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비치는 순간] 정겨운 이와 함께하는 식사

글 입력 2017.03.02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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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아트인사이트’의 존재를 알려준 사람은 나의 고등학교 동창인 ‘때지’다.
 
1.
‘때지’는 너를 부르는 하나뿐인 애칭이니, 첫 문장을 읽는 순간 너는 지금 이 상황이 낯간지럽게 느껴질 수 있겠구나. 지금부터 나는 너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글을 풀어갈 계획이지만, 지금의 나는 네게 이 글의 존재를 알릴 생각이 없기 때문에, 정작 편지의 종착점인 너는 이 글을 읽지 못할 수도 있겠다만, 뭐 어찌됐든 -
 
2.
나는 고등학교 시절 너를 참 좋아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너를 선망했던 것 같다. 너는 네가 해야 할 일들을 즐기면서도 책임감 있게 해냈다. 나는 전자에 치우쳐 후자를 빈번히 놓치는 사람이었기에, 끈기와 인내를 겸비한 네가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3.
‘감성이 통하는 사람’, 좀 더 멋들어지게 표현해 ‘비슷한 색과 온도를 가진 사람’을 인생에서 한 명이라도 만난다면, 그것은 분명 행운이다. 나아가 각자가 가진 것을 서로와 공유할 수 있다면, 그것은 다시없을 행운이다. 그리고 나는 네 덕에 그 행운을 경험하고 있다.
 
4.
오글거리는 말은 잠시 밀어두고, 지금부터는 너와 내가 함께 좋아하는 것들을 꼽아보려 한다. ‘음악’이 있고, ‘영화’가 있고, ‘사진’이 있고, ‘전시’가 있고, ……. 여러 ‘고상한 예술’이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우리의 최대 공통 관심사는 ‘맛난 먹거리’가 아닐까 - 새로운 맛집을 찾아낼 때의 기쁨이 정말로 크다는 것은 우리 둘 다 동의한 바니까!
 
5.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 그 음식은 분명 맛있는 것이라고 확인된 것인데도 - 너와 함께했을 때의 맛보다 덜할 때가 많았다. 나는 ‘[무엇을 먹는지]보다 [누구와 먹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말의 진실됨을, 너를 통해 늘 새로이 깨닫고 있다. 
 
우리가 함께 그려가는 매 순간의 추억이, 그 맛을 ‘세상에서 하나뿐인 맛’으로 빚어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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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예술의 전당 앞의 음식점에서 함께 먹었던 맑은 두부와 찌개는 정말 맛났다. ‘소담스럽다’는 표현이 걸맞는 음식이었다. 우리는 이날 브람스 연주회를 들으며 감명받았고, 서로의 사진을 이리저리 찍어주었고, 공차에서 버블티를 사마시곤 헤어졌더랬다.


[김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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