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과 공감, 시집 사랑하고 있습니다 [문학]

글 입력 2017.03.27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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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있습니다.

시를 읽는다는 건,
시를 즐긴다는 건,
시로 표현한다는 것은
지금 우리에게 무슨 의미로 다가올까?


시를 접하는 일은 다른 소설 에세이보다는 개개인의 역사와는 꽤 거리가 있다. 멀다면 고등학교 수능공부를 위한 단순 분석이 있을 수 있고, 혹은 최근 유행한 SNS 내의 이름시(이름의 앞글자를 따서 짓는 짧은 시)같은 것이 있을 수도 있다. 아니면 SNS내에서 허를 찌르는 문장들로 유명해진 하상욱의 시로 만나봤을 수도 있다. 다른 문학들보다 조금은 거리가 있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충분히 젖어드는 감성, 내 기억을 끄집어내는 문장, 몇번이고 반복해서 읽는 단어들. 그렇기에 시를 가장 진하게 즐길 수 있는건 감정의 증폭이 커졌을때가 아닐까싶다. 감정의 증폭에는 사랑만한게 없고 사랑에 빠진 이에게 혹은 사랑을 잃은 이에게 시처럼 내마음을 대변해줄 문학 또한 없다. 개인적으로 필자에게 시는 멀었던 존재였지만 최근에 가까워진 친구가 되었다.





< 사랑하고 있습니다 >
(이광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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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챕터로 나뉘는 시집은 <언제나 사랑하고 있습니다>와 <여전히 사랑하고 있습니다>로 나뉘어져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언제나 사랑하고 있습니다>는 현재 사랑하고 있는 상태에 대한 시를 다루고 있고, <여전히 사랑하고 있습니다>는 이별에 관한 시를 다루고 있다. 두 섹션을 '여전히'와 '언제나'라는 단어로 나눈 것이 인상적이다. 여전히, 그리고 언제나. 사랑에 빠졌을 때는 누구나 '영원'을 약속한다. 그리고 이별을 택하고 돌아섰을 때 지난 연인에 대한, 지난 사랑에 대해서 우리는 추억하고 그리워한다. 이것을 3음절의 단어로 잘 표현한 듯 하다.

사랑에 빠진 지금은 언제나. 사랑에 돌아서도 우리는 여전히.



 

< 언제나 사랑하고있습니다 >


*
너의 밤 외출

고요하고 어두운 나의 밤
너는 낮보다 밝은 밤으로 외출을 갔다고
나는 뭐 하고 있냐 네가 물으면
나는 뭘 할지 생각을 하는데
생각나는 건 너뿐이다.

너는 어떤 옷을 입었을까
누구와 무슨 이야길 할까
술은 또 몇 잔째일까
너는 언제쯤 나의 밤으로 돌아올까
내가 하고 있는 건 네 생각뿐이라
나의 잦은 연락은 무죄이고 무죄이다.


**
친구의 결혼식

달리 말 안해도 알겠다.
네 인생 누구를 사랑했는지

달리 말 안해도 알겠다.
네 인생 누구를 사랑할건지


 이 챕터는 가족으로 시작해 청혼으로 쓰일 시로 끝난다. 엄마, 아버지에 대한 사랑부터 친구, 연인에 대한 깊은 사랑이 느껴진다. 시의 어조는 담백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들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 챕터에는 두 개의 시가 가장 맘에 들었다. 

첫 번째, 너의 밤 외출. 사랑하는 이가 있는 누구든지 공감할 시가 아닌가 싶다. 사랑하는 연인이 늦은 저녁 술약속에 갔을 때의 마음을 이야기한 시이다. 함께 하지 못한 채 약속에 나가있는 연인을기다리는 이의 마음이 느껴진다. 어떤 이가 연인이 술자리에 가있는 상황에 다른 일이 손에 잡히리요. 눈 앞에 보이지 않는 연인에 대한 그리움과 궁금함, 그리고 걱정은 몇 단어 나오지 않는 시에서도 느껴진다. 그 중 특히 '너는 언제쯤 나의 밤으로 돌아올까'라는 부분은 기다리는 이의 시간이 더딤을 효과적으로 표현했고 동시에 약속의 끝남은 사랑하는 이와의 밤으로 자연스레 이어진다는 것이 사뭇 좋다. 약속이 끝나고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느껴져서 또 좋다.

두번째는 친구의 결혼식. 결혼식의 진정한 의미는 사랑하는 이가 누구라는 것을 모두에게 소개하고 축복받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 결혼식을 친구의 입장으로 본다면 기분이 어떨까 이 시를 보고 처음 상상하게 되었다. 사랑하는 이와 결혼하는 친구를 보는 기분이란 부모와는 또다른 기분일 것이다. 조금은 다른 행복을 빌 것이고 친구만의 축복을 빌어줄 것이다. 그리고 그 친구의 사랑하는 사람을 알게 될 것이며 그건 또 다른 친구가 생기는 기분일지도 모른다. 적으면 몇 년, 길면 수십년을 지켜본 친구의 곁에 평생을 함께 할 누군가가 서있는 것을 확인하는 일은 꽤나 설레고 찡한 일이 아닐까 싶다.



 

< 여전히 사랑하고 있습니다 >


 우리라는 소설

수많은 복선
모른 척하는 나
다가온 결말
뒤 페이지로 넘어가질 못한
다시 앞 페이지만 들추는 나
몇 번을 더
다시 또 앞 페이지로

어리석은 나의 독서
결말을 보든 안 보든
소설은 이미 끝이 났음을


이별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여전히 사랑하고 있습니다 >.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따라오는 것은 당연하기에 사랑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이별일 것이다. 어떤 만남을 했건 누구와 만났건 사랑의 마침표를 찍는 순간 모든 것이 과거로 밀려간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를 바라보고 추억을 먹고 사는 인간이기에, 그리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함께한 지난 시간에서 바로 눈을 떼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여전히' 사랑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라는 소설 속의 '나'는 이별을 경험한 누구나 겪은 '우리' 자신들의 모습일 것이다. 술을 먹고 애인에게 전화하는 것, 혹은 지난 시간 사랑했던 기록을 계속 다시 보는 것. 모든게 미련이고 추억일 뿐이라는 것을 알지만 우리는 다시 혹시나라는 마음으로 전 페이지를 들추는 일을 반복한다. '우리라는 소설'의 이야기가 그렇다. 이별하기 전의 상황을 알지만 애써 모른 척 하는 우리의 모습. 결말이 다가왔으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지난 페이지를 펼쳐보는 모습. 그리고 소설의 결말과 상관없이 사랑이 끝났음을 알리는 마지막 문장은 마음 한 켠이 아려온다. 결말을 보는 것은 선택이 아니고 결말이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소설이 끝이 나지 않은 것 또한 아니다. 사랑의 끝은 내가 모르는 사이 이뤄지기도 하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 것이다. 어리석지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전 페이지를 들춰본다. 그것이 정리의 과정이든 미련의 흔적이든.





사랑은 모든 감정의 촉매제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사랑은 궁극의 행복을 맛보게 해주기도,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트리기도 한다. 감정의 한 가지보다는 모든 감정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 사랑 말고 어떤 것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된다. 그리고 또 누군가의 감정과 기억에 쉽게 공감할 수 있게 해주는 한 가지. 사랑. 그리고 그 감정에 최대한으로 젖을 수 있게 해주는 문학은 단연코 시일 것이다. 사랑에 빠진 누군가라면 한 번쯤 읽어보는 것이 어떨까.




[김정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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