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위대한 기록] Video Killed the Radio star - VKR Zine

글 입력 2017.04.12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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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deo Killed the Radio star
종이로 보는 사진 'VKR 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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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사진’을 선물 받았던 적이 있다. 그 날 내 손에 들린 사진 한 장은 다른 선물들보다 더 의미 있었다. 특별한 사진이라기보다 평범한 내 모습을 담은 사진이었지만 프린트되어져 내 손에 오니 그 자체가 너무나 특별했다. 그래서 작년 크리스마스 때, 내 주변 사람들에게 그동안 함께 찍었던 사진들을 인화해서 선물했다. 값비싼 선물도 아니고 구하기 어려운 선물도 아니었지만 모두들 한 뼘만한 작은 사진에 기뻐했다.

거의 모든 디지털 기기에 카메라 기능이 탑재되면서 스마트폰으로 수 백장, 수 천장의 사진을 찍고 저장하지만 전자기기에 담긴 사진을 보며 ‘소장’한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 인화되어 내 손에 그 감촉이 느껴질 때 비로소 ‘내 것’이 되는 기분이다. 이런 비슷한 생각에서 출발해 생긴 사진집이 있다. 독립출판 사진집인 ‘VKR Zine'이다.





VKR Zine은 독자들에게 필름 사진들을 스크린이 아닌 종이로서 마주해 직접 페이지를 넘기며 영감을 얻고, 간직 하고자 한다. 나아가 일반 독자들에게는 필름 사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기를, 전문가나 타 대형잡지의 에디터에게는 감각적인 포토그래퍼를 발굴할 수 있는 메뉴얼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VKR'은 ‘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노래 제목에서 착안한 이름이다. 노래 제목은 에디터들이 원한 VKR Zine에 대해 비유적이면서도 직설적인 표현으로 확실한 인상을 주기에 적합하다고 생각이 되어 노래를 따라 부르다 우연히 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까지 총 4권의 사진집이 나왔고 나는 이 중 vol.2와 vol.3를 독립서점에서 구입했다. 책을 고를 때, 안의 내용을 보기보다 책 제목과 표지를 보는 편인데 저번 'BRA BOOK'에 이어 이번 사진집도 표지를 보고 확 이끌려서 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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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KR Zine 표지 ⓒ vkr zine 공식 홈페이지


vol.2와 vol.3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사진집에 실린 사진들이 vol.3는 흑백인 반면에 vol.2는 모두 컬러이다. 보통 나는 흑백 사진이 좀 더 감성적으로 와 닿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vol.3의 흑백사진은 좀 더 명확하게 나에게 인식되었고 오히려 vol.2가 굉장히 몽환적이고 감성적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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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WON HEE JIN


두 권의 사진집들 중에 가장 충격을 먹었던 사진이다. 밭에 누워있는 사진은 모델 분이 너무 추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그리고 사진을 한동안 계속 보다 보니 처음에 충격적이고 ‘뭐지?’했었던 느낌은 사라지고 오히려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밭에 옷을 입고 누워있었더라면 부자연스러웠을텐데 나체이기에 사람도 자연의 일부처럼 보였다. 하지만 역시 작품을 몇 번이고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모델이 너무 말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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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ERI NAKAMURA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꼽으라면 나는 망설임 없이 ‘게이샤의 추억'이라 할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무엇인가 ‘게이샤’에 대한 신비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마도 기모노에 대한 동경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기모노와 게이샤에 대해 아름다운 영상미로 표현해낸 이 영화를 보고 더 더욱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가 ‘게이샤’를 하나의 예술가로서 비춘 점이 마음에 들었다. 때문에 이 사진이 내가 가진 2권의 VKR Zine을 통틀어 가장 마음에 든다. 특별한 이유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정말 그냥 좋았다. 이 작품을 보고 바로 VKR Zine을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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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an Carlos Jimenez Moreno


바닷가에 사는 아이는 자신보다 더 큰 수레를 끌고 어딜 가는 것일까? 앞에 하나, 뒤에 하나 저 두 개의 수레가 내 손에 들린다면 당장 한 걸음, 한 걸음을 어떻게 떼야할지 신경 쓰느냐고 앞만 볼 것 같은데 아이는 카메라 렌즈를 응시하고 있다. 아마도 수레를 여러 개 다루는 일에 익숙한 모양이다. 아이의 성장은 바지의 길이를 따라가지 못해 청바지 밑단이 너덜너덜해진 채로 얼굴은 그 어떤 일꾼보다 진지하다. 내가 사진으로 읽은 아이의 모습이 아이 인생에 대해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아이의 발걸음에 목적지가 있는 것 같아 그게 참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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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DREA DE FUSCO


흑백 사진의 좋은 점은 인물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다. 흑과 백으로만 표현되어 인물을 둘러싼 환경보다 인물의 표정과 모습을 더 자세히 보게 된다. 첫 번째 사진은 아마도 권투 선수로서의 아이 모습을 담았다. 링 위에서의 모습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은 뒷모습이었지만 성인 권투 선수보다 더 진지했고 눈빛만으로 상대를 꺾을 만큼 강렬했다. 그러나 두 번째 사진의 링 위에서 아이들의 모습은 그 표정이 너무나 천진난만하다. 어떤 상황인지 알 수는 없지만 긴장감보다는 아이의 순수한 얼굴 때문에 권투장갑이 너무나 모순되어 보였다. 자신의 손바닥의 5배는 되어 보이는 권투 장갑을 끼고 연습하고 경기하는 아이들의 삶은 어떨지 한참을 생각해보았다.

사진은 글보다 더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다. 셔터가 눌리는 순간의 분위기와 모습과 작가가 하고자 했던 말들은 그저 이미지로 담겨서 독자로 하여금 해독할 수 없게 된다. 게다가 사진집은 친절하게 해설을 제공하고 있지도 않다. 그래서 매번 사진집이 어렵다. 내가 보고 생각하는 것이 작가가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과 같을까에 대해 수 없이 고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찌 생각해보면 작가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와 내가 작품을 보고 떠오르는 이야기를 모두 담을 수 있는 것이 사진인 것 같다. 그래서 사진집을 두고두고 계속 보게 된다. 그것이 사진집의 매력이다.


VKR Zine
by. Mina Lee / Hyejin Sunwoo

Homepage: www.vkrzine.com
Instagram: @vkrzine




이정숙 태그.jpg
 



[이정숙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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