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뮤지컬 'Last Chance'_사람 냄새 가득한 카페로의 초대

글 입력 2017.05.25 21:4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jpg

 
절망적인 자살의 순간. 삶의 기로에 서 있는 그들에게 마지막 기회가 주어지고 결국 살아남는다. 그렇게 해서 카페 에 각자의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은 모이게 된다.
  
그들은 각자 자기 나름대로의 문제 속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아파했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 사채 빚을 갚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하려 한 가연, 오랜 기간 사랑했던 연인의 이별 선고에 삶을 이어나갈 힘을 잃은 재욱. 그들의 마지막 선택은 결국 자살이었고, 그럼에도 기적 같이 카페 주인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삶을 이어나가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카페에서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져 세상을 향해 나아갈 힘을 얻는다.


2.jpg
 

죽음의 순간에서 다시 한 번 기회를 얻는다면 어떨까? 그 순간이 내가 결심한 순간인지, 뜻밖의 상황인지에 따라서 다를 수도 있겠지만 가연처럼 조금도 나아질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 자신을 죽게 내버려두지도 않는 세상이 원망스럽게 느껴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과연 죽기로 결심한 순간에 내가 내 생에 최선을 다했다고, 죽는 것이 두렵지 않다고, 지금 죽어도 후회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하게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내가 아직 겪어보지 않은 삶 속에서는 내 삶의 가치를 찾을 수 있지는 않을까? 과연 섣불리 죽음을 택할 수 있을까? 공연의 모티프 자체가 죽음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긴 하지만, 등장인물들이 전부 죽음을 택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슬픔과 우울을 떨쳐 내려한 점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그들이 죽음으로부터 벗어나 다시 살게 된 그들의 두 번째 인생에서 이토록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점은 그들의 선택이 얼마나 잘못되었던 것인지 보다 생생히 보여주고 있었다.


Last Chance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다시 한 번 삶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우리는 과연 오늘과 같은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사실 다소 급작스러운 전개 때문에 당황스럽기도 했다. 재욱과 가연의 러브 스토리를 예상한 것이 빗나간 것은 의외이긴 했지만, 재욱이 가연과 카페를 함께 물려받는다는 것에 노발대발하고 가연을 내쫓으려 한 점은 의아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할아버지의 소유인 카페여서 재욱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고, 가연과 함께 생활할 때에는 그렇게 착하게 굴었던 재욱이 욕심에 눈이 멀어 온갖 못된 짓을 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페에서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고, 지금 상황에서 굳이 더 큰 물질적 욕심을 부릴 이유가 없는 것 같은데도 갑자기 탐욕스러운 모습이 극에 달한 상태로 나왔기에 성격이 일관성이 없는 느낌이었다. 할아버지가 깜박깜박하시더니 치매에 걸린 것으로 나온 것도 굉장히 뜬금없는데다가 여느 아침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진부한 설정이라서 실망스러웠다. 감동을 극대화시키려 한 것이겠지만 인위적인 요소가 너무 가미된 것 같아서 부담스러웠다.


3.jpeg
 

그래도 배우들의 노래 실력에 감탄했고, 바로 앞에서 피아노로 연주하는 것을 직접 볼 수 있어서 새로웠다. 피아노 연주 하나만으로 반주가 이뤄진 것 같았지만, 전혀 음악이 비어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배우들의 목소리와 잘 어우러져 힘차고 즐겁기도, 눈물을 자아내며 감동을 배가시키기도 했다. 신나는 노래와 춤 속에서 배우들의 활기와 열정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나까지 함께 힘이 나고 즐거웠다. 가사도 잘 전달되어서 노래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던 점도 좋았다.

전체적으로 내용은 훈훈하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공연이었다. 잠시 아무 생각 없이 리듬에 몸을 맡기고 배우들의 연기에 맞춰 함께 즐거워하고 잠깐은 슬퍼하기도 하면서 편안하게 쉬다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죽음에 대해, 혹은 삶에 대해 그 무엇을 말하려고도 하지 않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부담 없이 보고 즐겁게 돌아 나올 수 있는 것 같다.
  
잔잔한 매력의 주인 할아버지, 활력이 넘치고 웃음기 가득한 순자 아줌마, 그리고 절망의 구렁텅이로부터 막 구원된 가연과 그를 응원하는 재욱. 이들이 함께하는 카페에서는 늘 향긋한 커피 냄새가 난다. 그러나 그보다도 <라스트 챈스> 카페에서는 그들이 함께 어울려 만들어내는 사람 냄새가 더욱 진하고 아름답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4.jpg


 4 (1).jpg
 

[이예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2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