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3아이덴티티를 보고 [시각예술]

자극적인 소재에 열광하는 우리, 이대로 괜찮은가?
글 입력 2017.03.14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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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23아이덴티티’는 개봉 전부터 “제임스 맥어보이의 소름끼치는 다중인격 연기”라는 문구와 함께 많은 관심을 받으며 이슈가 됐다. 하지만 자극적이고 다소 잔인한 영화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나에겐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온 영화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임스 맥어보이의 결벽증이 있는 사이코패스 인격부터 여성인격, 어린아이의 인격까지 가지각색의 인격들을 완벽히 소화한 그의 인생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극찬들로 인해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보게 된 영화였다. 역시나 영화는 117분이라는 시간동안 내 심장을 졸이며 숨 가쁘게 진행되었다.


이 영화는 가정폭력과 어렸을 때 트라우마의 폭력성에 대해 보여준다. ‘케빈’은 엄마의 폭력적인 처벌이 트라우마가 되어 ‘비스트’라는 24번째 인격을 탄생시켰고 그에 의해 납치된 소녀 중 한명인 ‘케이시’ 역시 삼촌에 의해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이다. 영화 속에서 보여준 제임스 맥어보이의 다중인격 연기는 소문대로 정말 소름끼쳤지만 사실 내게 정말 충격을 준 것은 케이시에 대한 부분이었다. 그녀와 함께 납치를 당한 소녀 두 명은 영화 첫 장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극히 정상적인 부모 밑에서 충분히 사랑받으면서 살아온 평범한 소녀들이었다.

 반면 케이시는 영화 중간 중간 나오는 장면으로 인해 알 수 있듯 굉장히 어린 나이에 상처를 받게 된 아이이다. 이런 상반되는 캐릭터 설정 속에서 감독은 부모에게 사랑받으며 자란 소녀 둘은 철없는 아이들로, 어렸을 때부터 깊은 상처를 갖고 살게 된 케이시는 철이 든 아이로 표현했다. 납치 된 아이 중 한명은 이곳에 무기력하게 있어선 안 된다고 이야기 하면서 셋이 힘을 합쳐서 도망가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케이시는 너흰 무슨 일이든 잘 풀리고 힘든 일을 겪어보지 못해, 상황을 너무 긍정적으로만 생각한다고 비난하면서 탈출에 대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러면서 상황에 맞서 싸우려고 한 두 소녀들은 더 큰 위기에 빠지게 하여 그저 철없고 어리석은 아이들처럼 묘사한다.

 반면 자신에게 닥친 불합리한 일들을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드리고 납치범의 뜻에 수긍하면서 기회를 엿보는 케이시를 침착하고 위기에 잘 대처하는 아이처럼 묘사한다. 영화 중간 중간 케이시의 회상 신을 통해 그녀가 다른 학생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자신에게 일어난 끔찍한 일에 침착하게 반응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그녀가 어렸을 때 아빠가 가르쳐준 사냥방법과 그녀를 납치하게 한 케빈의 또 다른 인격 ‘비스트’에 대한 예고를 반복적으로 보여주면서 마치 그녀가 어렸을 적 아빠가 해준 조언에 따라 ‘비스트’와의 싸움을 임하는 것처럼 묘사했지만 사실 그녀가 이런 성격을 갖게 된 것은 삼촌의 만행 때문이었다.

 내겐 이러한 설정이 마치 ‘그녀는 이러한 불합리적인 상황을 어렸을 때부터 겪었기 때문에 어린 소녀들이 겪기에는 너무나 끔찍한 상황 속에서 침착할 수 있었다.’라는 이야기처럼 다가왔다.


영화는 결국 평범한 소녀들로 묘사되는 아이들 뿐 아니라 끝까지 케빈을 믿고 지지해줬던 ‘플레처’ 박사 역시 죽이고 케이시 혼자만 그 납치된 공간 속에서 탈출하도록 했다. 하지만 케이지가 탈출 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그녀가 케빈과 마찬가지로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은 아이였기 때문이었다. 마치 상처가 죽음의 위기 속 구원자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즉 그녀의 삼촌이 그녀에게 저지른 만행들 덕분에 그녀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에서 나는 과연 이 영화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하는 폭행과 이에 따른 상처의 폭력성을 보여주고자 한 것인지, 아니면 부모의 과도한 폭력으로 괴수가 되어버린 이와 죽음의 공포 속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안전하게 돌아갈 곳이 없는 소녀의 극한 비극을 이용하여 단순히 자극적인 영화를 만들고자 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남았다.


점점 더 잔인하고 자극적인 문화들을 생산해내고 소비하고 있는 우리.. 이대로 괜찮을 것인가?
[김휘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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