을 숨기던 모습을. 나 역시 그들처럼 미숙해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또 누군가로부터 상처를 받는 중학생이었고 다른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그 시절을 지나왔다.  미래의 말마따나 우린 학교에서 끝나는 인생이 아니라지만 그때는 왜 그렇게 학교가 절대적인 세계였는지. 돌아보면 힘들고 부끄러운 기억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과정들을 거쳐왔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

<여중생A>의 시간적 배경이 2000년대 중반이므로 미래와 친구들도 지금쯤이면 어른이 되어 있을 것이다. 아등바등 그 시절을 지나온 이들 뿐만이 아니라 현재 한창 혼란을 겪고 있는 학생들 모두에게 이 웹툰을 추천하고 싶다. <여중생A>는 터널을 지나온 이들에게는 정말 고생했다는 위로를, 터널 속에서 헤매는 이들에게는 분명 멋진 어른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격려를 건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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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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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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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달곰
    • 안녕하세요, 소원씨! 보암보암 기고 중인 반채은이라고 합니다.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웹툰을 잘 모르는 저로서는 이러한 글을 통해 새로운 웹툰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여중생A>와 같은 웹툰이라면 더더욱 반갑습니다. 자극적이고 화려한 인물, 배경보다는 그냥 그렇고, 소소한 데 마음이 더 끌려서 그렇습니다. 소원씨가 이 웹툰의 매력으로 지적하신 바와 같이 어떻게 보면 무미건조할 수도 있지만 사실 우리의 삶이나 경험과 훨씬 가깝고 그 미묘함을 담아내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일을 잘 해냈을 때에는 엄청난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아마 그런 바람으로 작가도 이 웹툰을 연재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제목이 불특정다수를
       가리킬 수 있는 'A'인걸 보면요. 지금이 초면인데도  <여중생A>는 훌륭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원씨의 글도요!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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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민
    • 안녕하세요. '두레'에 참가중인 이승주라고 합니다. 저도 <여중생A> 웹툰을 정주행 하였습니다. 저는 그저 킬링타임용으로 웹툰을 보았지만 소원님이 이야기 해주신 "<여중생A>는 터널을 지나온 이들에게는 정말 고생했다는 위로를, 터널 속에서 헤매는 이들에게는 분명 멋진 어른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격려를 건네줄 것이다."라는 글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단지 그냥 웹툰을 보며 "미래"를 안타까워하고, 답답해 하였고, 백합이의 행동에 짜증이 날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소원님의 글을 읽고 <여중생A>에 담긴 의미, 관점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이러한 글을 쓰신 소원님이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단지 그저 킬링타임으로 느껴지던 웹툰이 한순간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해준 웹툰이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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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nny
    • 안녕하세요! 두레에 참가했던 정연수입니다. 댓글이 조금 늦었지요? 죄송합니다. 저는 초반에 <여중생A>를 보다가 왠지 모르게 너무나 현실과 가까워 답답한 마음에 보는 것을 포기했었답니다. (물론 소원씨 처럼 무언가 쪼금씩 잘라서 보는 걸 싫어하는 제 성격도 한 몫한 듯 싶어요ㅎㅎ) 하지만 이번에 완결이 된 후에 많은 호평을 듣는 걸로 보아, 또 소원씨의 글을 보아서 다시 한 번 꼭 들여다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사실 현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에 익숙해져 잠시 우리 주변에 혹은 나의 이야기일 수도 있는 이 웹툰에 고개를 돌려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중학생 시절을 다시 떠올리며 빠른 시일 내에 보고싶네요. 잘 보았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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