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애; 아무것도 아닌, 모든 것

연애에는 정답이 없다
글 입력 2017.03.13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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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디어 책을 읽게 되었다. 곧 날이 따뜻해지는 봄이기에 “사랑”에 관련된 책을 읽는다는 일 자체가 나의 기대감을 부추겼다. 

 ‘연애; 아무것도 아닌, 모든 것’. 표지에는 붉은 실타래와 함께 양 끝에 서로를 등진 남녀가 있다. 붉은 실과 인연에 대한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쯤 접해봤을 것이다. 인연은 태어나기 전부터 새끼손가락에 붉은 실로 매어진다는 이야기. 오늘의 리뷰에 어울리는 노래가 갑자기 떠올라 아래에 살포시 첨부해 본다. 홍연(紅緣) 즉 붉은 실이다.




 아무튼, 표지를 걷어내면 작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10년 연애를 하고 이제는 연애를 ‘알아 버려서’ 감정이 살아있는 타인과 다르게 무뎌져 버렸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 그런 자신이 연애에 대한 글을 쓰게 될 줄 몰랐다는 제목을 달아두었다. 조금 모순이 아닐까. 사랑에는 무뎌졌지만 사랑에 관한 지침서와 같은 에세이를 적다. 연애 기간이 길다고 하여 능숙해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짧다고 해서 늘 서툴기만 한 것도 아닌데. 서두에서 조금 어리둥절 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문제라고 생각하며 목차로 넘어갔다. 목차는 사계절로 구성했다. 봄에는 썸, 여름에는 연애, 가을에는 권태기, 겨울에는 이별
 
각 계절에는, 이야기라 칭하기 보단 통상적으로 연애에 보통의 사람들이 가지는 의문에 대한 조언 겸, 작가의 경험을 덧붙인 작은 계절들이 달려있었다. 목차를 쭉 훑어보며 느낀 건 ‘00녀’ / ‘00남’ 이 참 많다. 개인적으로 ‘00녀/남’ 이라고 불리는 걸 싫어하는 편이다. 한창, 아니 요즘도 ‘김치녀’니 ‘된장녀’, 무슨 사건의 ‘00녀’ 그냥 평범하게 부르면 될 것을 꼭 남, 녀를 묶어 그런 식으로 불러야 하나 싶다. 그걸 제외하면, 각 계절별로 통상 보통의 연애를 준비하는, 이미 더럿 겪어본 사람들이 딜레마처럼 빠지는 의문들이 나열되어 있다.
 
 계절 아래로 딸린 질문들엔 작가가 나름의 답을 제시하고 마지막에는 짤막하게 교훈 같은 한마디를 덧붙여둔 형식이다. 짧고 굵게 메시지 전달이 확고한 점이 좋다.


#20대와 30대
작가의 나이는 35살. 그래서인지 이야기에 전반적으로 20대, 30대를 나눠 이야기한다. 20대는 혈기왕성 하여 연애에 온 몸을 던지지만, 30대는 일에 치여 연애가 지친 사람들이라고 이분법적인 방법을 사용했다. 조금 위험하지 않나 싶다. 반대로 20대에 연애에 무감각하다 30대에 열정적인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혹은 20대, 30대 나이에 상관없이 항시 열정적이거나, 무감각한 사람들도 있을 텐데. 아무래도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적힌 책이다 보니 어쩔 수 없다 생각하면서도 연애에 지침을 원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적합한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봄 – 썸, 내 것 아닌 내 것 같은 너


10 사자와 사슴, 사랑할 수 있을까
14 소개팅보다 無보증팅이 더 끌리는 이유
19 그(그녀)는 언제 당신에게 반할까
26 연애 갑을(甲乙) 역전의 시대
31 지상 최대의 난제, 남녀의 우정은 가능한가
36 연애 횟수, 많을수록 좋을까
40 연애가 언제부터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게 되었나
46 클럽에서 만난 그(그녀)와의 연애, ‘괜찮아요?’
51 ‘테마파크남, 정서적 게이… 30대男의 핫키워드
사계절의 시작 봄, 썸 부분에서는 사랑이 싹트는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서로 성향이 다른 사람들이 과연 연애를 할 수 있을까?


▶사자와 사슴, 사랑할 수 있을까

p.12 사회생활을 하는 30대는 늘 시간에 쫓긴다. ‘연애가 귀찮다’는 말도 입에 달고 산다. (중략)
p.13 상대적으로 혈기왕성하고 시간이 많은 20대는 이 ‘다름’을 만끽하는 게 가능하다. (중략) 

  파트에서 작가는 사자와 사슴, 즉 성향이 다른 사람들의 연애를 이루려면 서로의 ‘다름’을 극복하고 차이를 인정하고 상대에 대한 존중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얘기한다. 맞는 말이다. 서로 각자 다른 삶, 가정환경을 가지고서 자라온 두 사람이 사랑을 시작하는 순간 딱 들어맞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인정, 존중은 필수이다. 다만 여기서도 20대와 30대를 나뉘어 20대는 마치 캠퍼스 라이프를 즐기고 ‘시간적, 심적 여유’가 많은 이로 서술되고 30대는 반대로 서술된 게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는 20대 중반을 달리는 나이이고, 연애 생각도 들지 않을 만큼 사회생활에 찌들어 있다. 요즘 20대들, 과연 혈기왕성하고 시간이 여유로울까? 부담스러운 등록금부터 시작해서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 20대들은 하루를 살아내느라 정신이 없다. 빈곤이 유행처럼 번진 요즘, 사실 금전적인 여유가 있는 20대라면 모르겠다. 다만 내 주변의 20대는 꼭 혈기왕성 하지도 않으며 여유롭기는커녕 다들 한 달에 몇 번 얼굴 보는 게 전부이다. 


▶소개팅보다 無보증팅이 더 끌리는 이유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공감한 부분이었다. SNS 만남. 요즘엔 폴더폰은 보기도 힘들고 1인 1스마트폰 시대다. 스마트폰의 발달, 보급과 더불어 SNS가 우리 일상에 자리 잡았다. 카카오톡은 기본이요,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등 많기도 하다. 익명성이 없는 SNS도 있지만, 익명이 보장되는 SNS의 경우 한층 더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악용 사례도 있으나 제외하고 얘기를 해본다. 현실에선 아무리 발을 넓혀본다 해도 어느 정도 한계가 존재한다. 거기다 서로 취미나 취향 맞기가 어디 쉬운가? 그런 점에서 SNS는 자신과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을 찾기가 쉽다. 그리고 쉽게 친해진다. 빠르게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만남으로 이뤄지기도 한다. 

p.14 주선자가 있는 한, 우리는 일대일 만남에 오롯이 집중할 수 없다. (중략) ‘무보증팅’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불필요한 책임감에서 벗어나는데 있다. 

 SNS에서 만난 사람과 오프라인 만남이 편한 이유는 서로 만나서 맞지 않으면 다음에 꼭 만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그냥 다시 온라인으로만 연락해도 괜찮고, 혹은 그대로 서로 갈 길을 가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는 것. 작가가 끝에 덧붙인 것처럼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지만 또 모르겠다. 그런 식으로 꽤 잘 맞는 소설이나 영화 속 인물 같은 로맨틱한 인연이 시작될지도. 


▶연애 갑을(甲乙) 역전의 시대

 과 을. 사회생활 그러니까 회사에만 가도 갑과 을이 확실하게 나뉘어져 있고 대단한 재력가가 아닌 이상 일생의 대부분을 ‘을’로 살아가게 된다. 여담을 제외하고, 가장 읽으면서 불편한 내용이었다. 


p.27 그녀의 가방끈은 점점 더 길어지고, 직장에서의 위치는 더 탄탄해진다. (중략) 남자들이 자꾸 더 어린애들만 찾는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오니 조바심도 나도 불안감도 엄습한다. 주변을 둘러봐도 <섹스 앤 더 시티>처럼 우아한 싱글녀는 좀체 보이지 않고 히스테릭한 노처녀들만 눈에 띈다. ‘안 돼. 저들처럼 될 순 없어. 결혼해야 해. 일단 연애부터.’

p.28 (중략) 여자 A는 20대에 늘 ‘갑’의 위치를 선점했다. (중략) 지금의 A는? 남자가 너무 간절한 을의 인생으로 전락했다.

p.29 상황은 역전됐다. 주변의 30대 남녀 이야기를 들어보면, 20대 때와는 확 다르다. 남자들은 느긋하고, 여자들은 조급하다. (중략) 지금 30대의 여성들이 그렇다. 30대 남성들은 자신들이 ‘을’이던 과거를 보상이라도 받듯, 한 단계 상향 조정된 자신의 위치를 즐기고 있다. 


 갑과 을로 나누는 건 그렇다 치자. 여자는 20대에 갑의 위치에 존재하고 사회적 지위와 능력이 올라갈수록 결혼에 ‘조급’ 해진다는 이야기가 과연 통상적인 것일까? 아무리 작가의 개인적인 견해가 들어간 에세이라고 하더라도 우선은 의문에 대한 지침을 제시하는 만큼 조금 더 객관적인 부분을 봐야 했던 건 아닐까 싶다. 30대의 능력이 부족한 여성은 결혼에 대해 조급하지 못하다? 아니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만 듣고서 단정 짓고, 갑질을 멈추라는 식의 조언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내 주변이나, 남자들을 살피면 결혼에 열을 올리는 건 여성보다 남성인 경우가 많다. 어쩌면 이 또한 나의 견해이므로 섣부른 판단이 될 수 있겠지만 근래 한창 이슈가 되었던 여성 학력이 높아져 결혼과 출산이 줄어들었다며 여성의 학력 제한을 통한 하향 결혼 장려 제도 추진으로 이슈가 됐었다. 


[관련기사]


 이 일로, 저출생 현상 책임을 ‘고스펙 여성’에게 돌리고, 여성들이 배우자를 고를 때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논란을 빚은 원종욱 보건사회연구원 인구영향평가센터장(선임연구위원)이 보직에서 사퇴하였다. 하고 싶은 말은 너무 좁은 시야로 적었다는 말이다. 30대 남성들이 높아진 자신의 위치를 즐기는 것 즉 어린 여성들을 바랄 수밖에 없다는 걸 합리화 시키려는 것 같아 불편하다. 여성이 고학력이여서, 꼭 조급해하며 남자를 찾고 결혼을 하려고 하는가? 이 부분 만큼은 작가의 경험이나 주변의 이야기를 모두 더해도 읽는 이들 특히 연애 에세이의 독자는 ‘남성’ 독자로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에 ‘여성’ 독자에게는 확실히 불편한 부분이다. 


▶ 이 뒤로는 꽤나 무난하게 남녀 사이의 우정이 가능한지, 연애 횟수, 클럽에서 만난 그(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중립적인 입장에서 지침을 내려주어 읽기 수월했다. 남녀 사이에 우정이 존재하긴 하지만 그 벽이 꽤나 얇아 자칫하면 연애로 이어지기도 하고 그대로 등 돌리고 안 좋게 끝나기도 한다. 그 벽을 허무는 데에 드는 ‘위험’ 비용은 어디까지나 개인이 부담해야하며 선택도 당사자의 몫이다. 

▶‘테마파크남, 정서적 게이… 30대男의 핫키워드 

 부분을 기대하고 있었다. 책을 읽기 전 프리뷰를 작성하며 ‘정서적 게이’ 라는 말에 혹시 동성연애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는 걸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연애가 꼭 이성 간의 전유물이 아니니 말이다. 아쉽게도 그 부분은 아니었고 연애와 결혼이 부담스러운 남자들에 대한 지칭이었다. 


p.52 테마파크라는 공간은 많은 사람들이 하루 온종일 즐겁게 놀 순 있어도, 하룻밤 자고 갈 만한 마땅한 숙박 시설은 없다. 즐거움의 농도는 그 어느 곳보다 짙지만, 체류가 불가하다. 그게 바로 ‘테마파크남’이 지닌 의미다.

p.55 성적 취향과는 무관하게 심적으로 동성과 비슷한 이성을 찾는 묘한 상황이 발생한 것. ‘정서적 게이’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그런 이성과 함께 있으면 편하고 행복하다. 


 기대와 다르게 이 부분에서도 공감보다는 실망감이 컸다. 어쩌면 이 책을 쓴 작가는 남자이고 독자인 나는 여자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남자 작가, 즉 남자의 시선에서 본 연애와 그에 대한 지침은 어쩔 수 없이 남성의 시선을 대변하고 그들을 옹호하게 되는 편인 것이다. 

 테마파크남을 얘기하면서 또다시 남성의 가치가 상향 조정 되었으며, ‘정착’을 해야 하는 결혼을 미루고 연애와 썸의 경계에서 표류하길 바란다고 서술한다. 앞부분과 이 부분을 아무리 읽고 또 읽어도 핑계로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p.52-53 ‘마음껏 놀되, 귀가는 필수’ / 이들의 공통적으로 철저한 ‘얕음’을 지향한다. 이성을 만날 때 애용하는 방식은 소개팅이 아닌 책임감을 한 큰술 덜어낼 수 있는 SNS팅이며, 끔찍하게 두려워하는 건 ‘관계의 발전’이다. 

 이 챕터에서 결국 말하고자 하는 건 가치가 상향된 남성들은 얕은 만남을 바란다. 결혼은 피하고 그저 테마파크처럼 짧게 만나 즐길 건 즐기고 끝내고 싶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연애에 대한 얘기에서 삼천포로 빠져 이런 남자들이 있으니 이들의 니즈를 알고 충족하려면 알아두라는 뜻인데.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거기다 단어 선택에서도 자꾸만 불편함이 느껴진다. 굳이 ‘꼴볼견男’, ‘매력男’ 이라고 할 필요가 있을까. 아무리 요새가 말줄임이 트렌드라 하여도 평범하게 꼴볼견인 남자, 매력적인 남자라고 써도 의미전달엔 아무런 제약이 없는데 말이다. 그래도 이 부분에서 공감이 되기도 한다. 한 사람이 희생하는 연애가 아닌 서로 ‘편한’ 친구 같은 사이의 연인. 전자의 연애가 부담스럽다면 후자의 연애는 우선적으로 심적으로 편안함을 가져다주고 이해의 범주가 비슷하기 때문에 안정적이다. 

 끄트머리에 추신으로 ‘테마파크남’, ‘정서적 게이’를 직면했을 때 연애나 결혼이란 거짓된 모습으로 접근해 와도 그들은 그런 존재이니 미리 이해하고 마음의 상처를 덜어내라고 적혀있다. 작가는 그러라고 했으나 상처를 받는 건 온전히 상대적인 것이므로 “아 그 사람 테마파크남에 속하는 부류였구나! 내가 이해해야지!” 하고 이해할 필요는 없다 생각한다. 날 상처 받게 했으면 이해도 이해지만 우선적으로 화부터 내야지. 



#여름 – 연애, 연애의 목적


60 사랑과 거짓말, 그 아슬아슬한 동거
68 미안하다 계산한다. 남녀의 데이트 비용
74 공개연애 또는 비밀연애 “넌 내가 부끄럽니?”
80 애인의 과거, 물을까 묻을까
86 연인끼리 사생활 공유, 어디까지 해봤니?
92 나쁜 남자는 호구녀가 만든다
98 사랑은 늘 상대적이다
102 연애, 네 멋대로 해라
108 연애에 정답은 없다

  번째, 여름이다. 썸을 지나 연애. 그리고 연애의 목적에 대한 이야기. 쉬운 듯 어려운 듯 각양각색의 썸이라는 서로의 탐구 시간을 지나 연애로 이어지면 또 그에 대한 의문과 어려움이 따른다. 동거부터 시작해 비용 문제, 그리고 서로의 과거나 사생활 등등. 이 부분도 잘 읽었지만 역시나 중간중간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 재차 말하지만 이건 서로 성별이 다른 남성 작가와 여성 독자의 견해 차이이고 에세이라고 하지만 어쨌든 남녀 모두의 연애에 대한 이야기인 만큼 어느 한쪽에서 ‘불편함’을 느낀다는 건 아쉬운 점이다. 많이 아쉽다. 


▶미안하다 계산한다. 남녀의 데이트 비용

‘이 세상에 진짜 공짜는 없다.’

 돈, 그러니까 연애 사랑하는 사이에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문제는 늘 화제다. 더치페이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여전하다. 그리고 국가 별로 더치페이에 대한 생각도 다르다. 특히나 우리나라에서는 남성들이 대부분의 비용을 지불한다며 많은 불평을 토로한다. 이 부분에 대해 작가는 케바케 즉 ‘CASE BY CASE’ 라는 답을 내놓는다. 맞는 말이다. 더치페이가 편한 커플은 더치페이를 위해 통장을 만들거나 자리에서 반씩 계산을 하면 되는 것이고. 각자의 경제적 위치를 생각해 적당히 나누거나 하면 되는 일이다. 사족을 달면 사실 먼저 사랑에 빠져 첫 데이트를 제시했다면 그 자리에선 ‘더치페이’를 따지는 건 마이너스 요소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호감을 표현했고, 연애를 발전시키고 싶다면 그만한 성의를 보여야 하는 게 아닐까. 당신에게 관심이 있어요. 그에 응하고 시간을 내준 상대가 있고 그 상대와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싶다면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쁜 남자는 호구녀가 만든다

 이젠 좀 지긋지긋 하다. 앞에서도 얘기했고 또 얘기하지만 꼭 ‘00녀’라는 단어를 써야하나. 이번에는 호구녀다. 물론 글의 전문을 보면 “호구(어수룩해서 이용하기 좋은 사람)女” 라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긴 했지만. 그럼 그냥 호구녀가 아니라 어수룩하고 이용하기 좋은 여자 라고 하면 안 됐을까. 그리고 구구절절 이런 ‘호구녀’가 나쁜 남자를 만들며 논란을 피하기 위함인지는 모르겠으나 남녀 둘 다라는 이야기를 덧붙인다. 또한 나쁜 남자와 호구女, 나쁜 여자와 호구男의 결합을 연애에 대한 노력이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의 대표적 사례라고 얘기한다. 그래서 호구는 갑절로 힘이 든다고 한다. 맞는 말이긴 하다. 어쨌든 상대의 애정도보다 나의 애정도가 높으면 기대치에 다다르기 힘들고 그만큼 지치기 쉬워지니까. 공감하는 내용임에도 선택한 단어가 불편해 읽으면서 얼굴이 구겨져서 힘들다. 뉴스 매체에서도 허구한 날 ‘00녀’라고 일명 후려치기를 하는 마당에 연애 에세이에서조차 그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아쉽다, 정말 계속 말해도 아쉽다. 


▶이 뒤는, 꽤나 괜찮은 답과 지침을 내놓는다. 연애에는 답이 없고 어쨌든 이 글들을 보며 하나의 지침이나 내가 선택하려는 방향에 대한 다양한 상황을 제시해준다. 다만 종종 또 등장하는 ‘철벽男’,처럼 불편한 단어들이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가을, 겨울 


가을, 결실 혹은 권태기
예전과 다른 너
114 “생각할 시간을 줘”… 어떡하죠?
120 ‘일리 있는 바람’은 없다
126 남의 떡 착시효과
130 멀티탭男과 사랑에 빠졌나요
136 연애의 길이, 짧으면 무조건 나쁜걸까
140 왜 그(그녀)는 불쌍한 사람만 골라 사귈까
144 연애와 스킨십, 그리고 결혼
148 사랑 없는 연애, 의리 같은 소리 하네
156 사귀지 말걸, 사귀어주지 말걸
 

겨울, 이별
연애의 유통기한
162 쿨한 이별은 개나 줘라
168 이별 후, 모두가 피해자인 아이러니
172 이별에는 원래 이유가 없다
178 이별이 남긴 생채기, 연애 트라우마
184 ‘자니?’를 ‘읽씹’할 의지
188 구남친과 재결합했다… 운명일까?
194 지나간 연애, 후회해서 뭐해
198 이별 후 회복하기, 다시 혼자라도 괜찮아
203 그리고, 또 사랑

 가을과 겨울 파트는 연인들이라면 숱하게 겪는 권태 기간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중간에 또 다시 ‘멀티탭男’에 대한 이야기만 뺀다면 아, 그렇지. 맞아.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 이별을 하면 각자는 피해자가 되길 자처한다. 그래야 덜 아프니까. 그리고 술자리나 친구를 붙잡고 얘기한다. “걔가 나빴어.” 위로 받으며 상처를 억눌러 본다. 사람은 많고 연애의 시작, 방식, 모든 것이 다르지만 맥락은 비슷하다. 하나의 문제에 문어발처럼 다양한 답이 있지만 굵직한 몇 개의 답을 대체로 선택한다. [연애; 아무것도 아닌, 모든 것] 은 그러한 굵직한 몇 가지의 제안을 해준다.



#아무것도 아닌데 또 모든 것 같은 연애에 대해


 전반적으로 구성은 좋았다. 연애의 4단계를 사계절로 치환해 봄, 여름, 가을, 겨울 순으로 만남을 시작으로 이별까지. 작가의 경험을 적절히 넣어 설명을 잘 하기도 했고 어느 정도 지침을 잘 내려주기도 했지만. 아쉬운 점은 역시나 에세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남성의 시각에서 서술된 것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연애 에세이의 타깃은 연애를 하는 남녀인데, 자꾸만 ‘테마파크남’이니 ‘멀티탭남’이니 이들의 니즈를 이해하라, 그래서 덜 상처받길 바란다는 식의 제안들은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작가가 연애는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라고 앞에서 얘기하면서 중간마다 이들은 이러한 성향을 가졌으니 양보하라는 모순적인 태도가 당황스러웠다. 

 거기다 마지막에까지 얘기하고 또 얘기하지만. 꼭! “00녀” 라는 단어를 써야했을까. 어쩌면 작가 입장에선 (내가 작가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순전히 추측일 뿐이다.) 요 사이 매체에서 뭐만 하면 된장녀, 김치녀, 베이글녀, 뉴스녀 라고 부르는 트렌드를 따라간 걸지 모르지만. 이건 좋은 트렌드가 아니다. 애초에 트렌드가 아닌 하나의 비하용도의 단어이다. 거기다 버젓이 출간되는 책에 이런 단어가 쓰이는 게 긍정적일까? 다음 책의 내용을 또다시 ‘연애’에 대해 쓰게 된다면 이러한 부분은 고려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더불어 작가의 나이가 35살임을 고려하여 20대와 30대를 기준으로 나눈 것은 생각하기엔 쉬웠으나 여기에도 작가의 과도한 자기해석이 들어간 것 같아 아쉽다. 어째서 30대 여성은 ‘결혼이 급급’한 사람인가? 그리고 30대의 남성은 위치가 상향된 존재인가? 다양성을 얘기하면서 반대로 이분법적인 생각들은 책에서 덜어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꼭 이렇게 나누지 않아도 충분히 연애를 하는 모든 이들이 고민하는 부분을 명쾌하게 대답해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초반에 기대했던 것보다 아쉬운 점이 많아 책을 덮으면서 표정관리가 잘 되지 않았다. 책의 작가보다 나이도 어리지만 나는 책에 나온 것처럼 ‘시간적 여유’가 많은 20대도 아니고. 오히려 책에서 말하는 ‘사회생활’로 인해 하루하루 내 삶에 집중하기에 바쁜 20대이다. 작가처럼 10년이나 연애를 해본 것도 아니지만 나는 내 나름대로 다양한 연애를 겪어봤다. 그래서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다량 불편한 부분이 많은 점은 사실이다. 영상, 인쇄물 등 매체의 영향력은 작지 않다. 그리고 그 매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과 어느 정도 걸러내 잘못된 부분을 집어내는 사람이 있다. 전자의 경우가 위험한 거다. 그러니까 만일 이 책을 읽는 사람이 있다면 작가의 말대로 이게 정답이 아니므로 이게 맞다! 라고 판단하며 읽기 보다는 이런 생각, 이런 방향도 있구나 참고의 용도로 읽기를 바란다. 

 그래도 감정적으로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으며 책의 가독성이 좋아 읽기에 수월했다. 연애에 답은 없다. 겪어보고, 그러다 길을 잃으면 이렇게 책을 통해 타인의 경험을 바라보고 그 사람들이 제시하는 경우를 보며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다. 

 
[김세옥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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