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특별하지 않아서 더 특별한 영화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3.3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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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영화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인 'ONCE'이다. 영화 ONCE는 비긴 어게인과 싱 스트리트로 유명한 존 카니의 작품이다. 비긴 어게인이 스케일이 큰 작품이었다면 원스는 저예산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성공을 거둔 음악영화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곡 중 가장 메인 ost인 < Falling Slowly >는 영화를 보지 않은 이들에게도 유명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영화 ost 중 하나이다. 사실 내가 이 영화를 접하게 된 이유도 이 곡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영화의 첫 느낌은 지루함이었다.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한 영화 답게 화면은 항상 비를 머금은 듯 흐릿했고 영상 역시 영화보다는 다큐를 찍는 것처럼 묘사됐다.


 뮤지컬식으로 흘러가는 다른 음악 영화와 달리 이 영화는 음악이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이 영화는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그’. 그의 노래를 들으며 그 노래 속에 숨겨진 사랑의 아픔을 한눈에 알아보는 ‘그녀’와의 만남을 이야기 한다. 거리에서 우연히 노래를 듣고 함께 음악을 하고 사랑에 빠지고.. 이 스토리 자체는 다른 영화들과 다를 바 없는 뻔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감독은 이런 뻔한 전개를 조금은 현실적으로, 개인적으로는 '영화스럽지 않게' 풀어나갔다고 표현하고 싶다.

 < Falling Slowly >는 영화에서 두번 등장하는데 첫번째는 이들의 첫 만남 다음날 서로에 대해 무지한 상태에서 조심스럽게 맞춰가면서 피아노가게에서 직접 부르고, 두번째는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서로 작별을 고하고 서로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장면에서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온다. 지극히 평범한 이들은 처음 악기 가게에서 이 노래를 부르면서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이들이 그들의 일상을 공유하게 된다. 이 둘 모두 꿈으로만 간직하고 있던 음악을 서로 격려와 응원을 통해 함께 음악을 만들게 된다. 음악을 통해서 서로를 이해하고 아픔을 치유하게 되지만 이러한 과정들이 특별하지만 결코 비현실적이고 영화처럼 연출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보는 이 역시 이들의 아픔과 극복과정을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하지만 이들이 이렇게 사랑을 시작하고 이들이 만든 앨범이 성공한 상태로 영화가 끝났다면 다른 평범한 영화와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이 둘은 음악을 통해 서로에게 특별한 이가 되었지만 서로에 대한 아쉬움만 남긴 채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다.

 음악을 하고 서로의 꿈을 실현해 나가면서 이들은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마치 영화 속 주인공처럼 특별한 순간들을 공유하지만 결국 남자는 음악에 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런던을 가야했고 여자는 자신의 가정을 위해, 또한 자신의 남편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이들은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이 순간 흘러나오는 ost는 이들의 꿈같은 순간이 이제 끝났으며 이들은 이제 영화 속 주인공이 아닌 다시 평범한 이들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듯 했다. 이 < Falling Slowly >는 나는 당신을 모른다고 시작하는데 이들은 그들이 처음 만나 이노래를 불렀을 때도 서로 일상을 공유하고 끝나는 장면에서도 여전히 그들은 서로에 대해 온전히 알지 못한채 끝난다.

 그래서 영화 도입부에서 흘러 나오는 이 노래는 둘 사이의 발전을 기대하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듣게 되었다면 후반부에 이 노래가 흘러나오는 순간 여지없이 눈물이 나왔다. 이들이 서로의 현실과 아픔을 극복하고 잘되길 기대해서 인지, 이들이 헤어지는 게 아쉬워서 인지, 이런 모습이 너무나도 우리의 삶과 닮아서 인지 그 이유는 여전히 정확하지는 않지만 항상 마지막에 이 노래가 나오는 순간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 같은 로맨스나 순간들을 꿈꾸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현실의 벽에 부딪치게 되고 이런 꿈을 이상으로만 남겨두게 된다. 그래서 우린 더욱 비현실적이고 영화 같은 이야기에 빠지게 되는 것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 영화는 너무 평범한 이들을 주인공으로 정말 다큐를 보는 것처럼 영화를 연출한 탓인지 내 삶 속에서도 이렇게 영화 같은 순간이 일어나진 않을까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하지만 영화 속 주인공들이 결국 현실을 인지하고 헤어지면서 그 영화 같은 순간들이 막을 내리는 것처럼 사실 우리의 삶 속에서도 '영화 같은', 특별한 순간들이 찾아오진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상을 현실로 만드는 것도 이상을 아쉬움으로 남겨두는 것도 결국은 우리의 선택인 것이다.

 사실 해피엔딩 영화 역시 이상을 현실로 이루는 가장 행복한 순간까지만 보여준다. 이상이 현실이 된 이후의 모습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 원스에서도 서로에 대해 아름다운 추억만을 남기기 위해 아쉬움을 가진채 발걸음을 돌린게 아닌가 생각된다. 이러한 이들의 선택이 오히려 우리의 삶의 모습과 더 닮아서 특별하지 않지만 우리에게 더 가억에 남는게 아닐까 생각된다.


[김휘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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