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권력에서 권위의 시대로, 도서 < 정치혁명 >

글 입력 2017.05.0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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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www.artinsight.co.kr)를 통해 도서 정치혁명을 읽었다. 올해 4월에 출간된 이 책이 얼마나 많은 부분들을 시사할 지 책을 열기 전부터 기대가 컸다. 4월 말부터 5월 초에 한국을 벗어나 있는 시간동안에도 이 두꺼운 책을 가방에 넣어 다니며 읽을 만큼 말이다. 실천하는 시민을 위하여, 저자 신봉수는 아주 큰 담론을 연대기적으로 훑어가며 풀어나갔다.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학자마다 정의하는 바는 각양각색이다. 무엇에 보다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정의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이전투구, 권력자원의 효율적 배분 등 '권력'에 초점을 맞추어 정의한다. 마키아벨리 이후로 우리는 권력과 정치의 역학을 분리하여 생각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아주 오랜 시간동안 지배적이고 보편타당하게 여겨져왔던 정치와 권력의 관계에 대하여, 저자인 신봉수 연구교수는 의문을 던진다. 과연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정치가 진정한 정치인가.

기존의 명제에 반하여 저자는 권력이 아닌 권위를 화두로 내세웠다. 정치권력이 아닌 정치권위가 복원되어야 한다는 것인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저자는 동서양의 역사를 연대기적으로 훑어나가며 어떻게 상이한 각 지역에서 정치가 권력과 영합하여 왔는지를 추적했다.





저자는 서양에서 정치권위가 실종된 이유를 아렌트에 덧대어 전통과 종교라는 사적 영역이 정치와 결사체라는 공적 영역을 침범해갔기 때문이라고 규정한다. 로마시기를 거치면서 교회는 전통과 종교를 묶어버렸고 세속 권력을 압도하면서 공적 영역을 완벽하게 잠식해버렸다. 이와는 달리 동양에서는 애당초 종교의 힘을 빌릴 필요 없이 유교에서 공과 사를 가치판단으로 삼아 사적 영역이 공적 영역에 봉사하도록 해왔다. 요컨대 서양에서는 전통-종교-권위의 삼위일체가 형성되었고 전통-유교-권위의 삼위일체가 굳건하게 자리잡았던 것이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종교권력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동양에서는 서양으로부터 이식된 현대의 가치인 자유와 평등으로 인해 삼위일체가 붕괴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위가 올바르게 서지 못했던 것은 현대에 접어들면서 나타났던 폭력이 세계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마치 폭력은 과거 전통의 것인양 치부해버리고 싶겠지만 폭력은 분명 현대의 산물이다. 현대를 열었던 여러 혁명들을 돌이켜 보았을 때,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웠던 경우가 있었던가. 프랑스혁명도, 볼셰비키 혁명도 예외가 아니다. 게다가 현대가 추구하는 가장 보편적인 가치인 자유민주주의가 전체주의에 대한 반작용으로 소극적 자유를 추구한다는 점도, 권위라는 단어를 포함하여 그 의미를 퇴색시키는 권위주의가 팽배했다는 점도 현대의 최전선인 지금에 이르기까지 정치권위가 바로 서지 못한 이유 중 하나다.

그렇다면 정치권위는 어떻게 복원할 수 있을까.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은 정당성과 정당화 두 가지이다. 정당성은 정치권위에 대해 국민이 복종하기로 동의함으로써 부여되는 바이다. 국민은 법을 준수하는 것과 대중운동에 참여함으로써 정치권위에 대한 동의를 표할 수 있다. 그러나 정당한 정치권위는 동의에 더하여 도덕적인 근거를 필요로 한다. 국가는 때로는 국민이 동의하지 않았거나 반대한 법에 대해서도 복종을 강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5장에서 다루는 정당화와 이를 바탕으로 한 정당한 정치권위에 대한 내용은 굉장히 흥미롭다. 참여, 동의 그리고 복종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에서 저자의 깊은 고찰을 엿볼 수 있다.





개인적인 일정 때문에 책을 한 번 읽고 리뷰를 쓰게 되었는데, 고작 한 번 읽고 글을 남기는 것이 저자인 신봉수 교수님께 면구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왜냐하면 이 책이 던지는 화두는 다독하고 여러번 곱씹어보아야 비로소 저자의 담론을 넘어선 내 주장이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이 책을 다시 펴야 할 것 같다. 아주 묵직하고도 재미있는 책이니 다시 읽어도 또 재미있을 것 같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정치사상에 대한 이해, 현상 너머에 존재하는 구조를 파악하는 시각, 얼기설기 얽혀있는 여러 학자들의 이론과 가설들 가운데 니치를 파고 들어 가설을(정치철학이라 가설이라는 용어가 조금 어색한 부분도 있지만 말이다) 세우는 것까지 <정치혁명>은 정말 근래에 읽었던 책들 중에 층격적일 정도로 완벽한 구조를 갖추었다. 특히나 지금 이 시기에 이 책이 우리 국민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얼마나 큰가. 격동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대한민국에, 도서 < 정치혁명 >은 아주 심도 있는 고찰을 바탕으로 하나의 대안을 시사하고 있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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