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원한 슬픔은 없길, 스타바트 마테르

글 입력 2017.04.04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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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곡 Quartetto e Coro

애처로운 성모가 울며
십자가 앞에 서있네.
숨을 거두시려는 예수님 가까이
주의 슬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시며
애통하고 서러운 어머니의 마음도
마침내 칼에 깊이 찔려 뚫렸네.
오 그토록 고통하며 상처 입은 분
그 여인은 복 되신 분
독생자의 어머니
근심하며 비탄에 잠겨
그 어머니는 떠났네
귀하신 아들의 죽음을 보면서.


제 2곡 Quartetto

함께 울지 않을 사람 누구 있으리
성모의 이처럼
애통해 함을 보고
함께 통곡하지 않을 사람 누구 있으리.
성모의 이처럼
깊은 고통을 보고
자기 백성들의 죄로 인하여
그 영혼이 떠나실 때까지
비참하게 매달려 계신 주를 보라.
상처입고, 조롱당하고, 매도당하고
모독당하며 채찍에 맞아 피로 물든
당신의 아들을 성모가 친히 보네


   안토닌 드보르작의 [스타바트 마테르]의 1부와 2부의 가사이다. [스타바트 마테르]의 전곡은 10곡으로 되어있다. 아들의 죽음을 바라보는 성모가 등장하는 제 1곡부터 곡이 시작한다. 개인적으로는 전곡 중 위의 제 1곡과 제 2곡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대규모의 합창단과 오케스트라, 성악가가 만들어내는 음악은 경이로움과 신성함을 자아냈다. 1곡과 2곡은 예수의 죽음과 그것을 바라보는 성모의 모습을 그려낸 것이기 때문에 전곡 중 분위기가 가장 무겁고, 단조의 음계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점점 고조되는 성모의 슬픔이 고조되는 연주와 합창을 통해 잘 드러난다. 무대 위쪽에는 각 곡의 가사를 적어둔 화면이 비추어진다. 화면에 쓰인 가사를 곱씹으며 음악을 감상하다보면 아들을 잃은 성모의 절절한 슬픔이 가슴에 와 닿는다.
    
   제 1곡과 2곡이 특히나 인상 깊었던 이유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 그것은 아마 이런 이유가 아닐까 한다. 예수와 성모, 그리고 대규모 합창단. 이는 모두 경이로움과 신성함을 자아낸다. 그동안 내가 떠올렸던 예수와 성모의 이미지는 다음과 같았다. 세상 사람들의 죄를 사하여 주기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 그리고 그런 예수님을 탄생시킨 성모 마리아. 아주 비상하고 신적인 존재로 내게 각인되어 있던 것이다. 곡에서도 이들은 물론 신성한 존재, 경이로운 존재로 묘사된다. 그러나 제 1곡과 2곡에서 나는 이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제 1곡과 2곡에 나타난 성모의 모습은 여느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과 닮아있다. 사랑하는 자식을 잃고 비통해하는 부모의 모습.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이 가사와 연주를 통해 느껴졌다. 반복되고 고조되는 선율은 그녀의 비통한 마음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듯했다. 신성하고 영적이라고만 생각했던 그들이 인간적인 감정을 느끼고 비통해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앞서 말했듯, 이 곡은 성모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를 보고 비통해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는 작곡자 안토닌 드보르작의 생애와 닮아있다. 그는 세 명의 자녀를 2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모두 떠나보낸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보며 비탄에 잠긴 성모의 모습은, 안토닌 드보르작 그 자신의 모습이다. 독실한 종교인이었다던 드보르작은 자식을 떠나보낸 슬픔을 예수의 죽음과 성모 마리아의 모습을 음악으로 그려냄으로 승화시키고 극복하고자 한 것이다. 담담한, 그러나 어딘지 처절하고 애잔한 곡의 전반부에서 자식을 잃은 드보르작의 절망이 느껴졌다. 한편, 가사를 곱씹고 연주를 들으며 떠오른 것은 세월호 사건이었다. 3년 간 바다에 가라앉아 있던 세월호는 얼마 전 인양되었다.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상실의 아픔과 충격은 여전히 남아있다. 곡은 나로 하여금 진도 팽목항의 마르지 않는 눈물, 바람에 날리던 노란 리본을 떠올리게 하였다.
 
   이 곡은 1곡과 2곡의 비통하고 애잔한 선율로부터 점점 밝은 분위기로 전환된다. 완전히 경쾌한 음악은 아니지만, 곡의 초반부에 비하면 확실히 한결 밝아진 듯하다. 연주를 다 듣고 나면, 한 편의 서사를 경험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것은 세 자녀를 잃은 안토닌 드보르작의 서사이며,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를 바라보는 성모의 서사이며, 견딜 수 없는 슬픔과 절망을 극복해보려는 모든 이들의 서사이다. 이 곡이 절망적인 선율과 가사만을 보여주지 않고, 조금씩 변해간다는 것은 작은 위로가 된다. 슬픔을 완전히 잊고 산다는 것은 어렵겠지만, 여전히 아픔과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역시 따뜻한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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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음악회에 갈 때 음악적 지식이 부족해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을 했다. 그렇지만 그런 나에게도 풍요로운 음악회였다. 우선, 대규모 합창단의 등장이 놀라웠고 그들 모두의 목소리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내는 것이 정말 좋았다. 그들의 화음은 때론 음악을 아주 서글프게, 때론 힘차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또한 이들의 화음 속에서 빛나는 성악가들 역시 인상적이었다. 오케스트라와 오르간까지 이 모든 악기와 목소리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음악은 그 자체로 풍부하고 풍요로웠다. 나는 클래식 음악은 주로 피아노 독주를 즐겨 듣는 편이다. 잔잔함 속의 단일한 선율이 선명하고 아름답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연주회를 통해서 오케스트라와 대규모 합창단, 성악가가 함께 만들어내는 음악이 얼마나 매력적인 지 느꼈다. 음악의 구성적 측면 등을 분석하기엔 여전히 부족하지만, 새로운 장르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에 굉장히 만족한다.

 
[노혜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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