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용기를 내다, The Help [시각예술]

인종차별의 고백
글 입력 2017.05.24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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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심했던 어린 시절에는 ‘용기’를 내야 하는 일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모르는 것이 있어서 질문하는 것 조차도 혼자서 여러 번 연습을 하며 마음의 준비를 했을 정도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용기를 내는 상황이 드물어 진 듯 합니다. 예전보다 훨씬 더 씩씩해졌기 때문도 물론 있겠지만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는 경우가 드물어진 탓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언가 잘못된 상황을 바꾸어나갈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 기회가 어쩌면 죽음이라는 위험을 수반한다고 했을 때 도전해볼 수 있는 용기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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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다루어볼 영화는 ‘The Help’입니다. 2011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1963년의 미국 남부 미시시피 주 백인 귀족에게 평생을 귀속되어 같은 화장실 조차 쓸 수 없는 취급을 받는 흑인 가정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즉, 인종차별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이 주제를 어떻게 풀어 나갔는지에 대해서는 두 인물로 나누어 각 인물의 용기를 서술해보고자 합니다.





# 스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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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키터는 백인 여성입니다. 그녀의 친구들은 잘 사는 남자와 결혼하여, 좋은 집에서 예쁜 옷과 머리로 치장을 하는 것이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아이는 낮에는 흑인 가정부에게 맡기고, 밤에는 젖은 기저귀를 차고 있든지 말든지 신경도 쓰지 않고 말입니다. 반면에 스키터는 결혼 보다는 대학을 졸업하고 작가가 되고자 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신문사에 취직하게 됩니다.


  흑인 가정부 콘스탄틴에게 길러져, 엄마보다는 그녀에게 더 의지했던 스키터는 친구들과는 달리 그들을 차별하지 않고 사람으로써 대합니다. 그리고 취직한 신문사에서 쓰게 된 살림 정보 칼럼에 대한 지식을 얻기 위해 친구의 가정부인 에이블린에게 조언을 구합니다. 그녀와 대화를 하며 그들이 겪는 인종차별의 심각성에 대해 눈을 뜨게 된 스키터는 흑인가정부들의 이야기를 엮어 책으로 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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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부분에서 영화의 첫 번째 ‘용기’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 백인이 흑인보다 우월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조차 없었으며, 특히나 미시시피 주에는 흑인과 백인을 구별하는 행동강령이 따로 존재하였습니다. 심지어는 백인이 쏜 총에 흑인이 맞아 죽었다 하더라도 타고 있던 버스에서 내려야 하는 사람은 흑인이었습니다. 스키터의 어머니조차도 자신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작은 실수를 한 콘스탄틴을 내쫓았을 정도이니 당시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백인인 그녀는 대부분의 주변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행동하는 것의 잘못된 점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백인들로부터 도태될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이를 알리기 위해 책을 쓴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혹시 내가 스키터라면, 굳이 약자들의 입장을 대변해주지 않아도 유복한 집안 배경으로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면 흑인에게 가해지는 차별을 깨닫고 이를 바꾸고자 하는 용기를 낼 수 있을까요?



#에이블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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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블린은 여느 흑인 가정부처럼 평생을 백인의 집에서 일을 해주었습니다. 어린 아들은 남에게 맡기고는 백인의 아이를 키워주었으며, 같은 화장실 조차 쓰기 싫다며 관련 위생법까지 낸 백인 주인을 위해 묵묵히 일해야만 했습니다. 심지어는 흑인은 받아줄 수 없다는 병원 때문에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하고 싸늘하게 죽어버린 아들의 시체를 무기력하게 거실 소파에 눕힐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누군가에게 화를 내를 낼 수도, 차별이라고 말할 수도 없었습니다. 언제 어디서 백인에 의해 총에 맞아 죽을 지 모를 일이기 때문입니다. 흑인 가정부를 포함한 모든 흑인이 매일을 두려움과 눈치 속에 살아왔습니다.


  그러던 그녀에게 백인인 스키터가 가정부들이 겪는 차별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책을 내자는 제안을 하게 됩니다. 에이블린은 당연히 처음에는 미친 소리라며 거절했습니다. 흑인과 백인이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따가운 시선을 받는데, 아무리 익명이라지만 흑인의 이야기로 책까지 낸다니 목숨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키터의 진솔한 태도와 긴 고민 끝에 이 끔찍한 차별 아래에서 아들까지 잃은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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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바로 두 번째 ‘용기’입니다. 잘못된 것을 알지만 꼼짝할 수도 없었던 상황을 바꾸어보고자 목소리를 내는 것. 아마 스키터보다도 더 두렵고 어려웠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친구 미니 잭슨도 처음에는 미쳤다며 물러서지만 이내 스키터와 에이블린을 도와주게 됩니다. 또한 용기를 낸 사람이 2명으로 늘어나자 더 많은 흑인 가정부들도 동참하게 됩니다. 첫 시작은 두렵고 어려웠지만 하나의 용기가 다른 용기를 이끌어낸 것입니다.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엮어 책을 낼 수 있는 원고가 만들어질 수 있게 됩니다.


  책이 출판되자 백인들은 관심조차 없었던 가정부들의 삶을 알아가며 인종차별의 심각성과 잘못을 깨닫게 됩니다. 물론 모든 백인이 흑인을 대변한 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는 못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스키터의 남자친구 스튜어트는 그녀에게 실망하여 떠나게 됩니다. 하지만 인종차별뿐만 아니라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는 과정에서 스튜어트와 같은 사람이 과연 한 사람뿐일까요? 반면에 흑인들은 통쾌하게 풀어버린 이야기에 즐겁게 공감하며 그들을 축하해줍니다. 에이블린과 미니는 자신들의 책이 읽히는 것에 잠시 두려워했지만 이내 주체적으로 변화를 이루어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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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결말은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자세히 말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분명한 것은 위에 이야기한 두 용기가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꾸지는 않았다는 것이며, 중요한 것은 이 용기와 작은 변화를 발판 삼아 더 큰 용기와 더 큰 변화를 꿈꿀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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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Help의 배경은 1963년도 이었지만, 아직도 인종차별은 존재합니다. 이외에도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다수가 자각하지 못했던 차별들이 주목 받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용기 내어 잘못되었다며 목소리를 낸 만큼, 우리도 그 변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영화가 꽤 긴 편입니다. 146분에 담긴 이야기 중 스키터와 에이블린의 용기는 한 부분일 뿐이며 이외에도 기억해두고 싶은 장면들이 아주 많답니다. 인종차별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일 수도 있지만 긴 러닝 타임 동안 지루함을 한번도 느끼질 않았을 정도입니다. 더운 날씨가 찾아오기 전에 영화를 꼭 보셨으면 합니다. 여러모로 유의미 했던 영화, The Help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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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I gonna believe all the bad things them fools say about me today?"





이미지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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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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