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섬세한 것은 대게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예민합니다 [문학]

언어의 온도 - 이기주
글 입력 2017.02.28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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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는 개인적으로 매번 작품에 사용하는 소재다. 삶에 가장 밀접하고, 서로를 공격하는 칼이 될 수도, 보듬어 줄 수 있는 안식처도 되는 양면성은 매력적이다. 개인적으로 집중하는 건 “칼”로서의 언어다. 잦은 말실수로 오히려 주변을 상처 주는 입장에 슨 건 아닐지 걱정하는 날이 많기 때문이다. 각종 커뮤니티 베스트 게시 글에 주기적으로 ‘아름다운 말’ ‘예쁘게 말하는 연예인 순위’등이 올라오는 걸 보면 비단 내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서점의 자기개발 파트에도 역시 언어와 관련된 책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착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말을 예쁘게 하는 법”보다 “마음을 예쁘게 잡는 것”이 더 선행되어야 하는 점이다. 아무리 예쁘게 꾸며낸 말도 그 본질은 언젠가 들통 나는 법이다. 유재석의 ‘언어 사용법’을 베스트 게시글로 올리기보다 그가 평소에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하는 태도를 게시했어야 한다. 이 부분을 확실하게 지적하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언행 관련 자기개발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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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직에 몸을 담고 있던 작가는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바로 국어사전 위에 쌓인 먼지를 닦으셨다는 것에 맞게 어원에 집중해 글을 쓰신다. 이번 에세이에서도 상당부분 그런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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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유의어는 많다. 우리는 말을 잘하고 싶을 때 그중 몇 가지를 고르고 골라 입 밖으로 꺼낸다. 하지만 같은 말이라도 ‘아’다르고 ‘어’다른 것 처럼 단어를 잘 골랐다고 생각했는데도 다시 되새겼을 때 실망스러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더 ‘잘’말 하고 싶다는 생각에 언행에 관련된 에세이 책을 찾을 테고. 작가님이 어원에 집중하는 것은 앞서 말한 이 이유 때문일 것이다. 서문 <당신의 언어 온도는 몇 도쯤 될까요>엔 “섬세한 것은 대게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예민합니다.”라는 말이 있다. 말은 매순간 현재 진행형인 언어로 아주 섬세하고 약한 존재다. 어원을 알고 단어 하나하나를 음미해 고르는 자세는 유난으로 여겨지기보다 본받아야 할 자세다. 우리는 말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전에 말을 잘 알아야 한다.

자기개발서의 한계는 풀이 능력에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강력하게 ~해서 ~하다- 말하는 책은 거부감이 든다. 정해진 게 없는 인생에서 1부터 9까지 정답을 강요하는 느낌이 거북해 청개구리처럼 더 찾아보지 않게 된다. 반대로 유약한 태도를 취하는 책들은 결국 하는 말이 정확하지 않고,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언어의 온도는 (애초에 에세이에 속하지 자기개발서로 완전히 분류되지는 않지만) 그 한계를 잘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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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식과 퇴적 part에 보면 머릿속에 잠복해 있던 단어가 문장으로 변하는 순간 물 밖으로 나온 생선처럼 신선함을 잃어버리기 마련이라는 말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 문장이다.(작가님의 의도 자체로 받아들이진 않았지만) 아무리 침범하지 않으려 해도 생산자(작가)의 이야기가 적혀진 책은 결국 독자의 사고에 개입하게 된다. 이기주 작가는 섣불리 왈가왈부 않고 개인적인 경험부터 보았던 영화, 책, 심지어 가십거리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이야깃거리를 가져와 책에 실었다. 이 구조는 앞서 말한 침범을 최소화하고 독자가 자연스럽게 작가가 노출시킨 이야기들을 보며 필요한 것들을 흡수할 수 있게 도와준다. 약간 아쉬운 것이 있다면 비슷한 구조를 띄는 문유석 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처럼 다소 번잡한 감이 있어 두세 번 더 읽어야 정확히 무슨 이야기를 하려 하는지 정확히 보인다는 점이지만,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다 보면 헤매지 않고 스스로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이다.

혹시 밤마다 오늘 말이 너무 많았다, 말실수를 한 것 같다- 등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라면 하루쯤 짬을 내어 읽어보는 건 어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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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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