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김민희, 그녀의 주홍글자에 대하여 [문화전반]

불륜(Adultery)의 A에서 여우주연상(Award)의 A로 거듭나다
글 입력 2017.03.0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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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불륜으로 인터넷상을 뜨겁게 달구던 감독 홍상수와 배우 김민희가 지난 2월, 또 다시 검색어순위에 올랐다. 김민희가 홍상수와 함께 찍은 영화로 세계 3대 영화제들 중 하나인 베를린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것이다. 

 더더욱 이슈에 오르는 것은 그 영화의 줄거리가 불륜에 빠진 여배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홍상수와 김민희의 사회적 위치, 또 영화에 자전적 이야기를 담기로 유명한 홍상수의 성향으로 볼 때 이러한 줄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반영했을 확률이 높다.

이러한 뉴스가 국내에 전해지자 여론에서는 다시 한 번 비난의 불길이 일었다. 시간이 지나 잊혀졌던 지난 사건들이 다시 도마 위로 올랐고, 과거 해외 영화제 수상자인 전도연이나 김기덕에게 쏟아졌던 찬사와는 달리 김민희의 여우주연상까지도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로써 김민희는 '발연기'배우의 이미지를 타파하고 국제적으로까지 연기력을 인정받는 배우로 거듭났다. 자신의 인생을 반영한 연기로 말이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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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뉴스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건 호손의 '주홍글자'였다.
주인공 헤스터는 불륜을 저지른 벌로 평생 동안 불륜(Adultery)의 A를 선명한 주홍색으로 가슴에 달고 살아야 한다. 초반에 그 글자는 조롱과 경멸의 대상이었으나, 헤스터의 꾸준한 선행으로 차차 사람들의 인식이 바뀐다. 뭇 사람들은 A를 불륜이 아닌 천사(Angel)의 머릿글자를 따온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처음 김민희의 불륜 소식을 접했을 때, 나는 당연히 그녀가 국내에서 더 이상 영화를 찍지 못할 줄 알았다. 사랑과 커리어를 맞바꾼 것이 안타깝다고 생각했다. 그녀 특유의 신비로운 분위기 때문에 무척 좋아하는 배우였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그녀는 그 때 당시 한창 영화 '아가씨'로 주가를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사건 후에도 꾸준히 영화를 찍었다. 물론 타 감독들과 함께가 아니라 오로지 홍상수 감독과. 그리고 그녀는 그렇게 찍은 불륜 연기로 마침내 상까지 타게 되었다. 실제 불륜 경험이 큰 보탬이 되어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선행을 하거나 태도가 바뀐 건 결코 아니지만, 그녀도 '주홍글자'의 헤스터처럼 불륜으로 인해 새 전환점을 맞았다. 또 주변에서의 인식도 점점 바뀌고 있다. 그녀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곧 개봉을 앞두고 있다. 주변에는 대체 얼마나 연기를 잘 했는지 보고 싶다고 벼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연기 인생의 끝이라고 생각했던 그녀의 불륜은 어쩌면 또 다른 시작이 될 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충무로 복귀를 조심스레 점쳐보는 시선들도 종종 보이는 가운데, 앞으로 그녀의 행보가 궁금하다. 헤스터처럼 현명한 태도와 대처로 부디 불륜의 죄를 씻어내는 여배우가 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이제 사람들은 주홍글자 'a'를 본래의 뜻대로 해석하려 들지 않았다."

- '주홍글자', 너새니얼 호손





[명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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