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정말로' 현실이 된다. [시각예술]

상상을 현실로 치환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하여.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리뷰
글 입력 2017.03.09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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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내용이 직·간접적으로 언급되어 있습니다.





“To see the world,
 things dangerous come to, 
to see behind walls, draw closer,
 to find each other and to feel. 
That is the purpose of life.”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목적이다.

- '라이프'지 모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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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쾌한 포스터와 트레일러, 주인공을 맡은 배우의 필모그래피로만 보면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코미디 SF영화이다. 실제로 영화속에서 주인공인 '월터 미티(벤 스틸러)'는 초인적인 능력으로 폭발하기 직전의 건물에서 사람들을 구하기도 하고, 얄미운 직장상사와 도심 속 액션 대결을 펼치기도 하며, 자꾸 눈길이 가는 직장동료인 셰릴(크리스틴 위그)과 마침내 함께 노후를 맞는다. 물론 이 모든 것은 그의 머릿속에서 일어난 일이다.

  지루한 수업시간이나, 하기 싫은 업무들을 쌓아둘 때 우리의 뇌는 종종 바삐 움직인다. 상상 속에서는 내가 비욘세만큼의 실력을 가진 디바가 되어 무대에 오를 수도, 밀짚모자 해적단과 함께 항해를 떠날 수도 있다. 상상하는 순간만큼은 행복감에 젖어있다가, 이내 현실로 돌아옴과 동시에 공허감을 느낀다. 아니면  눈 앞에 놓인 서류들 때문에 공허감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상상하기, 타인이 보기에는 '멍때리기'인 이것은 순간에 만족하지 못할 때 우리의 머릿속 공간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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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잡지사에서 16년동안이나 필름 현상을 담당했던 월터의 특기는 이러한 '멍때리기'.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에 프로필을 입력하려 하지만, 그에게는 그다지 매력있는 경험을 한 기억이 없다. 상상 속의 일들을 제외하면 말이다. 월터가 일하는 '라이프'사는 창간 이래 빳빳이 인쇄된 사진들로 인류의 굵직한 사건들과 함께해왔지만, 디지털 시대에 발맞추어 온라인 매거진 회사로 탈바꿈한다. 구조조정이 시작되었고, 새로운 상사는 완전히 밥맛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사진작가 '숀 오코넬(숀 펜)'이 라이프의 마지막 표지를 위해 보낸 25번째 필름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숀이 "삶의 정수를 담았다"라고 표현할 정도이면 대단한 사진임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턱수염부터 맘에 안드는 상사는 자꾸 있지도 않은 필름을 현상하라고 다그치고, 숀에게 연락할 방법은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 그렇게 월터는 하는 수 없이, 잘리지 않기 위해서 나머지 사진들을 단서로 삼아 숀의 발자취를 쫓아간다. 한 번도 시도해 본적 없는 일들, 머릿속에서만 가능했던 일들, 견고하지만 지루했던 일상에서는 허락되지 않았던 일들을 해야할 때였다. 월터는 숀이 있을법한 그린란드, 온 나라에 8명만이 살고 있는 그린란드로 떠난다.
 




  월터가 떠나는 이 2분 남짓한 장면과 Arcade Fire의 음악은 보는 이로 하여금 당장 떠나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그리고 숨은 그림 찾기 게임을 하자는 듯, 라이프의 모토가 화면에 재치있게 나타난다.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목적이다."


  그린란드에 도착한 월터는 술에 취한 조종사가 운전하는 헬기를 타고, 바다에 뛰어들어 상어와 한 판 붙는다. 이 장면이 영화의 초반부에 나왔더라면 분명 월터의 상상이었으리라. 하지만 이것은 상상이 아니다. 빨리감기를 하듯 다급히 재촉하고 있는 삶의 속도에 월터는 그냥 '뛰어든다.' 그가 썩 용감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그때까지의 러닝타임동안 충분히 보여졌다. 월터가 헬기에서 바다로 뛰어내릴 수 있었던 것은 영문을 몰라도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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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번 필름을 찾기 위한 여정을 마친 월터는 상상하는 횟수가 많이 준 것을 느낀다. 현실 속의 그가 마침내 진짜 주인공이 된 것이다. 이렇듯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Stop dreaming, Start living."


  하지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상상을 완전히 삶에서 끊어내라는 것이 아니다. 월터가 이륙하는 헬리콥터에 뛰어들 때 상상 속 셰릴이 용기를 주는 장면이 있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라는 제목처럼, 머릿속에 맴돌던 상상을 현실로 치환해내는 과정이 중요하다. 원제인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보다 한국어판 제목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메시지가 단순한 것처럼 스토리와 영화 속 캐릭터들도 그렇게 입체적이진 않다. 혹자는 이를 두고 유치하다고 비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가끔 엉뚱하지만 소탈한 것들에게서 위로를 받곤 한다. 빼곡한 은유와 치밀한 전개 대신에,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쉽게 캐치할 수 있는 메시지, 건조하지만 감각적으로 자연을 담은 화면, 신선하지만 귀에 감기는 사운드를 계속해서 건넨다. 주된 메시지는 하나의 맥락으로 통할지 몰라도,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각자 다른 이야기를 선물받을 수도 있다. 어떤 이는 필름을 인화하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에게서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도, 또 다른 이는 화면 속 자연의 광활함을 보고 '오지로의 여행'을 꿈꿀 수도, 또 어떤 이는 월터가 롱보드를 타고 도로를 가로지르는 모습을 보고 '롱보드를 충동구매'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이 영화는 쉬우면서도, 매력이 많다.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위로가 되어, 어느 노랫말마따나 초콜릿처럼 꺼내보고 싶은 영화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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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에 있는 월터의 프로필에는 최고의 경험들이 나열되어 있을 것이다. '그린란드에서 음주비행 헬기를 타고, 상어와 혈투를 벌이고, 화산이 폭발해 화산재에 파묻히기도 하고, 아프가니스탄에 가서 눈표범을 보기도 한' 월터 미티. 물론 이러한 경험은 한마디로 대단한 것이며, 그 누구도 쉽게 하지 못했을 것들이다. 그런데 의자에 편히 앉아 영화를 보며 나름의 설렘을 느끼고 있는 우리에게 월터는 회초리를 들지 않는다. "나도 하는데 왜 가만히 있어? 거기 앉아서 지금 뭘 하는거야?" 따위의 메시지로 투박하게 다그치지 않는다.


그냥, 앞뒤 생각않고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할 뿐이다.








사진출처 : 구글 이미지


[최예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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