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불온한 당신 [영화]

불온한 우리의 불온한 삶, 그리고 혐오
글 입력 2017.03.31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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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불온한 당신 [영화] 


감독 이영
다큐멘터리 (98분)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혐오"


혐오는 어느덧 우리 사회 전반을 관통하고 있다. 혐오는 만연하고 나는 혐오의 대상이자 어쩌면 무언가 끊임없이 혐오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너무나 만연해 사회의 분위기를 주도하기에 이른 혐오는 '여성', '성소수자', '세월호 유가족', '진보세력' 등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대상에게, 혐오와는 별개일 줄 알았던 곳에서 시시때때로 드러나고 난동을 피운다. 정확히 어떤 논리로 무엇을 위해 혐오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혐오하는지 규정되지 않은 채 무한히 발산하고 새로운 세력으로 전염되며 만연하도록 퍼져나갔다.

감독은 이 문제에 접근하여 주시한다. 사회 전반에 퍼진 혐오가 어떤 방식으로 어디에서 왜 일어나는가. 혐오의 대상은 누구이며, 혐오하는 이들의 논리는 무엇인가. 그들은 왜 혐오하고 어떻게 혐오하나.

다큐멘터리는 혐오세력의 난동, 혐오대상의 생존을 위한 외침이 번갈아 제시된다. 한 측에서는 "너 같은 존재는 세상에서 사라져야 한다, 더럽다, 쓰레기다." 외치고 다른 한 측에서는 "우리는 살고싶다, 인권을 보장해달라, 차별과 혐오는 폭력이다." 외친다. 극명하게 갈리는 두 목소리는 곳곳에서 외쳐지고 서로 충돌한다. 혐오하는 이들의 무논리에 어떤 논리를 외치고 설명해도 생존을 위한 외침은 소음에 묵살되고 그 과정은 다큐멘터리 속에 무엇보다 생생하고 끔찍하게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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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도 차별받지 않고, 혐오의 대상이 되지 랂으며 살 권리가 있다."라는 명백하고 당연한 논리는 다큐멘터리 속(뿐만 아니라 현 사회에서도)에서 끊임없이 묵살된다. 그 과정을 보는 것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괴롭고, 혹은 무작정 혐오하고 보자고 달려드는 이들에게 어떤 설명이 가능할까 싶어 무력해지기까지 한다. 그러나 잊어선 안되는 것은 그 과정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는 것과 이 과정이 다큐멘터리로 기록되고 있다는 것 자체로도 분명한 의미와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한국사회는 끔찍하고, 내가 만나보지 못한 끔찍한 것들은 곳곳에 널려있다. 하루 하루 괴로워하고 아파하며 '내가 아직 한국을 덜 살았구나.'라는 생각을 반복한다. 오늘 겪은 아픔이 무색하리만큼 또 다른 아픔이 예정되어 있다는 것을 어느순간 인정해버렸을지 모른다. 나는 너무나 불온하여서 언제 어떤 방식으로 혐오의 대상이 될지 모르고, 그 순간에도 세상은 끊임없이 불온한 대상을 새로 규정하고 만들어나가며 대상을 향해 혐오의 폭력을 휘두를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두려움과 무기력함, 분노와 슬픔 속에서도 목소리를 내고자 생존의 방식을 모색하고 쫓아다닌다. 모이고 연대하고 외치며 그 순간이 만들 수 있는 변화와 의미를 기록한다.

우리는 불온하여 쫓겨날지 모르지만 쫓겨난 그 자리에서부터 다시금 우리가 생존할 자리를 만들어나간다. 혐오는 '불온한 사람'들의 삶을 반대하고 나서지만, 우린 우리의 삶의 의미를 반드시 증명하고 만다.





정보 : 불온한 상영회 (2017. 4. 14. 금. 저녁 7시 30분 - 성미산마을극장, '불온한 당신' 영화 상영, GV)


[양나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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