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순간] 낯선 만남

글 입력 2017.03.03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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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싫어서.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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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그래?"

"그냥 오늘은 내가 너무 부끄럽고 싫어서..."




 우리에겐 저마다 숨기고 싶은 '나'가 있다. 그런 '나'는 어느 날 불쑥 나타난다. 그렇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낯선 나를 만난다. 자기를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저마다의 감정을 느낀다. 당혹스럽거나 수치스럽거나 화가 나거나 두렵거나 슬프거나... 여태껏 몰랐던 아니, 알면서도 외면했던 낯선 나를 발견했을 때 받는 충격이 그런 감정들을 만들어낸다. 많은 사람들은 그것들을 느끼는 것이 괴로워서 자기를 만나는 일을 미룬다. 자기를 숨기고 덮어두고 외면한다. 무의식의 저 편에 묻어버린다. 어쩌면 나를 가장 미워하는 건 나일지도 모른다.

 우리에겐 저마다 다채로운 모습의 '나'가 있고, 모든 '나'는 사랑받을만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중 '이것만큼은 도저히 사랑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나'를 억누른다. 내가 나를 거부하는 것만큼 슬픈 일이 있을까? 나와의 관계가 깨지는 것만큼 불행한 일이 있을까? 참 슬프고 불행한 것은 내가, 당신이, 우리가 꽤 자주 그런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원래부터 나를 거부했던 것은 아니다. 태어나자마자 자기를 거부하는 아이는 없다. 아이는 자기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니까. 그러나 부모로부터, 형제로부터, 친구로부터, 사회로부터 들었던 '나'를 향한 부정적 메시지들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지 못하게 한다. 그때부터 점점 '나'를 거부한다. 사랑받기 위해. 모순적이지 않은가? 사랑받기 위해 나를 미워한다니.

 나는 사랑을 건강하게 주고받을 힘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수용하고 사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믿는다. 물론 상처 입은 나, 약한 나, 추한 나, 비겁한 나, 외로운 나를 마주하는 일은 괴롭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 직면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꽤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롯이 나를 만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낯선 나를 만나 미친 것처럼 울어도 보고, 웃어도 보고, 화도 내보고... 그리고 결국엔 토닥여주는 시간이.

 오늘은 사랑받기 위해 거부당한 세상의 수많은 '나'를 토닥이며
 많이 아팠냐고, 얼마나 힘들었냐고 묻고 싶다.
 괜찮다고, 충분히 사랑스럽다고 말해주고 싶다.



<작가의 말>

몸에 상처가 났을 때, 치료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뭘까?
먼저 아픔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어디에 상처가 났는지 발견해야 한다. 다음으로 파악해야 한다. 어디서 어떻게 난 상처인지. 살짝 베인 건지, 시퍼렇게 멍이 든 건지, 퉁퉁 부었는지, 피가 흐르고 있는지.
그리고 나서야 그에 맞는 치료를 할 수 있다.

마음의 문제도 그렇다.
먼저 아프다는 것을 인지하고, 상처를 발견해야 한다. 그리고 이 아픔이 어디서 온 것인지 짚어보는 것이다.

그래서 나에겐 불편한 감정을 느낄 때면 나와 대화하는 습관이 있다.
불편함에는 이유가 있으니까.

"어쩔 줄 모르겠어. 너무 창피하고 화나.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났어? 왜 이렇게 나약해? 왜 이것밖에 못해?"

"그래 오늘 그런 일이 있었지. 내가 그때 이런 모습을 보였지.
그건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어. 그래서 지금 이런 감정이구나."



[장의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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