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가 아는 심청이 아닌 연극'심청'

인간에게 죽음은 막막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것인가
글 입력 2017.03.05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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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심청이었지만 심청의 이야기는 없었다. 사실 아예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심청전의 이야기는 분명 여러 번 반복해서 나오기 때문이다. 효녀인 심청의 이야기, 연꽃에 탄 심청이, 심청이가 인당수에 빠지는 장면 등 다양하게 심청전의 이야기가 구두로 전해지긴 한다. 다만 메인테마가 우리가 알고 있는 심청전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일 뿐.

프로그램북 작가의 말에 작년 이 공연을 본 관객이 심청전의 내용이 아니라고 항의했다는 말이 있었다. 작품을 보면서 전혀 정보 없이 온 관객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작품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알고 보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심청전의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필자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보았던 것은 아니었다.

심청전의 이야기는 흔히 너무나 잘 아는 이야기이다. 그 심청전의 이야기를 몇 몇 작가들은 다양하게 해석해 글을 써내기도 했다. 이강백의 <심청>또한 그러한 부류라고 볼 수 있다.
이 작품의 이야기는 간난이 보리 스무 가마에 팔려와 제물로 받쳐져야 하는데 그 제물이 되는 것을 거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여기에 선주와 그의 세 아들의 이야기가 얽힌다.
극의 초반부터 중반부 이상까지 간난은 제물이 되기를 거부한다. 그렇기에 선주의 아들들이 그녀를 설득시키기 위해 심청전의 대목을 끌어와서 달콤한 말로 유혹을 한다. 효녀가 될 수 있으며, 연꽃을 타면 살 수도 있고, 왕비가 될 수 있다는 말들로 그리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그녀를 대한다.

그리고 이 극에서 70살 먹은 선주가 그녀를 대하는 방식이 남다르다. 처음부터 마마라고 부르며 지극정성 보살폈다. 극이 전개되어 갈수록 그는 그녀가 제물이 되길 원치 않는다. 왜냐하면 그도 죽음을 곁에 가까이 두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죽음이 자신의 곁에 없었지만 자신에게도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단 사실을 알게 된 선주의 모습은 간난의 모습과 많이도 겹쳐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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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말이 좋아서 바다에 뛰어드는 것이지, 바다에 뛰어들면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즉 아무 것도 없다는 말은 죽는다는 것. 이것과 마찬가지로 선주가 자신의 죽음에 대해 말할 때 막막하다는 것, 무엇이 펼쳐질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말은 같은 말이 된다. 바다에 빠진 다는 것이나 죽음이나 별 다를 바 없이 무엇이 펼쳐질지 모른다. 그냥 아무것도 없고, 모른다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선주와 간난의 죽음을 동일시하면서 극은 전개되어 나가고 마침내 그 두 사람에게 같은 결말이 찾아온다.
제물이 되길 거부하다가 스스로 제물이 되려고 하는 간난이나, 죽음의 그림자가 자신을 밀게 되어 죽을 위기에 놓인 선주. 모두 다 그 끝은 죽음을 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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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역시나 극이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가 있었다. 부분적으로 그 분위기를 깨려고 노력하는 모습들도 엿보였지만, 기본적인 분위기, 그리고 작품의 템포가 느려 무겁게 깔리는 것이 더 컸다고 본다.

아쉬웠던 것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어쩔 수 없이 무거워 질 수밖에 없는, 그리고 조금은 현학적인 대사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개인적으로 필자도 삶과 죽음에 대한 주제에 관심이 많은 만큼 이번 작품을 눈 여겨서 보았는데 그런 점에 있어서 아쉬웠던 것 같다.

그러나 심청전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봐 선주와 간난을 끌어와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낸 것은 독특한 관점이었다고 본다. 그동안 심청전의 이야기를 새롭게 각색한 경우들은 많았지만 이번에는 각색의 개념이라기 보다 정말 새로운 또 다른 극을 만들어냈기에 그 의미가 깊었다고 본다.
그리고 어려운 주제이자 철학적으로 그려질 수 밖에 없는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낸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남궁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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