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 제주의 진짜 모습

글 입력 2017.03.21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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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훅 들어오는 제목의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

내가 무얼 생각하든 틀리다는 것인가?
뭘 생각하는지 알고?
아니, 이 책에 담긴 것은
누구라도, 제주에 몇년을 머물러도,
알아내지도 못했을 제주의 여러 모습이다.

돌과 물과 바람이 많아
삼다도(三多島)라고 불리기도 했다는 제주.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건 그 중 으뜸이 돌이라는 생각이다.

돌과 함께 태어나 돌과 함께 살아가고 묻히는
제주 사람들의 한과 삶이 모두 담긴 것이 돌이다.
산담, 밭담, 방사탑, 동자석, 돌하루방...
모두 제주에만 있고,
제주민만이 의미를 제대로 아는 것들.

그 중 일부를 제주 토박이가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마을 어르신들께 취재해 엮어낸
보물같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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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화가 났다.
버는 족족 여행에 투자하시는 부모님 덕에
일년에 한 번은 꼭 제주에 갔다.

그리고 나름대로 다른 사람들이 안 가는,
개발이 덜 된 관광지도 가봤고
조용한 동네에서 묵어도 봤다는 사실에 좋아했었다.

하지만 제주에 대해 과연 무엇을 알고 있었을까?
그리고 제주에서 없어져가는 것들,
제주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해 관심은 있었을까?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이 책을 사 읽지 않더라도)
몇 가지는 꼭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가장 와 닿았던 몇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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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방코지 서쪽의 자갈해안.
아주 잘잘한 돌(작지)이라는 뜻의
제주말인 '알작지'로도 불린다.

알작지가 바닷물과 섞일때 내는
'차르르 차르르' 소리는 여전하지만
그 규모는 산지항 공사 때
자갈을 가져다 쓰면서 축소되었다.
최근 내도 방파제 축조로 인해
자갈의 생성도 끊겨 버렸다고 한다.

제주에서 가장 큰 갯벌이 있는
성산포 바다도 메워질 예정이다.

서해 갯벌보다는 좁겠지만,
갯벌을 부르는 '조간대'라는
이름이 따로 있을 정도인데,
산란장, 환경 정화, 여러 생물의
서식지와 중간다리 역할을 한다.

그러나 해안도로와 방파제가
조간대를 가로지르고, 물의 흐름을 막고 있다.
우리가 보고 느낄 수 있는 즐거움마저
앗아가는 무차별 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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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토종 풋감을 으깨어 낸 감즙으로 만든 제주 갈옷.
특히 제주 감에 탄닌 성분이 많아 제주 갈옷을 상품으로 친다.
탄닌은 자외선 차단 효과에 항균과 탈취까지 도와주지만
그것만이 최상의 갈옷을 만드는 건 아니다.

감을 그날그날 따서 감즙을 내고, 옷감에 골고루 뭍도록
주무르고 비벼가며 물들인 후 적당히 바람부는 곳에 널어
햇볕에 정성스레 3일간 말리고, 물에 넣었다 다시 말리고...
이 과정을 여덟 차례 반복해야 하니 열흘 이상이 걸린다.
그렇게 끈질긴 생명력으로 빛나는 갈옷이 탄생한다.

갈옷에는 제주사람들의 삶과 노동이 담겨있지만
여전히 3류라는 인식이 있다.
또 물을 타거나 화학염료로 만든 갈옷이 유통되지만 그것들은 효과가 없다.
가장 빛나는 지혜도 사람들이 알아봐주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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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토박이가 아니라면 제주의 역사,
사람들에 대해 알기 힘든 가장 큰 이유 한 가지.
바로 2011년 유네스코 '소멸 위기의 언어'로 분류된 제주어이다.

제주어라니, 한국어랑 다른 언어이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사실 한글의 옛 형태를 간직한 것으로 많이들 알고 있지만,
이를 증명할 방도는 없다고 한다.
옛 문헌에도 '알아듣기 힘들다'는 기록이 전부여서다.

아래아를 그 발음까지 그대로 간직한 제주말.
글쓴이의 말처럼 언어는 그 지역의 문화를 대표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보존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이지만,
요새는 제주 사람들도 잘 쓰지 않는 제주어가 얼마나 갈 수 있을지...

그러고 보니 예전 기숙사 룸메이트 중에 제주도 친구가 있었는데
이제는 가족들과 통화할 때도 쓰지 않는다고 말하던 기억이 난다.


나무발전소-제주 표지 평면.jpg
 
 
개인적인 연결고리가 있거나,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읽으면서
좀더 와닿았기에 이것들을 소개했지만
정말 제주의 모든 것이 꼭꼭 숨겨져 있는 책이다.
단적으로 분량만 봐도 내가 소개한 내용은 열장 남짓.

낭만의 섬 등의 타이틀을 붙이며
한달 살기, 게하 스탭 등으로 제주에 가는 친구들도 많아졌다.
정말 제주와 친해지고 싶다면,
먼저 제주의 진짜 모습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권미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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